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기상캐스터로 유명한 고(故) 오요안나가 생전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러 파장이 일고 있다. 누군가 애먼 가해자로 지목당해 악플 공격을 받는가 하면, 고인의 과거 발언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여기에 방관 의혹도 더해지며 파장이 커졌다. MBC 측이 침묵을 끝내고 입장을 밝히면서 직장내 괴롭힘 의혹의 진상이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7일 매일신문은 고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으며, 유서에 따르면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고인은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됐으며,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오보를 내고 오요안나에게 뒤집어씌우는가 하면 오요안나가 틀린 기상 정보를 정정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에게 지적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하기도 했다. 또 ‘가르쳐야 한다’라는 이유로 퇴근 시간이 지난 뒤 회사로 호출하거나 1시간~1시간 30분 이상 퇴근을 막은 정황도 나왔다.

이밖에도 오랜 시간 실력 등을 이유로 고 오요안나를 비난해 온 메시지와 녹취록도 다량 발견됐다. 커뮤니티에 공개된 메시지에는 “진짜 니가 대선배다 참는데도 한계가 있지”, “후배님이 촬영가셔서 메이크업 안 한 선배가 나가야하냐? 앞에 OO이도 방송하러 왔는데 말 한마디라도 했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고인은 “불편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반성하고 이런 일 다신 없게 하겠습니다”라고 거듭 사과하고 있었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고인의 지인들은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오랜 기간 요안나에게 특정인(기상캐스터 선배)이 군비를 잡고 비난하고 자신을 따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 뿐만 아니라 오요안나와 친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들었을 거다.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해자들과 MBC는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이 사실을 널리 알려달라. 가해, 방관자가 처벌받아 제 친구가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질 수 있길 바란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의 파장은 컸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인의 사건을 두고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의 현실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또 고인이 과거 개인 채널에 공개한 MBC 합격 당시의 영상에 애도의 글이 이어졌다. 해당 영상에서 고 오요안나는 MBC 기상캐스터 면접 과정과 합격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리고 있었다. 누리꾼들은 합격에 기뻐하던 고인의 모습에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꼭 밝혀지길 바란다”라면서 애도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가 하면 애먼 피해자도 나왔다. 고인의 기상캐스터 선배인 김가영이 가해자로 지목되며 일부 누리꾼들이 해명을 요구하는 악성 댓글을 남긴 것. 이에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 일주어터(김주연)는 댓글을 통해 “가영 언니는 오요안나님을 못 지켜줬다는 사실에 당시에도 엄청 힘들어 했습니다. 저는 오요안나님과 같이 운동을 한 번 해봤던 인연이 있는데, 한 번 뵀을 때도 오요안나님이 저에게 가영 언니 너무 좋아하고 의지하는 선배라면서 진심으로 얘기해주셨어요”라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 오요안나의 유서 내용과 녹취록, 선후배간 메시지, 지인들의 호소 등 애도와 파장이 이어지면서 결국 MBC 측도 입을 열었다. MBC 측은 28일 공식입장을 통해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라며,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 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MBC 측은 그러면서 “ MBC는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프리랜서는 물론 출연진의 신고가 접수됐거나 상담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도 지체없이 조사에 착수하게 돼 있다”라며, “일부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라고 한다면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MBC 측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방관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MBC 측은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다.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알렸다. 유족이 원한다면 고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것. 수많은 의혹 속에 MBC에도 관심과 지적이 쏠리면서 빠르게 수습에 나선 것이었다.
고 오요안나는 2017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공채 오디션을 통해 아이돌 연습생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으며, 이후 제39회 춘향제 춘향선발대회에서 숙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MBC 기상캐스터 공채에 합격해 방송을 시작하면서 주목받았고, 2022년에는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seon@osen.co.kr
[사진]고 오요안나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