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는 대한민국 야구계에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의 역사지만, 선수 개개인의 인연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2023년 WBC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메이저리거와 당시 KBO 선수가 이제는 월드시리즈 우승팀에서 재회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한국계 선수 토미 ‘현수’ 에드먼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팬페스트 행사에서 새롭게 합류한 김혜성에 대한 질문에 2년 전 WBC에서 인연을 언급하며 미소 지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드먼은 ‘곽현수’라는 한국이름도 갖고 있는 대표적인 한국계 선수다. 2023년 WBC에서는 혈통에 따라서 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다는 대회 규정에 의거해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한국은 비록 오프닝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WBC 대표팀 최초의 한국계 선수라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었다.
당시 한국 선수들에 무리 없이 녹아들면서 태극마크의 일원이었던 에드먼은 당시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김혜성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런 에드먼과 김혜성은 다저스에서 재회하게 됐다.

김혜성은 지난달 4일 새벽 포스팅 마감(4일 오전 7시)을 불과 약 3시간 앞두고 다저스와 계약하며 극적으로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조건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23억 원)로, 3년 총액 1250만 달러(약 184억 원) 보장에 2028시즌과 2029시즌 팀 옵션이 포함된 계약을 맺고 다저스에 합류하여 에드먼과 다시 만났다.
김혜성은 팬페스트에 참석해 “세계 최고의 유니폼을 입었으니까 그만큼 나도 잘해서 멋진 팀의 멋진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옆에 있는 내 친구 야마모토와 같은 유니폼을 입게 돼 너무 좋다”라며 올해 각오에 대해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2025시즌도 팀이 우승했으면 좋겠고, 내가 우승팀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저스는 세계 최고의 팀이기도 하고 내가 원래 좋아하는 팀이기도 하다. 누가 봐도 슈퍼스타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선수들과 같은 팀이 돼 영광이다. 나도 그들 사이에서 잘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할 거 같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에드먼도 팬페스트 행사에 참석했다. 김혜성과 인연에 대한 질문에 “(김혜성이 합류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2023년 몇 주 동안 김혜성과 함께 뛸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라며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엄청난 하드워커라는 점이었다. 그는 올바른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려고 하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선수다”라고 전했다. 언제나 열심히 운동하고 게을리 하지 않는 김혜성을 단 번에 파악하고 팀에 도움이 될 선수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다시 만나게 될 생각을 하니까 정말 기대된다”라고 김혜성의 합류를 환영하며 “2023년 이후로 다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얘기도 나눴다. 스프링캠프와 시즌 내내 좋은 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미소지었다.
한국계 에드먼은 지난해 다저스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다. 2023시즌이 끝나고 손목 수술을 받으며 재활을 하다 재활 과정에서 발목까지 다쳤다. 이때까지 에드먼은 2024시즌 출장 기록이 없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이런 에드먼을 데려왔고 지난해 8월까지 그라운드에 복귀하지 못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2/03/202502030912778456_67a00d30d9a7c.jpg)
정규시즌에서는 37경기 타율 2할3푼8리(139타수 33안타) 6홈런 20타점 OPS .711의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대박이 터졌다. 뉴욕 메츠와의 NLCS에서 타율 4할7리(27타수 11안타) 1홈런 11타점 5득점 OPS 1.022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시리즈 MVP를 타냈다. 월드시리즈에서도 타율 2할9푼4리(17타수 5안타) 1홈런 1타점 2도루 OPS .988의 기록을 남겼다. 유격수와 중견수 2루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다저스 우승에 기여했다.
다저스는 에드먼을 제대로 예우했다. 다저스와 에드먼은 지난해 11월 30일, 5년 7400만 달러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 기간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이 보장되며 2030년 1300만 달러 구단 옵션을 넣었다. 다저스가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에드먼에게 300만 달러 바이아웃 금액을 줘야 한다.
계약금으로 1700만 달러를 받는 에드먼은 보장 금액 7400만 달러 중 2500만 달러를 추후 지급받는 디퍼(지불 유예) 조건으로 계약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5년이 지난 뒤 10년에 걸쳐 2500만 달러를 받게 되는 조건으로 다저스에 남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