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원경'에서 열연한 배우 이현욱이 조선 태종 이방원을 연기하며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이현욱은 19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최근 종영한 tvN, 티빙 드라마 '원경', '원경: 단오의 연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원경'은 남편 태종 이방원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 왕과 왕비, 남편과 아내, 그 사이 감춰진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더 글로리'로 호평받은 배우 차주영이 타이틀 롤 원경왕후로 열연했고, 이현욱은 그의 남편인 조선 3대 왕 태종 이방원 역으로 활약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이현욱은 "너무 유명한 왕이고 실존인물이다 보니, 보시는 분들이 갖고 있던 '이방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 기대감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저는 너무나도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라서 다른 면을 봐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잘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런 부분들이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태종에 관한 유튜브, 역사적 자료를 달고 살았다는 그는 "'역사 한 끼'라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역사학자 선생님과 말씀도 나눴다. '용의 눈물' 같이 아직도 회자되는 태종 이방원, 여러 선배님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을 보면서 정서적인 것들을 많이 파악하려 했다. 그 마음이 뭘지. 큰 역사적인 사건들로 다뤄지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인물의 감정을 다룬 건 없던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자신만의 이방원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역사적 상황이 사실 원경왕후한테도 태종한테도 친절하진 않았다. 자료가 많이 없었다. 태종의 경우도 굉장히 새로운 시도였는데 도박 같았다. 모험이고. 누군가는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 똑같은 인물이면 유동근 선배님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님이 연기한 계보를 잇는 것에 그쳤을 것 같다. 다른 해석이 있다면 앞으로도 새로운 가지가 나오면서 다양성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캐릭터 해석에 대한 고민을 밝혔다.

이 같은 부담감과 고민에도 첫 사극으로 '원경'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나중에 할 수 없을 것 같았다"라고. 그는 "조선 태종 이방원, 누구나 한 번쯤 하고 싶은 역할 아닌가. 그런데 나중에는, 또 이런 인간적인 왕은 할 수 없을 것 같았다"라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물론 '인간적인 이방원'의 면모에 공감하지 않는 반응들도 있었다. 오히려 '킬방원'으로 회자되는 강인한 군주 태종을 '찌질남'으로 평가절하했다며 급기야 '역사왜곡'이라는 질타도 있던 터. 반대로 "킬방원이 '힐방원'이 됐다"라는 팬들의 응원도 있던 터다. 이 같은 다양한 반응들, 그 중에서도 악플 섞인 비판은 이현욱을 힘들게 했다.
그는 "너무 괴롭고 많이 힘들었다"라며 한숨을 쉬며 고백한 뒤 "실제로 울기도 많이 울었다"라고 털어놨다. "인터뷰도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생각할 정도였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종영 후 취재진고 대면한 것에 대해 이현욱은 "역사 왜곡을 생각하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없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역사 전문가들의 선생님, 자문을 끊임 없이 하고 있었다. 역사학자 선생님도 하시는 말씀이 실록이 기록을 했지만 다르게 볼 수 있는 관점이 있어서 그 것도 역사학자 분들께서도 의견이 나뉜다고 하셨다. 당연히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굉장히 조심했다. 그럼에도 비판적인 이야기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원경왕후와의 사랑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많이 만들었다. 11, 12부는 굉장히 자신 있었다. 인간적인 애환을 보여주는 것에는 자신감이 확실히 생겼다.. 그런 부분들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캐릭터를 잡아서 그런 부분을 봐주셨다면 감사하다.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태종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뚜렷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라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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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길스토리이엔티, tvN-티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