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가 스프링 트레이닝부터 포지션 교통정리고 골머리를 앓게 됐다. 간판 스타 라파엘 데버스(29)가 공개적으로 포지션 이동을 거부하며 3루를 고집하는 가운데 동료 선수도 그에게 동조하면서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보스턴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FA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을 3년 1억2000만 달러에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브레그먼이 오면서 기존 3루수 데버스는 1루수 또는 지명타자로 자리를 옮겨야 할 처지가 됐다. 데버스보다 수비가 월등히 좋은 브레그먼을 3루수로 쓰는 게 보스턴으로선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데버스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스프링 트레이닝 현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3루가 내 포지션이다. 구단 계획이 뭔지 모르겠지만 내 의지가 뭔지 분명히 말했다. 지명타자도, 1루수도 아니다”고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데버스는 지난 2023년 1월 보스턴과 11년 3억13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할 때 3루수로 가능한 오래 뛰는 것을 보장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리더가 바뀌었다. (2년 전 계약을 했던) 하임 블룸은 지금 세인트루이스에 있다”며 구단 운영 책임자가 바뀐 만큼 구단 계획도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데버스가 예상보다 강하게 반발하면서 보스턴도 조금은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다. 코라 감독도 “데버스는 3루수로서 자부심이 강하지만 이건 팀 문제다. 어떤 결정을 하든 팀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며 데버스의 양보를 기대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사진] 보스턴 라파엘 데버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2/19/202502191825776677_67b5a7652643b.jpg)
이런 상황에서 보스턴 팀 동료도 데버스의 3루 고집을 옹호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스턴 1루수 트리스턴 카사스(25)는 “내 생각에도 데버스는 3루수다. 지금 시점에서 그게 정답이다. 그는 오랫동안 3루를 지켜왔고, 그 자리에서 수비력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3루 수비를 해야 운동 능력도 유지하고, 데버스다운 타격을 보여줄 것이다”고 말했다.
데버스는 2017년 데뷔 후 9시즌 통산 942경기에 선발 출장했는데 전부 3루수였다. 유격수, 2루수로 각각 2경기 3이닝씩 교체로 나선 게 전부로 1루수 경험은 아예 없다. 카사스는 “데버스는 다른 포지션을 전혀 모른다. 난 그가 리그 최고의 3루수라고 생각한다”며 “브레그먼이 2루수를 맡아야 한다. 운동 능력이 좋은 선수라 2루에서도 충분히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사실 카사스 입장에선 데버스가 3루에서 밀려나 1루나 지명타자로 옮기면 출장 기회를 위협받을 수 있다. 데버스를 위한 발언일 수 있지만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사진] 보스턴 라파엘 데버스와 트리스턴 카사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2/19/202502191825776677_67b5a765b3366.jpg)
2023년 132경기 타율 2할6푼3리(429타수 113안타) 24홈런 65타점 OPS .856으로 아메리칸리그(AL) 신인상 3위에 오른 좌타 1루수 카사스는 지난해 발목 부상 여파 속에 63경기 타율 2할4푼1리(212타수 51안타) 13홈런 32타점 OPS .800으로 주춤했고, 오프시즌에 트레이드설도 흘러나왔다.
카사스의 정확한 속내야 본인만 알겠지만 포지션 이동을 거부한 데버스를 옹호하면서 보스턴의 분위기가 묘하게 됐다. ‘굴러온 돌’ 브레그먼은 어느 자리든 좋다는 입장이다.
전날 선수단 전체 회식에서 데버스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힌 브레그먼은 “여기 있는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 데버스는 훌륭한 선수이고, 그와 야구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난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느 자리에서든 뛰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
![[사진] 보스턴 라파엘 데버스와 트리스턴 카사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2/19/202502191825776677_67b5a76640b1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