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수비 안되는데…’ 3루수 고집하는 4524억 타자, 난처한 1732억 이적생 “나는 어디든 상관없어”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25.02.20 07: 40

보스턴 레드삭스가 주전 3루수를 두고 내홍에 빠졌다. 이적생 알렉스 브레그먼(31)은 기존 3루수인 라파엘 데버스(29)를 배려하며 한 발 물러섰다. 
메이저리그 공식매체 MLB.com은 지난 19일 “데버스가 레드삭스 캠프에서 3루수로 잔류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뉴스에 오른 지 몇 시간 뒤에 알렉스 코라 감독 집에서 열린 팀 회식에서 데버스와 브레그먼은 편안하게 농담을 즐겼다”라고 전했다. 
데버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980경기 타율 2할7푼9리(3802타수 1062안타) 200홈런 638타점 616득점 32도루 OPS .856을 기록한 올스타 3루수다. 지금까지 세 차례 올스타(2021년, 2022년, 2024년)에 선정됐고 두 차례 실버슬러거(2021년, 2023년)를 차지했다. 2023년 1월에는 보스턴과 11년 3억1350만 달러(약 4524억원)에 연장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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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보스턴 레드삭스 알렉스 브레그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스턴은 주전 3루수가 확고한 상황에서도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3루수 브레그먼과 3년 1억2000만 달러(약 1732억원) 계약을 체결하며 3루수를 보강했다. 브레그먼은 메이저리그 통산 1111경기 타율 2할7푼2리(4157타수 1132안타) 191홈런 663타점 694득점 42도루 OPS .848을 기록한 베테랑 3루수다. 지난 시즌 145경기 타율 2할6푼(581타수 151안타) 26홈런 75타점 79득점 3도루 OPS .768로 타격은 조금 아쉬웠지만 빼어난 수비력을 보여주며 아메리칸리그 3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타격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데버스는 수비에서는 분명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수비 지표인 OAA(Out Above Average)의 지난 시즌 수치는 -6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평균적인 3루수보다 아웃카운트를 6개 잡지 못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브레그먼은 +6을 기록하며 규정타구를 채운 3루수 43명 중에서 6위에 올랐다. 데버스는 37위다. 
[사진] 보스턴 레드삭스 라파엘 데버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보스턴 레드삭스 알렉스 브레그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스턴은 수비가 좋은 브레그먼에게 3루수 수비를 맡기고 데버스는 지명타자 등으로 기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데버스가 이러한 보스턴의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미국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데버스는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내 포지션은 3루수다. 구단의 계획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말했다. 지명타자도 아니고 1루수도 아니다”라며 3루수로 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동료들도 데버스를 옹호하고 나섰다. 1루수 트리스턴 카사스는 “나는 3루수가 데버스의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3루수다. 그는 오랫동안 3루수로 뛰었다. 그리고 그는 그 포지션에서만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수비는 매년 좋아지고 있다. 미래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 문제가 데버스에게 달려있다고 본다”라며 데버스를 두둔했다. 이어서 “브레그먼은 2루수로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트레버 (스토리)는 멋진 유격수로 활약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데버스의 포지션을 결정할 코라 감독은 이적생인 브레그먼과 데버스의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코라 감독은 두 선수가 팀 회식에서 45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히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나섰다. 
브레그먼 역시 기존에 팀에서 활약하고 있던 데버스를 존중하며 팀이 결정한다면 2루수로 뛸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정말 재밌었다”라고 팀 회식 분위기를 전한 브레그먼은 “승리에 대해 이야기했고 야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즌을 향한 기대감도 이야기했다”면서 “데버스와 팀 동료가 되어서 정말 기쁘다. 그는 훌륭한 선수다. 클럽하우스의 모든 사람들이 우승을 생각하고 있으며 나는 팀 승리를 돕는데 집중하고 있다. AC(코라 감독)가 지시하는 대로 어디서든 플레이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팀 전력 구성을 본다면 브레그먼이 3루수로 뛰고 데버스는 지명타자 등 타격을 더 살릴 수 있는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지만 데버스는 3루수 자리를 내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시즌 시작 전부터 고민거리가 생긴 보스턴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팬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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