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김혜성이 가장 바쁜 하루를 뜻깊게 보냈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첫 안타를 기록했고,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중견수 수비도 깔끔하게 해냈다.
LA 다저스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가졌다. 김혜성은 대타로 나와 2타수 1안타 1볼넷 멀티 출루를 기록했고, 수비에선 유격수와 중견수 멀티 포지션을 소화했다. 다저스는 8-3으로 승리하며, 시범경기 3연패 끝에 첫 승을 거뒀다.
경기를 마친 김혜성은 캐멀백 랜치에서 짐을 챙겨 바로 옆의 다저스 스프링캠프 클럽하우스로 이동했다. 따가운 햇살에 유격수와 중견수로 번갈아 뛴 김혜성은 땀과 함께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멀티 포지션을 하느라) 선발로 뛴 것보다 더 힘들었을 거 같다는 말에 김혜성은 "맞아요"라고 답했다. 첫 안타를 축하한다고 하자, 김혜성은 고개를 흔들며 쑥스러워하며 "아니다. 아쉬움만 남는 경기다"라고 살짝 웃었다. 첫 안타 상황은 "치고 열심히 뛰고, 그래서 다행히 운 좋게 안타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지 묻자, 김혜성은 "마지막 타석이 제일 아쉽다. 좌투수였는데, 팀에서 좌투수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도 사람 욕심이라는게, 좌투수에 잘 치면 좋잖아요. 좌투수 공을 치고 싶었는데, 결과가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첫 중견수 수비도 축하받을 일이었다. 김혜성은 "타구가 제발 '와라, 와라' 했는데 다행히 2개 왔다. 낮경기에 외야를 하는 것은 거의 완전 처음이라 타구가 오기를 바랐다. 와서 좋았다. 다행히 엄청 어려운 공이 오지는 않아서 연습과 별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7회 첫 타구 처리는 라인드라이브라 어려웠을 수 있다. 김혜성은 "그 때 다행히 운좋게 타구 판단이 잘 돼서 이상없게 잘 처리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슬럼프 때 제대로 맞은 타구 보다 빗맞은 안타가 나오면 잘 풀린다고들 한다. (내야 안타이지만) 첫 안타가 나왔으니 이제 잘 되지 않을까 라는 말에 김혜성은 "안타가 나오긴 나왔으니, 이번 계기로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좀 더 타석에서 집중하는 부분을 잘 신경쓰면서, 결과까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무키 베츠(유격수) 토미 에드먼(2루수) 마이클 콘포토(지명타자) 키케 에르난데스(1루수) 오스틴 반스(포수) 미겔 로하스(3루수) 크리스 테일러(좌익수) 앤디 파헤스(중견수) 자이르 호프(우익수)가 선발 출장했다. 전날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김혜성은 이날 경기 전에 "중간에 중견수로 나갈 준비를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김혜성은 다저스가 3-2로 앞선 4회말 공격 때 대기 타석에 배트를 들고 나타났다. 1아웃이 되고, 베츠의 타석에 김혜성이 대타로 들어섰다.
김혜성은 우완 에두아니엘 누네스를 상대로 2볼에서 3구 싱커(96.3마일)를 때렸는데 파울이 됐다. 4구째 또 97.1마일(156.3km) 싱커가 들어오자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었고, 1~2루 사이로 굴러갔다.
1루수 개빈 시츠가 잡아 1루 베이스커버에 들어간 투수에게 토스했는데, 번개처럼 달려간 김혜성의 발이 더 빨랐다.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드디어 시범경기 3경기 만에 나온 첫 안타였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없이 이닝이 끝났다.


5회초 수비, 김혜성은 베츠의 유격수 자리를 그대로 넘겨받았다. 5회와 6회 수비 때 유격수 쪽으로 타구는 하나도 날아오지 않았다.
김혜성은 6회말 2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서 우완 투수 프랜시스 페냐와 승부했다. 페냐의 제구가 갑자기 엉망이었다. 바깥쪽으로 한참 벗어나고, 원바운드 폭투가 되고, 포수 머리 보다 한참 높게도 날아갔다. 타격에 욕심내지 않고 볼을 지켜보며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득점은 없었다.
7회초 수비, 김혜성은 중견수 파헤스가 빠지자 중견수 자리로 옮겼다. 프로에 온 이후로 중견수 출장은 처음이었다. KBO리그에서도 중견수 경험은 전무했다. 7회초에는 타구 처리 기회가 없었다.
8회초 드디어 수비 기회가 왔다. 1사 후 클레이 던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중견수로 향했다. 타구 속도 91.2마일(146.8km)의 직선타를 잘 판단해서 잡아냈다. 그리고 9회에는 1사 1,2루에서 트렌트 브룩스의 뜬공 타구를 여유있게 처리했다.
김혜성은 8회말 타격을 아쉬워했다. 무사 1,2루 찬스에서 좌완 오스틴 데이비스와 승부였다. 좌완 상대로 초구 슬라이더에 헛스윙하고, 2구째는 볼이었다. 3구째 직구(88.1마일)에 헛스윙하며 카운트가 몰렸다. 4구는 파울. 5구 슬라이더를 잘 골라냈지만, 6구째 하이패스트볼(89.1마일)에 배트를 휘둘렀는데 파울팁 삼진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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