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녀들' 권혁재 감독이 작품 비하인드를 전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검은수녀들’ 권혁재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 제공/배급 NEW, 제작 영화사 집) 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검은 사제들’, 그리고 ‘국가부도의 날’, ‘마스터’, ‘브로커’ 등을 제작한 영화사 집의 신작이자 송혜교, 전여빈의 신선한 조합으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았다.
높은 기대감 덕분일까. 정식 개봉 하루를 앞둔 23일 오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예매 순위에선 '검은 수녀들'이 예매량 약 16만5000명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개봉 전부터 이어지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 권 감독은 "떨리고 설렌다. 이번에 워낙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니까"라며 "(더불어) 혜교 배우님이 오랜만에 영화를 했다. 햇수로 11년 만에 복귀하셨으니까. 본인도 드라마나 영화 현장의 홍보 방식 자체가, 신선하셨나 보다. 강행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하면서도 영화를 개봉하기 전에 뜻깊은 거 같다. 제작발표회 이후에 기자 분들 보시고, 일반 관객들 모셔서 GV도 하고. 그때 나왔던 질문들 자체가 감사했다. 리뷰도 다 읽진 못했지만, 꼼꼼하게 읽어보면서, 지적한 부분도 생각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관객분들이 보시면 더 다양한 의견을 내주실 거 같아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간 영화 ‘해결사’, ‘카운트’ 연출을 맡은 바 있던 권혁재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하게 됐다. 특히나 권 감독은 10년 전 한국 오컬트 팬들의 심장을 설레게 한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공식 스핀오프를 맡게 됐다. 이와 관련한 소감을 묻자, "저도 이번 작품을 만나게 되어서, ‘우와.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올 수도 있구나’ 싶더라. 인물들의 연대도 좋았다. '검은 사제들'의 팬이기도 했고. ‘검은 수녀들’ 시나리오를 처음 보았을 때도, ‘검은 수녀들’만의 다른 이야기가 풀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게 신선했다. 그래서 최대한 시나리오에 충실히 하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부담감도 있었다. 권 감독은 "당연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외부적인 부담도 있겠지만, 수치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평가일 수도 있지만,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연출자로서,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중요했다. 외부적으로 어쩔 수 없는 비교 같은 것들은 (작품이) 한 방향으로 열심히 잘 나가야 하는 거다. '검은 수녀들'만의 개성은 무엇일까, 라는 부분을 고민하는 것 같은, 연출자로서의 부담감이 컸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메가폰을 잡게 된 경위에 대해 "아무래도 당초 IP와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다. 처음 봤을 때도 고민했었는데, 송혜교 배우와 전여빈 배우가 한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게 엄청 큰 이유가 되었다. 좋은 제작진도 선택에 이유가 있지만, 감독은 시나리오가 첫 번째이면서 동시에 배우에게 영감을 받아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저는 두 가지가 동시에 있다 보니, ‘잘 해야 한다’라는 부담감이 있었다"라며 "최대한 준비 과정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했다. 워낙 베테랑 스태프들이니까. 여성 제작사의 이야기도, 두 주연 배우들의 이야기도 귀담아들었다. 혜교 씨나 여빈 씨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묻고, 두 분께서도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의 연출을 맡았던 장재현 감독의 피드백도 있었을까. 권 감독은 "장재현 감독님은 워낙 ‘검은 사제들’도 그렇고 그 외의 작품에서는 물론 사석에서도 친분도 있다 보니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최근 시사회때 작품을 보고 나서 짧게 통화를 했다. '장르를 드라마로 차별점 있게 했구나'라고 해주시더라. 더 긴 이야기는 GV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말했다"라고 웃었다.
연출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오컬트 장르와 드라마를 함께 선보이게 된 권 감독은 "제가 워낙 오컬트를 좋아했던 편이긴 했다. 준비하면서도 ‘엑소시스트’에 관련된 영화나 소설, 자료들은 엄청 많이 볼 수밖에 없더라. 그러면서 최대한 오컬트가 보여주는 클리셰에서 반대로 가야 한다 싶었다. 동시에 오컬트 마니아분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했다"라며 "K-오컬트라고 명명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 생각에 오컬트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있다. 하지만 저는 ‘운명’에 대해 어떻게 선택해 나가고, 대체해 나가고, 연대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걸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지점을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장르가 오컬트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검은 수녀들’은 두 수녀가 부딪히는 저항들, 그 운명을 깨고 나가야 하는 순간들이 영화 속에서 잘 담기면, 오컬트에서 다른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 아닐지 생각했다"고 소신을 전했다.
보기 드문 두 수녀의 구마 의식 장면을 연출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권 감독은 "구마 의식에는 나름의 과정과 법칙이 있다. 그걸 최대한 고정했다. 유니아도 스승이라 할 수 있는 베드로 신부(김범신)이 하는 의식을 참관하며 봐 왔을 거다. 사제들도 힘들고, 신부들도 힘든 구마 상황에서 무속의 힘을 함께 보태서, 강력한 령을 물리치겠다고 결정하는 용기. 다들 외면하려 하고, 방치될 수 있는 부분을 유니아는 판단하고 행동까지 나아가지 않나. 그 지점이 (타 오컬트 작품과는) 달랐다. 거기에 연대하는 미카엘라 수녀와 애동과의 관계. 희준이라는 친구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용쓰고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잘 어우러졌던 부분들이 있어서 중요했고, 다르게 보이려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악마들은 숨어 있고 교묘해서, 구마를 하면 며칠이 걸리는 경우도 있고, 어마어마한 장기전이 대부분이다. 그 속에서 구마의식을 할때 알수 없는 아픔이나 괴로움이 몰아친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성수라는 게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부마자는 환자이기도 한데, 때리면 다칠 수 있지 않나. 성수를 뿌렸을 때 피부가 상하기도 하는데, 우리 영화에서는 최대한 신체 훼손을 안 하려고 했다. 자세히 보면 구마 의식 중 포박할때도 희준이의 손과 발에 붕대를 먼저 감아주고 포박한다. 상처가 생길까 봐. 그런 배려들을 좀 쌓아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로를 아이템으로 넣은 것에 대해 "‘검은 수녀들’에서 가장 신선한 지점임과 동시에, 자신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타로의 엄청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해석을 해 나가는 것에 있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점치지 않나. 미카엘라가 유니아 앞에서 금기시된 것을 커밍아웃하듯이, 자신이 타로로 운명을 점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내가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들이라 생각했다. 애동도 친구도 태어난 운명에 좌절하고 있지만 성장하는 지점이 있지 않나.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운명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두 수녀의 표현 방식에 대해 "유니아와 미카엘라는 수도자다. 수도자로서 남을 살리기 위해 나서지 않나. 유니아는 자신이 괴로우면서도 먼저 남을 위해 나선다. 그래서 유니아의 전사나, 조금 더 과격하거나, 저항하는 모습을 보는 게 여전사나, 능력자 혹은 히어로로 보여주는 것과는 다르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멋있다는 것도, 어떤 위치에서 바라보느냐를 생각했을 때, 쉬울 수도 있지만 갇혀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게, 의도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으려면 수녀, 유니아 캐릭터 본질(수녀)에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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