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팬들에게 인사드리는 게 당연하다.”
프로야구 KT 위즈 3루수 허경민은 1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활약하며 팀의 9-6 승리를 이끌었다.
허경민은 친정 두산을 만나 첫 타석에서 결승 타점을 신고했다. 0-0이던 1회말 1사 3루 찬스에서 두산 루키 홍민규를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치며 3루주자 천성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3-0으로 리드한 3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등장, 홍민규 상대 좌측으로 2루타를 때려내며 첫 출루에 성공했다. 김민혁의 1루수 땅볼 때 3루로 이동했고, 황재균의 1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득점까지 올렸다.
4회 병살타를 끝으로 타석을 마친 허경민은 시범경기 타율 3할3푼3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허경민은 경기 후 취재진에 “준비는 똑같지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많이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그런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새 팀에서 시범경기를 치르는 소감을 전했다.
친정 두산을 처음 만난 허경민은 1회말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3루에 앉은 두산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3루 더그아웃에 옛 동료들이 오는 걸 보고 생각지도 못한 마음이 들었다. 첫 타석에서 정규시즌이었으면 당연히 인사를 드려야하지만, 지금도 인사를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인사를 드렸다”라며 “이제 KT 승리를 위해 뛰어야하는 위치라서 최대한 그런 생각을 덜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친정을 향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전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지켰던 3루수 자리에 강승호가 뛰는 모습을 봤을 땐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허경민은 “(강승호는)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선수다. 나보다 더 좋은 기록이 나올 것이다. 잘할 거 같다. 워낙 능력이 있고, 두산에서 같이 뛸 때도 너무 좋은 선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지금 위치에서 더 나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후배의 선전을 기원했다.

허경민은 KT라는 새 둥지에서 3번타자 중책을 맡았다. 강백호, 멜 로하스 주니어 테이블세터에 이어 클린업트리오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많이 해보지 않은 타선이지만, 내가 해내야 한다. 내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연결을 해줄 때 연결을 해야 하고, 해결을 할 때는 해결을 해야 한다. 아직 좋은 밸런스가 아니지만, 최대한 좋은 상태로 개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KT맨이 된 허경민의 첫해 목표는 40억 원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듣는 것이다. 그는 “작년 시즌보다 높은 곳에서 가을야구를 하고 싶고, 팀이 가을야구를 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라며 “늘 말씀드리지만 이 팀에 잘 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강하게 먹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두산 16년 원클럽맨이었던 허경민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 권리를 행사, KT와 4년 총액 40억 원(계약금 16억, 연봉 18억, 옵션 6억) 조건에 계약했다.
허경민은 과거 두산의 프로야구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왕조 내야수로, 2018년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2024년 KBO 3루수 부문 수비상 등을 수상했고, 프리미어12,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도쿄올림픽에서 주전 3루수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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