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만 울고 있다. '2024년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 아데몰라 루크먼(28)이 감독의 공개 폭언으로 아탈란타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아탈란타 구단주 안토니오 페르카시는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루크먼과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이 관계를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루크먼은 가스페리니 감독에게 '역대 최악의 페널티킥(PK) 키커'로 지목된 뒤 반격에 나섰다"라고 보도했다.
아탈란타는 19일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게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클뤼프 브뤼허에 1-3으로 패했다.
이로써 아탈란타는 합산 스코어 2-5로 무릎 꿇으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처음 대진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아탈란타의 우세를 점치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1차전에서 1-2로 패한 아탈란타는 안방에서 역전을 꿈꿨다. 하지만 전반에만 3골을 얻어맞으며 0-3으로 끌려갔다. 탈락을 면하기 위해선 최소 4골이 필요한 상황. 아탈란타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힘을 냈다. 하프타임 교체 투입된 루크먼이 후반 1분 만회골을 넣으며 추격의 신호탄을 쏜 것.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루크먼이 후반 16분 얻어낸 PK 키커로 나섰지만, 상대 골키퍼에게 완벽히 막히고 말았다. 결국 아탈란타는 더 이상 득점하지 못했고, 슈팅 30개를 퍼붓고도 1골에 그치며 무릎 꿇었다.


경기 후 가스페리니 감독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루크먼을 공개 저격했다. 그는 "루크먼은 그 PK를 차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최악의 PK 키커다. 솔직히 훈련에서도 끔찍한 기록을 갖고 있다. 루크먼은 몇 개만 성공한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가스페리니 감독은 원래 루크먼은 PK 키커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마테오 레테기와 샤를 더케텔라러가 있었다. 하지만 루크먼이 득점한 뒤 열정에 휩싸여 PK를 차지하기로 결정했다. 그건 전혀 고맙지 않은 제스처였다"라고 쏘아붙였다.
아무리 감독의 지시를 어겼다지만, 이 정도로 수위 높은 공개 비난은 이례적인 일. 루크먼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런 날에 이 성명서를 작성해야 하다니 슬프다. 무엇보다 팀과 도시로서 함께 이룬 성과 때문이다. 이 클럽과 팬들에게 성공을 가져다주기 위해 매일 엄청난 노력과 헌신을 쏟아부었다. 이런 저격은 상처를 넘어 엄청난 무례함으로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루크먼은 자신이 PK를 뺏은 게 아니라고도 해명했다. 그는 "놀라운 팬들과 함께 우리 팀도 어젯밤 결과에 상처를 받고 있다. 경기 중에 PK 전담 키커가 내게 차라고 지시했다. 그 순간 팀을 위해 내가 책임을 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탈란타 측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루크먼은 아탈란타 공격의 핵심이기 때문. 유망주였던 그는 2022-2023시즌 아탈란타에 합류했고, 리그 13골을 터트리며 날개를 펼쳤다. 지난 시즌엔 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아탈란타의 대회 첫 우승을 이끌었고, 구단 올해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루크먼은 올 시즌에도 활약을 이어갔다. 그는 세리에 A 19경기에서 10골 5도움, UCL에서 7경기 5골 1도움을 올리며 아탈란타 공격을 책임졌다. 이적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스카이 스포츠는 "가스페리니는 루크먼에게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페르카시 구단주는 둘의 관계가 시즌이 끝날 때까진 유지되길 바란다. 그 역시 루크먼은 올여름에 이적을 요청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파브리시오 로마노도 루크먼의 이탈은 확정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스카이 스포츠는 "루크먼은 아탈란타에서 중요한 톱니바퀴다. 지난 한 달간 그의 부상 결장은 팀이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라며 "하지만 이제 감독과 핵심 선수의 관계가 분열됐다. 이 전쟁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궁금하다. 가스페리니의 발언은 다소 가혹하다. 루크먼은 아탈란타에서 4차례 페널티킥을 모두 득점하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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