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인 밴픽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유연한 대처도 있었지만…”
취재진과 만남이 끝난 이후 사석에서 짧은 이야기를 나눌 때도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리기 보다는 현 상황에서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계속 하고 있었다.
자진 사임한 2021시즌을 제외하고 김정수 감독은 롤드컵 무대에 진출을 실패한 적 없는 명장이다. 그래서 따라붙은 애칭이 ‘롤드컵 청부사’다. 그런 그도 자신의 실책을 깔끔하게 인정했다. 선수들의 발언권이 강한 상황에서도 지도자로써 조율하지 못한 점을 그는 자책하고 있었다.
젠지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5 LCK컵 플레이오프 3라운드 패자조 농심과 경기에서 2-0 상황에서 자칫 역스윕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쵸비’ 정지훈이 특급 캐리로 벼랑 끝에서 살아남으며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젠지는 이틀 뒤인 오는 22일 디플러스 기아와 결승의 남 한 자리를 다투게 됐다.
패자조 결승 진출이 확정된 이후 취재진을 만난 김정수 감독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 임했다. 취재진과 만나기 직전에도 ‘룰러’ 박재혁과 경기에서 있었던 몇몇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먼저 김정수 젠지 감독은 안도의 한 숨을 쉬면서 경기력에 대한 아쉬웠던 부분을 피하지 않고 인정했다. 직접적으로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밴픽 과정에서 삐꺽였던 점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설명하면서 경기 내적인 문제의 원인이 경기 외적 요소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힘든 상황까지 갔다. 힘든 경기였다. 그래서 보완할 점들이 많다. 그래도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이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에서 부족했던 점들을 다 열거할 수 없지만, 밝힐 수 있는 선에서 이야기 드리면 거의 다 즉흥 픽이었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즉흥적으로 픽한게 많았다. 그래서 나 역시도 반성하고 있다. 그 당시 판단을 더 잘했다면 어떠했을까에 대해서다. 이기기 힘든 픽들이 많았다. 피드백을 해야한다.”

김정수 감독은 “선수들과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기본적인, 기초적인 점에 집중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았다. 초반 싸움 구도와 유충이 있을 때 콜이 안 돼 솔로랭크 처럼 하는 플레이에 대해 피드백했다. 밴픽에 대해서도 4시간 정도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모든 것을 개선하지 못했다. 계속 노력해서 바꿔야 할 것 같다”며 현재 젠지의 문제점을 덧붙였다.
다음 상대인 DK에 대해 김 감독은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겠다. DK 경기력이 좋아서 우리가 더 힘들거라 생각한다. 하루 밖에 준비할 시간이 없지만 피드백 이후 돌아와 DK전을 승리해보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김정수 감독은 “돌아가서 감독으로 역할에 대해 잘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점들에 대해 반성을 해 볼 생각이다. 선수들과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피드백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은 당연하다. 선수단과 다시 한 번 힘내서 DK전을 꼭 이기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