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에게 물어봐'와 '스터디그룹'에서 활약한 배우 한지은이 호불호 평가가 나뉘는 작품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한지은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을 비롯해 근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그는 인터뷰보다 하루 앞서 종영한 '별들에게 물어봐'에 대해 "열심히 만든 작품이고 애정하는 작품이다. '별들에게 물어봐'가 조금 시청자들에게 낯선 지점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했다. 그래도 OTT라는 좋은 매개체가 있으니까 넷플릭스와 티빙을 통해서 언젠가 시간이 지났을 때 한 번 쯤 다시 꺼내봐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라고 밝혔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파스타', '질투의 화신'으로 호평받은 서숙향 작가의 신작이자, 배우 공효진과 이민호가 주연으로 호흡한 작품이다. 이 가운데 한지은은 공룡(이민호)의 약혼녀 최고은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작품은 500억 원 대 제작비를 자랑하는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비판을 자아냈다.
이러한 반응과 관련해 한지은은 "어쨌든 우주라는 광활한 소재에서 보통 생각하시는 소재가 있었을 것 같다. 큰 스케일 안에서 이야기도 조금 더 큰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지점들에서 저희는 결국 갖고 가는 이야기가 큰 장소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원초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보니 갭이 크다고 느끼셨을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만 그런 한지은조차 이브(공효진)가 아이를 낳고 죽는 엔딩에 대해선 "인간적으로 속상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브의 결말도 한 사람으로 안타깝고 공룡을 보내줘야 하는 입장도 마음 아프다.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또 캐릭터의 열린 결말에 대해서는 혼자 상상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500억 제작비'에 대해서도 그는 "'우주'라는 공간을 세트장에서 장치들을 통해서 기본적인 장치들을 최대한 구축해서 세팅하고 나머지는 CG로 채워야 했기 때문에 제작비가 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장치적으로 큰 제작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큰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연기적으로는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돈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더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나아가 한지은은 "시청자 분들이 우리 드라마를 어떻게 느끼실까에 대한 걱정과 설렘 등 다양한 감정을 갖고 시작했다. 저는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다. 조금은 과장되고 조금은 낯설어 보일 수 있는 지점들이 낯설어서 그렇지 조금만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유쾌하게 생각을 하게 되더라. 굉장히 유쾌하고 솔직하고 거침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우리 이야기를 무겁게 가져가려고 시작했다면 오히려 더는 맞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가볍게 풀어낸 지점들이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다"라고 고백했다.
이에 그는 "조금은 자극적이어 보일 수 있는 그런 멘트들이 낯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점들이긴 했지만, 그런 것들을 조금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결국엔 사람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결국 하나로 모이는 건 우리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였다. 그 지점들로 따라가면서 봐주시면 조금 다른 감상을 보여주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더불어 극 초반 베드씬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너무 수월하게 촬영이 됐다. 감독님부터 현장에서도, 민호 배우도 여러 가지 배려를 해줬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촬영할 수 있었다. 제가 연기할 때 어렵다고 느낀 것들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단순하게 자극을 보여주려고 하는 장면들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지점들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만 해서 문제는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별들에게 물어봐'와 '스터디그룹'이 비슷한 시기 공개됐는데 반응은 갈렸다. 한지은은 "'스터디그룹' 같은 경우엔 워낙 사전부터 감독님이 굉장히 스피디한 전개로 만들어나갈 거라고 얘기를 해주셨다. 중간에 가편집을 봤다. 그 때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 이후에도 편집이 되는 과정에서 재미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 된 걸 미리는 못 봤는데 재미있게 잘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런데도 예상보다 더 많이 사랑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주인공 황민현이 입대한 뒤 공개된 '스터디그룹'. 한지은은 "저희는 주기적으로 모임도 하고 연락도 잘 하고 있다. 막방도 같이 봤다. 우리 입장에서도 아쉽고 민현이가 가장 아쉽고 속상한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워낙에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인데, '스터디그룹'에 더 애정이 많았다. 그래서 저희가 아쉬운 만큼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민현이 사진을 대신 올려주기도 하고 그렇게 홍보에 힘쓰자고 이야기들을 하면서 나눴다"라고 밝혔다.
'스터디그룹'에서 신인들과 주로 호흡한 것에 대해 한지은은 "워낙 열심히 잘해줬다. 감독님도 믿고 와주셨고. 모든 걸 그 친구들을 잘 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배운 지점들도 많다. 같이 잘 어우러져서 하는 게 다였다. 제가 선배이기 때문에, 낯을 가리는 도유 같은 경우 너무 예의가 바르더라. 저를 선배로 어려워하고 조심스럽게 대해주는 지점이 있을 때 그러면 친구들이 더 연기하기 자유롭지 못한 지점이 있을 것 같아서 나도 똑같이 연기를 배워가는 사람이고 시작이 조금 빨랐던 거지 똑같이 긴장된다고 풀어주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별들에게 물어봐'와 '스터디그룹' 말고도 한지은은 연극 '애나엑스'에 출연하며 휘몰아치는 일정을 소화했다. 그 사이 소속사도 달라져 이목을 끌었다.
정작 한지은은 침착했다. 그는 "연극을 하면서 제 입장에선 새로운 도전을 했다. 연극을 하면서 매체연기에 익숙해졌던 지점에서 오는 누구나 올 수 있는 정체기가 연극을 하면서 해소가 되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의 해소가 되는 이 마음을 잘 간직해서 다음 매체 작품을 할 때 잘 이어나가서 조금 더 연기적으로, 깊이 있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시기적으로도 잘 맞았지만 제가 연극을 도전한 이유가 정체기가 왔다고 느껴서였다. 연극을 어느 순간부터 늘 도전해보고 싶었다. 저도 모르게 매너리즘에 빠지더라. 그러면서 내가 조금 더 연기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건 아닐지, 늘상하던 것에 갇힌 것은 아닐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매너리즘 시기에 대해 드라마 '개미가 타고 있어요' 이후로 꼽으며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배우로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길에 있어서 누구나 겪는 것일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겪는 정체기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맞닥뜨렸던 시점이었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개미가 타고 있어요'를 할 때 저한테 새로운 작품 중 하나였다. 그 전엔 주연이란 타이틀로 작품을 하지만, 제가 온전히 주축이 돼서 이끌어간 작품이 처음이었다. 그 때 하면서 새롭게 배워야 하는 지점들도 많이 깨닫고 배웠다. 굉장히 열심히 했다. 제가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매너리즘에 빠졌다가 구원받을 정도로, 한지은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이에 한지은은 "모든 시간이 마음 먹은 대로 흐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하나 잘 왔다고 생각하는 건, 꾸준히 잘 활동을 하면서 반단계씩 성장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스스로가 떳떳하게 연기에 대한 열망 하나로 차근차근 열심히 잘 해오고 있었다. 그게 결국 제가 지금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도 잘 쌓여 나갔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배우로서라는 직업이 굉장히 매력있다고 최근에 느낀 지점이 있다. 우리는 연기할 때만 배우일 수 있지만 저는 제가 살고 있는 모든 순간과 일생이 배우로서 연기할 때 어쩔 수 없이 다 묻어나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가 살아오고 그 순간에 느꼈고 제 안에 쌓인 모든 것들이 결국엔 연기로서 깊이 있게 표현이 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게 단순히 인간으로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배우로 성장하는 것에 결부가 된다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진짜 큰 매력이라고 최근에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한지은은 "저 '로코' 하고 싶다. 이어지는 사랑 진짜 하고 싶다. 저는 그런 사랑을 못 해봤다"라며 '로코'와 같이 조금 더 감정적으로 서로 간의 교류를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외사랑이 많았다. 다만 그는 황민현과의 '스터디그룹' 시즌2에서의 로맨스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라고 고개를 저으며 선을 그어 웃음을 자아냈다.
오히려 한지은은 "신데렐라 설정 원한다. 모든 로망이다. 제가 주체적인 걸 많이 했다. 주체적이려고 할 때 이뤄지지 않아서 아픔만 남겨줬다. '멜로가 체질'에서도 그렇고 계속 주체적인 여성을 많이 했다. 이제 좀 사랑받는 역할을 하고 싶다. 강수는 사랑을 줬지만 제가 사랑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심과 각오를 확고하게 잡게 해준 '별들에게 물어봐'인 만큼, 한지은은 종영 이후에도 드라마를 향한 시청자들의 호불호 평가가 완화되길 기대했다.
그는 "'별들에게 물어봐'도 조금은 어찌 보면 인간의 원초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본능적인 면도, 본질적인 면도 될 수 있다. 바라보는 관점마다 조금씩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서 중의적인 표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든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사람에 대한 본질과 본성의 감정선들을 정말 솔직한 우리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서 그 마음으로 따라가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서숙향 작가의 코멘트에 대해 "'우리는 이 큰 우주에서 결국 사람 사는 소소한 이야기, 사람 이야기, 살아있는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씀이 기억이 난다. 그 초점을 맞춰서 그 지점으로 들어갔을 때 결국에는 내면의 솔직한 이야기의 관점에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결국 우리의 삶, 인생이 꼭 무조건 해피엔딩이 아닐 수도 있고 이 모든 틀에 있어서 하나씩은 다 깨지는 지점들이 '별들에게 물어봐'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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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그램엔터테인먼트,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