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44경기의 기나 긴 정규시즌 레이스에서 뎁스를 뒷받침해야 할 베테랑들의 힘이 필요한 순간은 분명히 온다.
롯데는 올해 스프링캠프에 기존 주축 선수들에 더해 그동안 김태형 감독이 살펴보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을 대거 1군 캠프에 데려갔다. 이 과정에서 제외된 선수가 내야수 노진혁(36)과 김민성(37)이다.
지난해 노진혁과 김민성은 팀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FA로 합류한 베테랑들이었지만 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들은 개막 때까지만 하더라도 계산이 서야 하는 선수들이었는데 계산이 힘들어졌다.
2023시즌을 앞두고 4년 50억원의 FA 계약을 하며 롯데에 합류한 노진혁은 지난해 73경기 타율 2할1푼9리(137타수 30안타) 2홈런 13타점 OPS .604의 성적을 남겼다. 4차례나 1군에서 말소되면서 김태형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 주 포지션이었던 유격수에서 밀려나 3루수 1루수 등 다른 포지션에서 더 많이 뛰어야 했다. 롯데는 노진혁이 주전 유격수가 되어주기를 바랐지만 2년 간 주전 유격수가 아닌 벤치 멤버로 전락했다.

김민성도 지난해 안치홍의 한화 이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스프링캠프 직전 LG와 2+1년 총액 9억원에 계약한 뒤 사인 앤 트레이드로 계약했다. 프로 데뷔 팀이었던 롯데로 14년 만에 돌아왔다. 김민성도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으로 롯데 내야진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주전으로 낙점을 받았다. 하지만 김민성도 부침을 겪었고 또 부상도 찾아왔다.
35경기 타율 2할(70타수 14안타) 2홈런 8타점 OPS .678의 기록에 그쳤고 6월 13일 1군에서 말소된 이후 한 번도 콜업되지 못했다. 2군에서는 45경기 타율 3할5푼2리(128타수 45안타) 5홈런 25타점 OPS .997로 활약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확장엔트리 기간에도 이들을 외면했다.
계산이 설 것이라고 생각했던 베테랑 선수들이 부진하자 어쩔 수 없이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게 됐는데, 이게 대박이 났다. 타선의 세대교체가 시작되고 완성됐다.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 손호영으로 이어지는 ‘윤고나황손’이라는 타선의 새로운 주축이 형성됐다. 내야진에 위치한 선수가 2루의 고승민, 1루의 나승엽, 그리고 3루의 손호영이었다. 노진혁과 김민성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결국 올해 두 베테랑은 1군 캠프가 아닌 2군 캠프에서 시작을 하게 된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대만 스프링캠프를 출발하면서 “못 봤던 젊은 선수들을 더 보고 싶었다. 노진혁, 김민성은 지난해 다 보지 않았나”라며 “지난해 경쟁에서 밀리면서 본인 자리를 못 잡았는데 워낙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라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이 가는 거보다 2군 쪽에서 천천히 몸을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윤고나황손’이 주축이 됐다고 하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만, 섣불리 계산하기는 힘들다. ‘풀타임 2년차’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 아직 보여줄 게 더 많은 선수들이지만 또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갖고 있는 재능과 잠재력이 워낙 풍부하고 앞으로 더 기대가 되는 것은 맞지만, 무작정 변수 없는 상수라고 생각했다가는 시즌 구상에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외야진의 윤동희와 황성빈의 경우 해당 포지션에서 풀타임 시즌을 거듭 치르면서 발전했지만, 내야진의 나승엽 고승민 손호영의 경우 해당 포지션 풀타임 시즌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3시즌은 꾸준하게 주전으로 활약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막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한 선수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나승엽 고승민 손호영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이들은 이제 막 풀타임 2년차에 접어든다. 더 나아자기 위해 변화를 꾀하다가 스스로 걸려 넘어지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 감독이 생각치 못했던 변수가 곳곳에서 나올 수 있다.
그렇기에 노진혁과 김민성 등 베테랑 선수들이 필요하다. 김태형 감독과 구단 입장에서는 변수 없이 구상대로 시즌이 흘러가기를 바라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뒤에서 받쳐줄 선수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게 바로 선수층이다. 노진혁과 김민성에게 기대한는 바다.
김태형 감독은 당장 구상에서 제외된 선수라도 뒤에서 묵묵히 다시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면 말 없이 지켜보고 기회를 주곤 했다. 노진혁과 김민성도 이러한 김태형 감독의 시선에 다시 들어야 한다. 필요한 순간, 팀의 변수를 상쇄시켜주는 역할을 이들에게 기대하고 있다. 언젠가 59억 베테랑 FA들이 필요한 순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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