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던 사직 아이돌이 두산 베어스 이적을 커리어 터닝포인트로 삼으려 한다. 베어스맨이 된 김민석(21)은 잠실벌을 누비는 제2의 정수빈이 되는 게 목표다.
김민석은 휘문고를 나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 1라운드 3순위 지명된 외야 특급 유망주다. 데뷔 첫해 129경기 타율 2할5푼5리 102안타 3홈런 39타점 16도루로 1군 경쟁력을 입증했고, 롯데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 고졸신인 역대 4번째 KBO 올스타 베스트12에 선정됐다. 김민석은 첫해 102안타를 치며 KBO리그 역대 8번째 고졸신인 데뷔 시즌 100안타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김태형 감독 체제 아래 주전 경쟁에서 밀려 1군 기록이 41경기 타율 2할1푼1리 6타점 14득점에 그쳤다.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롯데 2군 베이스캠프인 상동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김민석은 “작년에는 숫자에 연연하다 보니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안타 개수를 미리 정했는데 그로 인해 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조급해졌다”라며 “데뷔 첫해보다 더 잘해야겠지만, 일단 올해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내가 할 것만 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작년을 되돌아봤다.
이어 "개인적으로 지난해가 큰 자극이 됐다. 창피하고 쪽팔렸는데 오히려 이런 시기가 빨리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겪었으니 다시는 그렇게 안 보이려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새로운 다짐을 남겼다.
그럼에도 두산은 김민석의 스타성과 장래성을 동시에 확인, 그를 데려오기 위해 신인왕 출신 우완 파이어볼러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작년 11월 롯데에 필승조 정철원, 유틸리티 내야수 전민재를 내주고, 외야수 김민석,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데려오는 2대3 트레이드에 합의한 것. 휘문고 시절 제2의 이정후로 불린 김민석이 제2의 정수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과감한 맞교환을 단행했다.

김민석은 “처음에 두산 왔을 때는 어색하고 적응이 안 됐는데 오프시즌 잠실에서 훈련을 계속 하면서 익숙해졌다. 추재현 형, 손율기와 같이 운동을 자주 했다”라며 “두산에 와보니 선수들마다 루틴이 정립돼 있고, 눈으로만 봐도 방망이 치는 게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또한 두산 주전 중견수는 정수빈이다. 작년 136경기 타율 2할8푼4리 145안타 4홈런 47타점 95득점 52도루로 건재함을 과시했기에 올해도 기대가 된다. 다만 그렇다고 정수빈이 계속해서 중견수를 책임질 수는 없는 법. 정수빈은 2026시즌을 끝으로 6년 총액 56억 원 FA 계약이 만료되며, 한때 잠실 아이돌로 불렸던 그의 나이도 올해 35살이 됐다.
김민석은 이적과 함께 정수빈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전 중견수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김민석은 공교롭게도 학창 시절 정수빈을 롤모델로 삼고 프로의 꿈을 키웠다.
김민석은 “정수빈 선배님께 수비할 때 스타트하는 법, 강한 송구하는 법,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스텝 등을 묻고 싶다”라며 “외야 수비는 잡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포구 자세를 신경 쓰고 연습도 많이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민석이 트레이드를 반긴 또 다른 이유는 2년간의 자취 생활을 마치고 본가에서 부모님이 해주는 밥을 먹으며 야구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이 본가인 김민석은 “부산에서는 집이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배달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배달 시간이 늦을 때도 있고, 뭔가 생활패턴이 일정하지 않았다”라며 “역시 본가로 오니 다르다. 강아지고 있고, 컴퓨터도 있고, 내 방도 따로 있다. 무엇보다 음식을 안 시켜먹어도 돼서 너무 편하다. 확실히 부모님이 챙겨주시는 음식이 다르다. 야구에 더 도움이 될 거 같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민석은 오는 4월 4일 정든 사직구장에서 친정 롯데를 적으로 만난다. 기분이 어떨 것 같냐고 묻자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 거 같다. 타석에 섰을 때 어색하진 않을 거 같은데 뭔가 뭉클한 느낌이 들 거 같다. 그래도 투수랑 싸워야하니 잘해보고 싶다”라며 “김원중 선배님과 9회 맞대결을 해보고 싶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중요한 한방을 치고 싶다”라고 밝혔다.
김민석에게 끝으로 두산 이적 1년차 목표를 물었다. 그는 “1군에 계속 붙어있는 게 목표다. 다치지 않고 팀의 우승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트레이드 성공신화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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