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토트넘이 '처참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토트넘은 19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에버튼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튼과 2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2-3으로 패했다.
반전이 필요한 에버튼전에서 토트넘은 부상 선수가 많다 보니 오랜만에 'SON 톱(손흥민 최전방 스트라이커)' 카드를 활용했다. 하지만 이는 잘 먹히지 않았다. 손흥민은 침묵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90분 동안 슈팅 2회, 기회 창출 0회, 빅찬스미스 1회, 크로스 성공률 33%(1/3), 드리블 성공 1회(1/2) 등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후반에는 한 차례도 슈팅하지 못했다.
전반에 박스 안에서 두 차례 기회를 놓친 게 아쉬웠다. 손흥민은 전반 24분 박스 안에서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으나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에버튼 골키퍼 조던 픽포드에게 막혔다. 그는 3분 뒤에도 박스 왼쪽을 돌파한 뒤 날카로운 슈팅을 터트렸으나 이번에도 픽포드를 뚫어내지 못했다.
에버튼은 전반 초반부터 경기를 장악했다. 전반 6분 예스페르 린스트룀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정교한 오른발 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토트넘 골키퍼 킨스키의 선방에 막혔다.
에버튼의 공세는 계속됐다. 6분 뒤 이드리사 게예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받은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토트넘 수비 2명을 절묘하게 따돌리고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에버튼은 전반 28분 일리만 은디아예가 중원부터 빠르게 전진 드리블하며 토트넘 수비를 무력화했다. 은디아예는 최후방 드라구신마저 가볍게 따돌린 뒤 왼발 슈팅으로 골을 뽑아냈다. 에버튼은 2-0으로 달아났다.
토트넘의 수비가 더욱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반 추가시간 에버튼의 코너킥 상황에서 칼버트-르윈이 헤더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그레이 몸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 스코어는 3-0으로 벌어졌다.
후반도 마찬가지 흐름이었다. 에버튼이 압도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후반 시작과 동시에 토트넘 수비수 드라구신이 부상으로 인해서 빠졌다. 공격수 히샬리송이 대신 들어갔다.
토트넘은 후반 27분 사르 대신 무어를 넣으면서 총공세에 나섰다. 이 카드는 그나마 통했다. 후반 31분 쿨루셉스키가 오른쪽 박스에서 왼발로 강하게 골문 중앙 상단으로 슈팅을 날리며 만회골을 터트렸다.

한 골 더 토트넘은 따라붙었다. 후반 추가 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히샬리송이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토트넘이 역전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경기는 에버튼의 3-2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날도 패배하면서 7승 3무 12패, 승점 24가 된 토트넘은 15위로 추락했다. 강등권인 18위 입스위치(승점 16)와 승점 8점 차에 불과하다. 16위 에버튼(승점 23)와는 고작 1점 차이.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2경기를 패했다.
이는 리그 첫 22경기에서 12패 이상을 기록한 여섯 번째 시즌이며, 1997-1998시즌 이후 처음이다(당시에도 12패). 아직 잔여 경기가 16경기 이상 남았기에 자칫 잘못하면 역대 최다패까지 노려볼 정도로 페이스가 좋지 못하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토트넘보다 더 많은 경기를 패한 팀은 울버햄튼, 레스터, 사우스햄튼뿐이다. 지난 11월 3일 아스톤 빌라를 4-1로 꺾은 이후, 토트넘은 모든 대회를 통틀어 18경기에서 9패, 4무, 5승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중 3승은 맨체스터 시티(원정 4-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홈 4-3), 리버풀(홈 1-0)을 상대로 거둔 승리였다. 프리미어리그 최근 6경기에서 승리가 없었으며, 가장 길었던 무승 기록은 2008년 12월 13일부터 2009년 1월 18일까지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앞서가던 상황에서 18점을 잃었다. 이는 풀럼(19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10경기에서 단 1승(2무, 7패)만 거뒀고, 그 승리는 최하위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한 5-0 승리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11위로 마친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다. 다만 2007-2008시즌에는 리그컵에서 우승했다. 당시 결승전에서 첼시를 상대로 연장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는 토트넘이 현재까지 기록한 마지막 주요 대회 우승으로, 이후로는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에버튼전도 내용을 보면 더욱 경악스러운 경기. 이날 토트넘을 만나기 전까지 에버튼은 리그 21경기에서 15골에 그칠 정도로 득점력이 빈곤한 팀이었다. 그런 팀 상대로 전반에만 내리 3골을 내주면서 복날 삼계탕처럼 든든하게 몸보신을 시켜준 것.
여기에 사실상 승기가 기울자 의미없이 2골을 몰아 넣으면서 희망을 가지게 만들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22경기서 45골로 리버풀(21경기 50골)에 이은 득점 2위다. 두 팀의 승점 차이가 26점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시즌 토트넘이 얼마나 기형적인 팀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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