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감독님' 계급장 떼고 말해 욕먹던 연기 20년, 그래도 할 말 해야죠" [인터뷰](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5.01.24 06: 30

'궁'으로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다사다난했던 연기 인생에 지키려고 노력한 건 '감독님'이 아닌 계급장 떼고 작품의 일원으로 솔직하게 이야기해온 것. 그 중에서도 '중증외상센터'는 더했다. 10시간 스트레이트 회의까지 하며 작품을 살리기 위해 진이 다 빠졌다는 주지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지훈은 2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오는 2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와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인기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와 동명의 웹툰을 원작 삼아 드라마로 각색됐다. 원작이 실제 의사인 이낙준, 필명 한산이가 작가가 집필해 극적인 전개와 사실적인 묘사로 마니아층의 호평을 자아낸 바. 이를 영상으로 구현한 '중증외상센터' 또한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모은 터다.

총 8부작으로 기획된 드라마는 절반인 4회까지 사전 시사를 통해 취재진에게 공개된 상황. 주지훈은 "아주 좋게 봤다"라며 작품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더불어 작품을 연출한 이도윤 감독과 지난 2014년 영화 '좋은 친구들'부터 좋은 호흡을 맞춰온 점을 언급하며 "작품은 10년 만이기 한데 그 사이에 새 작품을 준비해 왔다. '좋은 친구들'부터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느낌이 영혼이 통하는 것 같았다. 아주 사랑하는 분이다"라고 깊은 신뢰를 보냈다. 
그만큼 작품을 두고 자유로운 의사소통도 많았다. 앞서 영화 '비공식작전', tvN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 다리에서', 디즈니+ '조명가게' 등 다양한 작품으로 주지훈은 작품 홍보 차 출연한 다수의 예능에서 '10시간 스트레이트 회의'를 강조하며 혀를 내두른 바 있다. 그 작품이 바로 '중증외상센터'였다.
주지훈은 "이번 작품은 특히 감독님과 워낙 많은 대화를 해왔다 보니 회의하듯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매일 통화하고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제가 만화 원작 작품을 정말 많이 했다. 첫 작품이 '궁' 아닌가. 제일 많이 했을 거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이 힘든 게 현장을 뛰는 사람들이라 아주아주 훌륭하지만 현장을 뛰지 않는 제작진과 생각이 굉장히 많아진다. 만화니까 가능한 장면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원근법을 무시하고 그려버리면 그만인 원작이 있지 않나"라며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상화 하는 과정에서의 디테일을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만화에선 동어반복이 많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제가 마시던 커피가 모자를 때 잔을 들어서 커피잔을 손으로만 가리켜도 된다. 그런데 만화에선 '커피 좀'이라고 말을 해야 한다. 그런 대사 하나가 흐름을 깨게 한다. 그걸 그림으로 볼 때와 영상으로 볼 때 차이가 굉장하다. 그걸 서로 이해하는 방식으로 조율하는 게 너무 힘들다. 정답이 없어서. 그래도 틀린 건 있다. 그 작업이 힘들다. 죽을 뻔 했다. 제가 제작비라도 받았으면 죽을 뻔 했다고 말은 안 했을 거다. 그냥 일을 두배, 세배 한 거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 2013년 방송된 MBC 드라마 '메디컬 탑팀'으로 의학 드라마를 경험한 주지훈은 '중증외상센터'는 그와 결이 다른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수술 씬 등 의학적 디테일을 놓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는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을 전혀 가볍게 다가갈 수 없다.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실제 1분 1초가 중요한 중증외상, 가령 헬기에서 머리를 뚫는 등의 수술이 얼마나 어렵겠나. 실제라면 굉장히 정밀한 수술 스킬을 굉장히 빠르게 해서 대단한 건데 그게 영상으로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굉장히 디테일한 작업이 극적 쾌감을 주긴 힘들다. '메디컬 탑팀'에서도 그게 고충이 있었다. 그게 이번 작품에서 전반적인 감독님의 연출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장르라는 톤앤매너가 있지 않겠나. '중증외상센터'는 다큐 같은 작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장파열 환자를 수술할 때 피가 드라마에 나온 정도로 솟구치면 실제로는 환자가 살 수 없다. 그러면 장르가 '킹덤'으로 넘어가야 한다"라고 재치있게 비유하며 "전문가가 보시면 그렇겠지만, 그런 분들이 보셔도 '저건 뻥이지'라고 하지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극적이니까 상관 없어'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 이대병원 중증외상센터 과장님이 상주해 계셨다. 경력이 오래된 최고 수준의 간호사 분들도 계셨고, 그걸 회의를 하면서 촬영감독이 '이 정도 피 양이면 가능한 거냐'라고 회의를 하는 거다. '보는 사람이 볼 때 가짜로 보일 수도 있다'라고 애기를 하면서 수위를 조절했다. 지금은 촬영이 끝나서 애기하지만 정말 질렸다. 20년 일하면서 제일 진이 빠진 작품이다. 굉장히 밝고 경쾌한 작품인데 신기했다"라며 웃었다. 
12년 만에 의학 작품에 대해 그는 "의사 가운이 많이 작아졌더라. 그 때보다 10kg 증량을 해서 그렇다"라고 웃으며 "그렇다고 '이번엔 보여줘야지'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제 성향은 '극I'다. 이렇게 떠드는 건 사회성이다. 모델까지 하면 근 30년 일했기 때문에 프론트맨으로서의 사회성이 있는 거다. 저는 뭘 알려줄 만큼의 대단한 사람이 아니"아고 말헀다. 
그런 주지훈도 "할 말은 해야 한다"라고. 주지훈은 "문제가 있을 때 바로바로 고쳐 잡지 않으면 일이 굴러가 버리지 않나. 그럼 돈이 들어가고. 다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들인데 나중에 일이 진행된 뒤에 '이거 이렇게 고쳐야지'라고 해버리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최대한 솔직하게 할 말은 다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제가 무례하진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각자 입장이 다른데, 어쨌든 화면에 얼굴 나오는 건 배우들이다. 팩트가 잘못됐을 때 감독이 잘못했다고 기사가 나와도 결국 제가 떠안아야 한다. 나는 아니라 주장했는데 어쩔 수 없는 거다. 결국 짐은 배우들이 져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메디컬이라는 게 사람의 생명을 갖고 소재를 다루는데 너무 리스크가 큰 거다. 너무 많이 안 좋게 보일 확률이 커서 그 고민이 엄청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작품에 대해 "완전히 저와 취향이 다르면 거절한다. 그런데 장점이 많아 보이는 부분이 있고 제가 이해가 안 되면 물어본다. 저는 모르지만 이게 왜 흥미롭다고 생각하시냐고 궁금증을 이야기하고, 제안한다. 제가 원하는 걸 해주시면 할게요가 아니다. 그들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거다. 서로 좋은 부분이 있고 함께 할 수 있으면 함께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성격 덕분일까. 절친한 이도윤 감독은 주지훈에 대해 "백강혁보다 백강혁스럽다"라고 밝혔다. "'재수 없다'고 하시더라"라며 웃은 주지훈은 "물론 알고 있다. 무례와 솔직함은 다르다. 저는 무례하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워낙에 돌려말하는 게 익숙해져 있지 않나. 개인적인 관계에선 당연히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 만나지 않지 않나. 다만 일을 할 때는 무례하지 않게 다이렉트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싸가지 없다'고 기분 나빠들 하더라. 대신 '재수 없다'는 소리도 한다. 힘들다. 5분이면 끝날 얘기를 1시간씩 돌려서 하니까 답답해서 하는 말인데. 한국 사회가 수직적이지 않나. 상하 관계도 아니고 '혹시 누군가가 기분 상해 할까봐'가 저는 이해 안 된다. 연출 회의 할 때 감독 말이 다 맞으면 회의 왜 하나. 누구 말이 맞는 게 아니라 문제가 있어서 회의를 하는데 계급장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계급장을 좋아하는 분들이 저를 미워하신다. 물론 이도윤 감독은 워낙 친하니까 그렇게 말한 것일 뿐 실제로는 아니"라며 웃었다. 
나아가 그는 캐릭터 해석에 대해 주지훈은 "감독님은 본질적으로 '재수없음'과 잘난 척 하는 모습을 관객들이 응원해주길 바란 것 같았다. 어떤 작품은 생각해볼 만한 가치를 보기 어렵지 않게 다가가서 살짝 스며들게 한다. 그 것들이 좋은 점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DJ DOC 노래 듣고 반바지 입어도 된다고 생각하며 큰 사람들이 많이 자유로워진 게 있지 않겠나. 저희도 그런 것처럼 무언가에 저항하는 모습이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좋겠다"라며 아닌 걸 아니라고 하는 백강혁의 성격적인 면모에 대해 강조했다. 
할 말 다 하는 것처럼 굴지만 실상 주지훈은 배우 하정우, 방송인 신동엽 등 연예계 절친 '형'들에게 예쁨 받는 것으로 유명한 '형 콜렉터'다. 그런 주지훈도 '중증외상센터'에서는 맏형 격이었다. 제자 양재원 역으로 호흡한 배우 추영우는 주지훈을 '롤모델'로 꼽았을 정도. 
주지훈은 "아무리 제가 다가가도 영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17살 나이 차이가 나니까. 가령 촬영 끝나고 밥 먹자고 하면 싫다고 하겠나. 그런데 불편하지 않겠나.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안 한다"라며 "대신 대본을 볼 때 감독님한테 환자 베드를 밀고 들어가는지 씬에 세트인지, 야외인지, 몇 미터 크기인지를 다 물어보고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 '너희도 이렇게 해도 돼'라고 알려줬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현장에서 '감독님' 이런 게 싫다. 여전히 현장에는 '감독님; 말이 다 맞다는 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전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웃으며 "그래서 이 친구들이 좋아했다. 물음표가 있는 걸 질문을 했을 때 '배우가 이것도 몰라?'라는 게 아니라 '우리 투명하게 하자, 감독님도 의사가 아니다'라고 보여줬다. 본인들도 궁금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아닌 것도 왜 아닌지 디테일하게 들어야 인지를 하고 수정을 한다. 그런 과정을 동생들과 하고 싶었다. 저한테 좋은 선배들이 그걸 해줬고 너무 좋았다. 해봤더니 앵글 안에서 뛰어놀게 되고. 저는 감사하다. 드라마를 보시면 아이들의 성장기가 보일 거다. 그게 너무 뿌듯하고 보기 좋다. 예쁘더라"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주지훈은 "워낙 좋아하는 감독님이고 우리 친구들도, 경호 형도 너무 좋다. 1년에 세 작품 갖고 똑같은 이야기해서 죄송한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동료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고생스럽지만 이들과의 후홉은 분명히 좋겠다는 확신이 있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결국 대중 분들의 선택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라며 '중증외상센터'의 팀웍을 극찬했다. 
모델로 시작해 '궁'으로 배우 데뷔한 지 20년, 돌아보니 어떨까. 주지훈은 "쉽지 않았다"라고 웃으며 "제가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학교에서 전공한 친구들한테 '그런 것도 배우는 구나'하고. 저는 하나하나 다 현장에서 배웠다. 그 때는 더 선후배가 엄격해서 카메라 감독 아니면 렌즈 보지도 못했다. 몰래 가서 왜 바꾸는지 물어보고 하나하나 궁금했다. '레일 왜 깔아요?', '조명 왜 바꿔요?', '렌즈 왜 바꿔요?' 하고. 저는 지금도 물어본다"라고 회상했다.
너무 크고, 까맣고, 짝눈에 배우 못한다고 핀잔을 듣던 데뷔 초기에서 이제 그는 충무로 대표 배우 중 한 사람이 됐다. 그는 "아무래도 예전보다 정보도 많아졌고, 지금은 스마트폰을 다 갖고 있고 정보가 범람하고, 예전보다 워낙 각자의 취향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맞는 질문인지 모르겠는데 그 때도 저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모델 일을 한 거다. 대중적으로 멋지고 잘생긴 게 아니었다. 저처럼 생긴 사람들이 나오기도 하고, 시각적 정보가 퍼지고 자아가 정립된 사람들이 아니라 어린 친구들도 보면서 자기의 취향들이 정립이 된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씬에서 그런 말 많이 하지 않나. '이제는 읽을 수가 없다'라고. 잘 될 줄 알았는데 외면받고, 안 될 줄 알았는데 잘 되고. 한국에서 외면받았는데 외면받고, 한국에선 잘됐는데 외국에선 외면받고. 아직 뭐라고 정의를 내리긴 어렵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설연휴를 앞두고 공개되는 '중증외상센터'에 대해 "1년 내내 경기가 안 좋은데 뉴스를 보면 좋은 일이 없지 않나. 이번 작품의 매력은 굉장히 유쾌하고 즐겁게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어느덧 제작 욕심까지 품고 있었다. 주지훈은 "제작 생각은 하고 있고 연출은 아예 생각 없다. 배우들이 제일 싫어하는 못된 감독이 될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제작하고 싶은 작품은 이거 저거 있다. 아직 말씀드리기 그렇다. 솔직히 창피하다. 준비했는데 결국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떠들고 투자 못받으면 안 되니까. 구체화되면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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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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