'오겜2' 탑, 조롱받은 발연기 알고보니 반전 "정신연령 짱구, 치밀하게 디자인" [인터뷰 종합]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5.01.16 16: 45

 "감독님과 상의를 나누고 치밀하게 디자인한 캐릭터였고, 타노스 캐릭터의 정신 연령을 따지면 짱구 수준이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2'의 배우 탑(최승현)의 인터뷰가 진행됐고, 발연기 질문에 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2006년 아이돌 그룹 빅뱅으로 데뷔한 탑은 2022년 발표한 '봄여름가을겨울'을 끝으로 그해 2월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종료하며 팀을 떠났다. 

이후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에서 퇴물 래퍼 타노스 역을 맡아 배우로 돌아왔다. 한때 래퍼로 잘 나갔지만, 유튜버 이명기(임시완 분)가 추천한 코인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한 인물이다. 코인으로 생긴 빚으로 인해 게임에 참가하고, 합성 마약을 몰래 반입해 목걸이에 숨겨놓고 복용하는 캐릭터다. 실제 '대마초 문제'를 일으킨 탑의 모습과 닮아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합류 과정을 두고 "글로벌 작품에 이정재, 이병헌 등과 친분으로 추천된 것 아니냐?"는 인맥 캐스팅 논란이 불거졌고, 이에 대해 이정재-이병헌 등은 "사실이 아니다. 캐스팅에 관련하는 건 배우의 월권"이라고 반박했고, 황동혁 감독은 "그에게 가능성을 봤고, 부족한 부분이 보일 때마다 여러 번의 오디션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며 루머를 해명했다.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탑이 2016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과거를 비롯해 "한국에서 컴백 안 한다"던 은퇴성 발언까지 소환돼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여기에 작품 공개 직후에는 연기력 호불호가 불거지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탑은 세계적 화제작 '오겜2'의 국내 제작발표회 및 미국 쇼케이스 등 모든 홍보에서 배제됐으나, 뒤늦게 인터뷰에 나섰다. 무려 11년 만의 공식 인터뷰였다. 그는 "고민도 많았고 정말 신중한 마음으로 적당한 시기를 고민하던 중 아무래도 직접 찾아뵙고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가장 솔직한 마음으로는 너무 오랜만에 나서다 보니까 두려움이 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오겜2'는 로또 못지 않은 기회였지만, 탑이 승선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내 캐스팅에 관련 없는 대선배들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나로서는 송구스러운 마음 뿐이었다. 나조차도 당시에는 무너질 것 같은 심경이었다. 그래서 정말 하차를 할까도 생각했다"며 "정말 긴장도 많이 됐지만 감독님께서 나와 함께 타노스를 디자인 하면서 보내주신 시간과 믿음에 보답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제작진 분들과 열심히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정말 어려운 결심을 했다"며 추천이나 친분으로 출연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탑은 캐스팅 논란에 "마음이 너무 무거웠고, 그 안에서 반성할 시간들도 가지면서 책임감을 가지려고 했다"며 본인도 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디션 과정을 묻자 "제작사를 통해서 오디션 제의를 받았고, 나 또한 그 캐릭터가 설명된 시나리오 봤을 때 물론 고민이 많이 됐다. 나의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한 캐릭터다. 어찌됐든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건 거의 (마약 관련) 이미지가 박제될 수도 있는 캐릭터니까, 인간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고민되고 망설여졌다"며 "그럼에도 무언가 운명적으로 나에게 온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서 오디션 영상을 찍어서 보내드렸다. 그리고 제작사와 감독님을 만나 뵙고 미팅을 계속 했다. 여러 논의 끝에 또 한 번 테이프를 찍어서 보내달라고 요청하셨다. 그 과정을 거쳐 캐스팅 됐다"며 자세하게 밝혔다.
이어 "햇수로 10년이란 시간 동안 아무도 나라는 사람을 쳐다봐주지 않던 시기도 있었다. 그때 황동혁 감독님께서 처음 손을 내밀어 주셨고, 감독님께서 나에게 주신 용기와 날 믿어주신 믿음에 나 또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것에 보답하는 것이 배우로서 도리였고, 어쨌든 쓰여지는 직업이다 보니까 그 믿음에 보답하고 해내는 것이 또 다른 숙제라고 생각했다"며 황동혁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약쟁이 래퍼 타노스'를 연기하기 위해 따로 연구했다며, "사실 그 장면을 찍는 것 자체가 주변 시선 때문에 쉽지 않았다. 수백 명의 스태프와 수백 명의 배우님들 앞에서 타노스가 약물을 투약하는 장면을 찍을 때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하는 순간이라서 힘들기도 했다. 캐릭터적인 걸 연구를 깊게 했고, 타노스 캐릭터가 복용하는 약물은 워낙 강력해서 연구할 때는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고 말했다.
또한 "그런 약물에 의존하는 캐릭터는 치아 손상도 많이 돼 있고, 약물이 없을 땐 초조하고, 극도의 불안함과 ADHD 현상도 나타난다고 했다. 게임장에 첫 등장하기 전과 후, 약물 투약 전후를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다"며 노력한 점을 공개했다.
하지만 작품이 오픈되고 타노스를 둘러싼 혹평과 호평이 엇갈렸다. 특히 국내에선 "흐름이 깨진다" "발연기라서 못 보겠다" 등의 반응도 눈에 띄었다. 
탑은 "모든 것은 내가 감내하고 겸허히 받아들어야 한다"며 "인물이 붕 떠 있다고 하는데,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나누고 치밀하게 디자인한 캐릭터였다. 시나리오 상에서 봤을 때도 어둡고, 무겁고 환기시켜주는 캐릭터였다. 워낙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으로 묘사돼 있었다. 타노스가 절대 화려하거나 멋있는 래퍼가 아닌 실패한 인생의 힙합 루저 캐릭터로 설정돼 있었고, 아무래도 약물에 의존하는 캐릭터라서 좀 더 우스꽝스럽고 덜떨어져 보여서 그렇게 설정했다"며 의도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타노스의 랩도 시나리오에 있었던 거라고. 그는 "쌩뚱 맞은 타이밍에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인 신이었다. 타노스 캐릭터의 정신연령을 따지면 짱구 수준의 랩을 해야했다. 힙합 루저스러운 오글거림을 표현하려고 했다"며 만화 캐릭터를 언급했다.
"연기할 때 짱구를 떠올리면서 했나?"라는 질문에 "그건 아니지만, 나도 30대 후반인데 짱구 연령의 랩을 하는 게 민망했다. 나조차도 오그라들었지만 내가 맡은 역할이라서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다소 과장되고 '붕 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건 탑이 철저히 의도한 연기라는 의미다. 배우의 해석은 정확했지만, 시청자들이 알아채지 못한 걸까? 아니면 꿈보다 해몽이 좋은 걸까? 
이쯤에서 탑의 연기를 재평가 해야할 지, 그럼에도 흐름에 방해를 줬다며 혹평할 지는 각자 개인의 판단이다.
"오랜만에 연기한 자신을 보니 어땠나?"라는 질문에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표현하다보니 전혀 객관적일 수는 없었다. 그래도 국내 및 해외의 혹평과 호평을 모니터 하면서 참고하고 있다. 그걸 발판 삼아서 더 성장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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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HE SEED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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