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트레이드 평가가 바뀌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야심차게 데려온 투수 조상우(31)가 하루 전 부진을 만회하며 팀이 바라던 모습을 보여줬다.
조상우에겐 극과 극을 오간 주말이었다.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전에 4-3으로 앞선 7회 2사 2루에 구원등판한 조상우는 8회 안타 2개를 맞고 1사 2,3루에서 강판됐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5km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고, 위기 상황에서 황동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황동하가 대타 안치홍에게 적시타를 맞아 역전패했고, 2실점을 안은 조상우는 이적 첫 패전까지 당했다.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2일 광주 NC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1피안타 2볼넷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른 조상우는 시즌 출발이 썩 좋지 못했다. 개막 10경기도 안 치른 시즌 극초반이지만 KIA가 키움에 당한 트레이드라는 평가도 조금씩 나왔다.
KIA는 지난해 12월 조상우를 받는 조건으로 키움에 현금 10억원과 2026 신인 지명권 1라운드(전체 10순위), 4라운드(전체 40순위) 지명권 두 장을 내줬다. 불펜 필승조 장현식이 LG로 FA 이적하며 불펜 공백이 생긴 KIA는 신인 지명권을 두 장이나 쓰며 조상우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조상우가 예비 FA이고, 키움이 리빌딩 중이라서 가능한 트레이드였다.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활약한 검증된 불펜 조상우를 여러 팀들이 탐냈는데 KIA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편으로는 자팀 선수들의 고점을 잘 판단하는 키움이 조상우를 보낸 건 KIA로서 다소 찜찜한 구석이긴 했다.
지난해 트레이드 단행 후 5일이 지나 KIA는 조상우의 어깨와 팔꿈치에 특이 소견이 없다는 MRI(자기공명영상) 검진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후반기 어깨 염증으로 주사 치료를 받는 등 4경기 4이닝 투구로 시즌을 일찍 마무리한 게 불안 요소였다. 시즌 초반 조상우가 한창 좋을 때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 같은 불안이 현실로 나타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30일 한화전을 앞두고 조상우에 대해 “지금은 기다려줘야 한다. 몸이 어디 안 좋거나 이런 부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스피드는 올라올 것이다”며 “초반부터 부상자들도 나오고, 팀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선수 한 명, 한 명을 흔들 필요가 없다.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게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날 경기에서 조상우가 바로 믿음에 응답했다. 5-3으로 쫓긴 7회 1사 1,2루 위기에 투입된 조상우는 한화 4번 타자 노시환을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채은성을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급한 불을 껐다. 이어 8회에는 김태연을 우익수 뜬공, 최인호를 헛스윙 삼진, 문현빈을 1루 땅볼로 가볍게 삼자범퇴하며 한화의 추격 의지를 완벽하게 꺾었다.
조상우의 1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홀드에 힘입어 KIA도 5-3으로 승리, 4연패를 끊고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최고 구속을 148km로 끌어올렸고, 슬라이더의 예리함도 살아나면서 하루 전 부진을 만회했다. 이범호 감독도 “조상우가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을 완벽하게 막아준 것이 팀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반색했다.

조상우도 “주자가 많이 쌓여있고, 타이트한 상황이었지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연패를 끊기 위해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올라갔는데 생각한대로 잘 던질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포수(한준수)와의 호흡도 좋았고, 모든 선수들이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줘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두가 연패를 끊기 위해 집중했고, 선수들의 컨디션도 차차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남은 경기가 많은데 아프지 않게 몸 관리를 잘 하면서 구속과 구위를 더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쌀쌀한 날이 풀리면 한창 좋을 때처럼 150km대 강속구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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