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거리가 있었지만 희망적인 면도 찾을 수 있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대만 평가전은 선발 경쟁의 분수령이 되는 것일까.
롯데는 12~13일 열린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의 평가전 2경기를 모두 패했다. 12일 열린 1차전 경기는 3-4로 석패를 했지만, 13일 2차전은 8회 대만에 만루포를 허용하는 등 대거 5실점 하면서 3-7로 역전패를 당했다. 예년보다 열흘 가량 빨리 실전 경기를 치르면서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엇비슷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어차피 이번 평가전의 의미는 대만 쪽에 더 둘 수밖에 없었다. 오는 21일부터 타이베이돔에서 열리는 2026 WBC 예선전을 위해 소집된 대표팀이다. 니카라과,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예선을 치른다. 지난해 프리미어12 우승팀인 대만 입장에서는 수월하게 예선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전 감각이 분명 필요했다. 대만으로서는 한국 프로팀과 스파링파트너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롯데 입장에서도 경쟁이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들을 점검해야 했다. 20일 가량의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선수들의 성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해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한 멤버들이 주축을 이룬 이번 대만 대표팀은 더할나위 없는 오디션 무대였다.

12일 1차전에서는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선발 등판해 최고 148km의 구속을 뿌리면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2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2025년 첫 실전 등판인 것을 감안하면 구속이나 내용 등 모두 만족스러웠다. 시기가 시기임을 감안해야 했다.
아울러 박세웅의 뒤를 이어 등판한 2024년 신인 박준우가 1⅔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해 건장한 체구에 비해 다소 아쉬운 패스트볼 구속이 이날 등판에서는 많이 상승한 모습이었다. 최고 145km의 패스트볼을 뿌렸다. 4번째 투수 나균안이 1이닝 2피안타 2볼넷 1사구 1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13일 2차전, 김태형 감독의 근심거리와 희망거리가 동시에 나왔다. 지난해 스텝업 했던 좌완 선발 김진욱이 이날은 1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47개의 공을 던지면서 볼넷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지난해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상무 입대를 취소하고 팀에 잔류한 김진욱이다. 자신의 커리어가 달린 시즌을 보내야 하는데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았다. 또한 아직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여파인지,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39km에 불과했다. 140km를 넘지 못했다. 구위는 저하됐고 제구력도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김진욱을 향한 근심은 뒤이어 올라온 박진 덕분에 말끔하게 씻겼다. 2회 무사 만루를 만들어놓고 내려간 김진욱의 뒤를 이어 등판한 박진은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1실점만 기록했다. 이후 박진은 5회까지 퍼펙트로 이닝을 틀어막았다. 3이닝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였다.
최고 144km의 패스트볼 12개, 슬라이더 10개, 커브 2개, 포크볼 1개 등 총 25개의 공을 던졌다. 효율적인 피칭의 정석을 선보였다. 타자와 피하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뿌리면서 범타를 유도해내는 능력을 거침없이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이 흡족해 할만한 과정에 결과까지 완벽했다.
당장 찰리 반즈와 터커 데이비슨이라는 외국인 원투펀치, 토종 에이스 박세웅까지만 고정됐을 뿐, 4~5선발은 여전히 미궁이다.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활약으로 우선순위를 점했던 김진욱이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대만 평가전을 통해서 입지가 바뀔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만큼 박진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1차전의 박준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선발 후보군이다. 반면 김진욱은 구속도 아직 올라오지 않았고 팔꿈치 부상 이슈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박준우와 박진의 약진으로 롯데 선발진 경쟁 구도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특히 박진의 완벽투는 김태형 감독의 마음을 흔드는데 충분한 성과다. 과연 롯데 선발진은 어떻게 정리가 될까. 대만 평가전이 선발진 경쟁의 분수령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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