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이적설에 힘을 싣는 소식이다. 재계약을 망설이고 있는 건 토트넘 홋스퍼가 아니라 손흥민(33)이었다.
미국 'ESPN'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손흥민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그의 미래는 토트넘에 있는가?"라며 손흥민의 불투명한 미래에 주목했다.
매체는 손흥민과 동갑내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의 이름을 꺼내며 둘을 비교했다. ESPN은 "손흥민과 살라는 1992년 여름에 불과 3주 간격을 두고 태어났다. 둘 다 각자 클럽에서 전설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은 인생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리버풀을 압도적인 프리미어리그(PL) 우승 후보로 이끌었으나 다른 한 명은 토트넘에서 그의 '언터쳐블' 지위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경기장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경기장 위에선 햄스트링 부상과 강행군의 여파 등으로 36경기 10골 10도움을 기록 중이다. 최근 9경기에선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나쁜 수치는 아니지만, 손흥민이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토트넘에서 미래도 불확실하다. 손흥민은 원래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토트넘은 다년 계약을 새로 맺는 대신 지난 1월 급하게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할 뿐이었다. 이 때문에 올여름 손흥민이 팀을 떠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토트넘이 발 빠르게 손흥민의 재계약을 추진하지 않은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젠 손흥민도 토트넘에 미래를 약속해도 될지 의구심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더 타임스'는 "토트넘은 손흥민이 클럽에서 은퇴하길 원한다. 하지만 7월이 되면 1년밖에 남지 않는 지금 계약을 연장하도록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재계약 협상에 진전이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토트넘에서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손흥민과 추가 동행을 원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손흥민은 더 이상 토트넘에서 행복하지 않은 모양새다. ESPN은 "일부 토트넘 팬들은 마지못해 손흥민이 여전히 그들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의 직업적, 개인적 책임감은 이번 시즌 토트넘 문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아마도 가장 큰 우려는 손흥민이 득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토트넘처럼 재정적으로 검소한 클럽의 경우 모든 감정이 결정에서 제외되면 12개월 후에 재평가하는 게 논리적인 접근 방식이다. 하지만 손흥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팬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는 2019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팀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핵심 멤버다. 그는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과 함께 'DESK 라인'을 결성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선수도 아닌 손흥민이기에 더욱 놀라운 보도다. 손흥민은 지난 10년간 토트넘에만 헌신해 온 선수로 빅클럽 이적설에 휩싸여도 팀이 흔들려도 떠나지 않았다. 토트넘 합류 이후 최대 암흑기였던 2021년 여름에도 4+1년 계약을 새로 맺으며 충성심을 증명했다.
ESPN 역시 여기에 주목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매우 헌신적인 프로 선수이며 팀의 집단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라며 "손흥민은 소란을 피우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선수 측은 새로운 계약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 실망감을 느꼈다고 한다. 대신 토트넘은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짚었다.
결국 손흥민은 토트넘의 미적지근한 태도로 인해 재계약 협상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10년간 토트넘에 헌신해 온 만큼 구단 대우가 실망스러운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손흥민은 지난 시즌 케인이 팀을 떠난 뒤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ESPN은 "손흥민만큼 헌신과 규율을 보여주는 선수는 거의 없다. 올 시즌 고전하는 토트넘은 그가 더 열심히 노력하게 했을 것"이라며 "손흥민은 토트넘 커리어 초기에 불면증으로 고생했다고 인정했다. 최근 몇 달간 PL 하위권에 머물렀던 토트넘은 손흥민이 주도하는 리더십 집단에 더 큰 요구를 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의 미래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 마침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이 다시 흘러나왔다. 스페인 '피차헤스'는 "손흥민은 바이에른 이적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바이에른 역시 그를 영입해 공격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라며 "바이에른 측에서 손흥민은 팀의 전술 철학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선수라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했던 트로피를 따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클럽 커리어를 통틀어 아직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토트넘 역시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째 무관이다.
이 때문에 토트넘 팬덤도 손흥민의 바이에른행을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토트넘 뉴스'는 "바이에른이 공격 옵션을 강화하길 원하는 가운데 올여름 손흥민의 독일 복귀가 유력하게 거론될 수 있다. 몇 주 안에 그의 미래에 대한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며 "손흥민이 케인, 에릭 다이어를 따라 바이에른으로 떠난다면 분명히 모든 토트넘 팬들의 축복 속에 떠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흥민과 케인의 재회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둘은 토트넘 시절 PL 최고의 공격 듀오였다. 둘은 리그에서만 무려 47골을 합작하며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로그바(36골) 듀오를 따돌리고 PL 최다 합작골 기록을 세웠다. 골 기록도 손흥민이 24골 23도움, 케인이 23골 24도움으로 딱 절반씩이다.


케인 역시 지난해 12월 손흥민의 바이에른 이적설에 불을 지핀 바 있다. 당시 그는 토트넘 선수 중 누구를 바이에른으로 데려오고 싶은지 묻는 말에 "토트넘 팬들이 이 대답에 별로 기뻐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손흥민을 택하겠다"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손흥민과 관계는 정말 좋다. 우리는 토트넘에서 훌륭한 파트너십을 맺었고, 경기장 밖에서도 좋은 친구가 됐다. 내 생각에 우리는 분데스리가에서 함께 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독일에서도 기대감이 생겼다. 'TZ'는 "케인과 손흥민은 8년 동안 거의 300경기를 뛰었고, 수많은 골을 넣었다. 둘은 경기장 안팎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라며 "케인의 생각은 그리 터무니없는 게 아니다. 손흥민은 몇 년 전에도 바이에른과 연결됐다. 그는 함부르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레버쿠젠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손흥민은 유창한 독일어를 구사하며 양발 능력을 갖췄기에 바이에른 공격진의 거의 모든 위치에서 뛸 수 있다"라고 반겼다.
안 그래도 바이에른은 새로운 윙어를 찾고 있던 상황. 고액 주급을 받는 리로이 사네와 킹슬리 코망, 세르주 그나브리 모두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튀르키예 언론인 에크렘 코누르는 "바이에른은 사비 시몬스 영입에 실패할 시 손흥민 영입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보도하며 소문을 키웠다.
일단 토트넘도 손흥민이 없는 시대를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이미 마티스 텔을 임대로 데려오며 완전 영입을 꿈꾸고 있고, 에베리치 에제(크리스탈 팰리스)와 마테우스 쿠냐(울버햄튼) 등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손흥민과 새로운 계약에 실패한다면 작별 가능성은 더더욱 커지게 된다. 올여름이 이적료를 챙길 마지막 기회인 만큼 적극적으로 매각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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