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최근 쿠바 출신 내야수 율리 구리엘(41)을 영입하기 전 투수 다르빗슈 유(38)부터 찾았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야구운영사장 겸 단장은 다르빗슈에게 세 번이나 구리엘을 티에 데려와도 괜찮은지 물었다. 두 선수에 얽힌 ‘악연’ 때문이었다.
때는 2017년 월드시리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다르빗슈는 LA 다저스, 구리엘은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이었다. 문제의 사건은 월드시리즈 3차전에 일어났다. 당시 구리엘은 2회 다르빗슈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치고 난 뒤 덕아웃에 들어와선 양손 검지로 눈가를 잡아당겼다.
눈을 찢는 동작은 동양인 외모를 비하하는 인종차별 행위로 잘 알려져 있다. 구리엘의 이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고, 인종차별 논란으로 확대됐다. 구리엘이 ‘치니토(chinito)’라고 중국사람을 뜻하는 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빼도 박도 못하는 인종차별이었다.
구리엘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다르빗슈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하고 싶다”며 “그는 일본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다. 일본은 내게 기회를 준 소중한 곳이다. 일본의 누구에게도 모욕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014년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1년을 뛰기도 했던 구리엘은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다음 시즌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야 했다.
![[사진]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다르빗슈 유를 상대하는 율리 구리엘.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2/19/202502191718770962_67b5f80f9295c.jpg)
“무례한 행동”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낸 다르빗슈는 이내 ”완벽한 사람은 없다. 구리엘이 한 행동은 옳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를 비난하기보다 배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이걸 통해 배운다면 인류에 큰 걸음이 될 것이다. 분노하기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인종차별을 당했지만 성숙하게 대처한 다르빗슈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그로부터 8년의 시간이 흘러 두 선수가 샌디에이고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19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 따르면 인종차별로 얽힌 관계라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도 구리엘 영입 전 다르빗슈의 의사를 확인했다.
조금이라도 꺼림칙하면 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구리엘을 영입해도 상관없다. 그 일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렐러 단장은 세 번이나 다르빗슈의 의사를 물었지만 대답은 바뀌지 않았고, 구리엘과 계약을 진행했다. 다르빗슈가 또 다시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이며 인종차별 가해자를 새 동료로 품은 것이다.

한편 샌디에이고는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구리엘을 영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면 연봉 125만 달러를 받고, 인센티브 100만 달러가 추가되는 조건이다. 주 포지션 1루수, 지명타자인 구리엘은 루이스 아라에즈의 백업 역할을 할 전망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 한국전에서 9회초 정대현에게 끝내기 병살타를 친 것으로 유명한 쿠바 출신 강타자 구리엘은 2016년 휴스턴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했다. 지난해까지 9시즌 통산 성적은 927경기 타율 2할8푼(3398타수 952안타) 98홈런 468타점 OPS .764. 2021년 아메리칸리그 타율 1위(.319)에 오르며 1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도 받았다.
![[사진] 캔자스시티 시절 율리 구리엘.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2/19/202502191718770962_67b5f81033eb3.jpg)
2022년부터 하향세를 보인 구리엘은 2023년 마이애미 말린스, 지난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옮겨다녔다. 지난해 애틀랜타와 마이너 계약 후 빅리그 콜업 없이 8월말 캔자스시티로 트레이드됐다. 캔자스시티에서 콜업된 뒤 18경기를 뛰었지만 타율 2할4푼1리(54타수 13안타) 무홈런 6타점 OPS .635로 부진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