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억까'를 두 번이나 당했다. 홈런 타구는 맞바람에 막혀 펜스 앞에서 잡혔고, 환상적인 슈퍼 캐치는 심판의 오심으로 아웃에서 안타로 번복됐다.
이정후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에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전날 경기에 이어 이틀 연속 출장한 이정후는 2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고 5회말 수비 때 교체됐다.
비록 안타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인상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홈런성 타구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혔고, 빠른 발로 멋진 슬라이딩 캐치를 했다. 10구까지 가는 집중력을 발휘해 볼넷으로 출루, 후속타자의 2루타 때 1루에서 홈까지 쏜살같이 질주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좌익수) 마르코 루치아노(지명타자) 이정후(중견수) 루이스 마토스(우익수) 샘 허프(포수) 브렛 와이즐리(2루수) 케이시 슈미트(포수) 웨이드 메클러(좌익수) 크리스티안 코스(유격수)가 선발 라인업으로 출장했다. 선발 투수는 랜든 루프.

1회초 샌프란시스코 공격, 리드오프 웨이드 주니어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이후 투수의 1루 견제구가 뒤로 빠지면서 주자는 2루로 진루했다. 무사 2루에서 루치아노는 헛스윙 삼진 아웃. 1사 2루에서 이정후는 시애틀 선발투수(우완) 브라이스 밀러를 상대했다. 밀러는 지난해 시애틀에서 31경기 선발 등판해 12승 8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초구 높은 직구(96.7마일)를 볼로 골라냈고, 2구째 96.9마일(155.9km) 직구를 때렸다. 하드히트로 제대로 맞은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이날 야구장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타구는 바람에 막혀 우익수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아냈다.

3회초 샌프란시스코는 2아웃 이후에 웨이드 주니어가 볼넷을 골랐다. 루치아노도 연속 볼넷으로 출루했다. 2사 1,2루 찬스에서 이정후는 우완 투수 에두아르 바자르도를 상대했다. 초구 슬라이더, 2구 직구가 모두 볼이었다. 3구는 한가운데 직구 스트라이크. 4구와 5구를 때렸으나 파울이 됐다. 6구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83마일)에 배트가 나오지 않았는데, 주심은 스크라이크를 선언해 삼진을 당했다.
1-1 동점인 5회초, 이정후는 1사 1루에서 일본인 투수 후지나미 신타로를 상대했다. 1볼-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98.2마일 싱커에 헛스윙을 했다. 4구는 볼. 이후 파울 3개를 잇따라 때려냈다. 8구째 볼이 됐고, 9구는 다시 파울을 때렸다. 10구째 바깥쪽 볼을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마토스가 한가운데 펜스를 맞는 2루타를 때렸고, 이정후는 1루에서 홈까지 바람처럼 달려서 득점을 올렸다. 2경기 연속 득점. 샌프란시스코는 3-1로 역전했다.

이정후는 수비에서도 '억까'를 당했다. 4회말 2사 1루에서 블리스가 친 우중간 타구에 빠른 발로 달려가 마지막에 슬라이딩하면서 잡아냈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쳤던 이정후의 몸을 사리지 않은 호수비였다. 심판의 판정이 곧바로 나오지 않아, 이정후는 넥스트 플레이로 내야로 송구했다. 시애틀 1루 주자와 타자는 이정후가 노바운드로 잡은 줄 모르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잠시 후 심판이 아웃 판정을 내렸고, 이정후는 박수갈채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4심이 그라운드에 모여서 합의판정에 들어갔다. 잠시 논의 후에 심판진은 아웃에서 안타로 판정을 번복했다. 1루주자는 득점, 타자주자는 3루 진루로 판정을 내렸다. 교체 후 이정후는 "노바운드로 잡았다. 코칭스태프도 바로 잡은 영상을 확인했다고 하더라. 시범경기라 그냥 넘어갔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정후의 슈퍼 캐치는 기록에는 남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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