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뒤 다시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좌완 투수 심재민(31)이 9개월 만에 감격의 첫 실전 등판을 가졌다.
심재민은 21일 대만 타이난에 위치한 아시아-퍼시픽 국제야구훈련센터에서 열린 대만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와의 연습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동안 33개의 공을 던지면서 2피안타 2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해 5월 12일 퓨처스리그 SSG전 이후 약 9개월 만에 실전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를 괴롭혔던 허리 통증을 이겨내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심재민은 지난해 허리에 이상신호가 왔다. 2023시즌이 끝나고 어깨 통증이 발생하며 재활을 겨우 끝냈는데 이번에는 허리가 말썽이었다.
척추 뼈가 신경을 누르면서 다리 쪽에 저림 증상이 발생했다. 커리어 전체의 위기였다. 허리의 왼쪽과 오른쪽에 모두 칼을 댔다. 6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을 5일 간격으로 두 차례나 받았다. 그렇게 야구선수 심재민의 2024년은 삭제됐다.
하지만 심재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재활 페이스를 끌어 올리면서 퓨처스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됐다. 실전 위주의 경기가 펼쳐질 퓨처스 캠프 명단에 포함됐다는 것은 곧, 마운드 위에 설 수 있다는 의미였다. 복귀 ‘디-데이’가 바로 21일이었다.

경기 전 김용희 퓨처스팀 감독은 “수술 이후 첫 등판이다. 가볍게 던질 것이다. 그리고 좀 맞을 것이다. 지금 맞는 것은 괜찮다. 오랜 기간 안 던지다가 다시 처음 던지는 것이지 않나. 마운드 위에서 아마 어색하고 낯설 것이다.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는 건 어렵다. 차라리 처음에 맞는 게 좋다. 그래야 뭐가 부족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퍼포먼스 자체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수술 후 첫 등판 자체에 의미를 뒀다.
선발 등판한 홍민기가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5회부터 심재민이 공을 이어 받았다. 선두타자 쩡위청을 초구에 투수 땅볼로 잡아냈다. 치우쉰을 상대로는 중전안타를 맞았고 2루 도루에 이은 포수 송구 실책이 나와 1사 3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맞으면서 실점했다. 쩡콰치에를 2루수 직선타로 잡아낸 뒤 리솨치에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심재민의 벨트에 맞는 강습 타구였지만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심재민은 선두타자 첸지아러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았다. 무사 2루의 위기에서 또 포수 포일이 나오며 무사 3루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나 린야오황을 삼진, 투위펑까지 삼진 처리해 2사 3루를 만들었다. 결국 마오위치에까지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워 추가 실점 없이 이날 주어진 이닝을 마무리 했다.

33개의 공을 던지며 최고 141km의 패스트볼을 뿌렸다. 8달 만의 실전 등판이란 것 치고는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커브 9개, 슬라이더 6개, 체인지업 4개 등을 구사했다. 구위가 뛰어나지 않았지만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으로 실전 공백을 지웠다. 김용희 감독의 예상이 빗나갔다. 심재민의 천재성이 드러난 등판이었다.
경기 후 잠시 만난 심재민의 얼굴에는 긴장이 풀려 있었다. 하지만 복귀 등판을 마쳤다는 후련함도 담겨 있었다. 그는 “왼쪽과 오른쪽 허리 수술을 두 번 받았다”라며 “일단 아프지 않으니까 너무 기쁘다. 그리고 다시 공을 던질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았다. 어깨도 괜찮다”라며 복귀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심재민의 복귀로 김태형 감독은 또 하나의 카드를 쥘 수 있게 됐다. 9개월 만의 첫 실전 등판임에도 141km의 구속까지 찍혔다. 정상적으로 페이스를 더 끌어올리게 된다면 분명 1군 마운드가 더 탄탄해질 수 있다. 비록 구위가 엄청난 선수는 아니지만 일단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투수다. 건강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선발이나 불펜 어디서든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이기에 1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과연 심재민의 밝은 표정을 1군 마운드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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