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할 가능성 크다.”
탬파베이 레이스 김하성(30)은 오른쪽 어깨 수술이라는 커리어의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지만 거액의 계약을 맺었다. 비록 1년 전 최대 1억5000만 달러, 연 평균 2000만 달러 연봉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럼에도 연 평균 1500만 달러에 가까운 가치를 책정 받았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대표 스몰마켓 구단인 탬파베이가 김하성에게 ‘베팅’했다.
김하성은 탬파베이와 2년 29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오프시즌 내내 김하성과 관련된 행선지 이슈가 불거졌는데, 예상치 못했던 탬파베이가 김하성과 손을 맞잡았다. 김하성은 올해 13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1년 뒤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만약 팀에 남는다면 2026년 연봉은 1600만 달러다. 올해에는 325타석 이상을 소화하게 되면 인센티브도 걸려있다. 325타석부터 20타석 마다 20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최대 200만 달러다.
여기에 등번호 7번 보장, 한국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 8장, 영어 레슨 및 통역사, 재활 트레이너 고용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탬파베이 팀 내 최고 연봉자로 등극한 김하성을 향한 탬파베이의 기대는 크다. 에릭 니엔더 야구운영부문 사장은 김하성에게서 실력 이상의 무언가를 봤다. 그는 “김하성의 경쟁적인 기질이 우리 팀을 더 강하게 만들고 팀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올해는 어려운 시즌이 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 우리를 집어삼키도록 놔둔다면 더 힘들어질 것이고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우리 팀이 더욱 단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성향을 가진 선수들이 필요한데 김하성은 그런 점에서 완벽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니엔더 사장은 이어 “우리는 많은 선수들을 면밀히 분석했다. 특별 보좌관은 샌디에이고를 여러차례 방문했고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관찰하는 스태프들도 두고 있다. 영상 분석, 평판 조사를 진행한다. 우리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여러 구단에 퍼져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된다”라며 김하성에 대해 오랜 시간 면밀하게 조사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탬파베이의 김하성 영입이 ‘윈-윈’이라고 평가하는 듯 하다. ‘CBS스포츠’의 칼럼니스트 R.J. 앤더슨은 7일(이하 한국시간), ‘최고의 오프시즌 움직임’이라는 매체 내 설문에서 탬파베이와 김하성의 계약을 꼽았다.
앤더슨은 “탬파베이의 김하성 영입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김하성은 제가 가장 즐겨보는 선수 중 한 명이다”라며 “수비와 주루에서 수준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타격에서도 조용하지만 생산적인 타자다. 사실 시즌 막판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저는 그를 FA 랭킹 10위 안에 넣었을 것이다”라며 어깨 수술 이전의 김하성의 가치는 리그 최정상급 이었다고 강조했다.

어깨 부상 이후 우려점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김하성의 갖고 있는 본래의 역량과 가치가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하성이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다른 구단들의 아쉬움이 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물론 수술 이후 타격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김하성의 타격이 흔들린다고 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부차적인 능력들이 많다”며 “그래서 시즌이 진행되면서, 특히 트레이드 마감 시점이 다가오면 많은 팀들이 그를 영입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김하성은 지난 4일, 탬파베이 입단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4월 말에서 5월 초 복귀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몸 상태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 만약 김하성이 예상대로 5월 즈음 복귀해 7월 말까지 약 2~3달 가량 건강함을 증명하고 기량을 보여준다면, 트레이드 시장에서 인기있는 매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탬파베이도 구단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최고액을 투자했지만 김하성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또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이 옅어진다면, 유망주 혹은 신인 지명권 등의 대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탬파베이는 여러 가능성 중 김하성이 건강할 것이라는 명제에 과감하게 베팅했고 과감한 베팅의 대가로 다양한 부가가치까지 얻어올 수 있다.
김하성과 탬파베이 모두에게 이번 계약은 만족스러운 계약이 될 수 있을까. 머뭇거린 다른 구단들이 후회하게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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