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도 이런 불운이 없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속 단독 꼴찌로 내려앉은 두산 베어스에 부상 선수가 또 나왔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야구가 없는 지난달 31일 외국인타자 제이크 케이브와 백업 포수 장승현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개막 후 줄곧 중심타선을 책임진 외국인타자 케이브의 1군 말소에 시선이 쏠렸던 터. 두산 관계자는 “몸살 기운으로 인한 1군 제외다. 열흘 뒤 복귀 예정이다”라고 비보를 전했다.
케이브는 작년 11월 총액 100만 달러(약 14억 원)에 두산과 계약한 새 외국인타자로, 시범경기에서 9경기 타율 2할4푼(25타수 6안타) 1타점 3볼넷 장타율 .320 출루율 .321로 KBO리그의 맛을 봤다.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500경기를 넘게 뛴 현역 빅리거 출신인 만큼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케이브 또한 ‘적응’이라는 변수를 피해가지 못했다. 예상과 달리 SSG 랜더스와 개막시리즈에서 고전을 거듭하며 2경기 연속 무안타 침묵했다. 개막전 4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에 이어 이튿날 4타수 무안타 2삼진에 머물렀고, 9타석 8타수를 소화하는 동안 삼진 4개를 당했다.
케이브는 3월 25일부터 펼쳐진 수원 KT 위즈 3연전에서 2경기 연속 멀티히트 포함 사흘 동안 11타수 5안타 타율 4할5푼5리를 치며 반짝 반등했다. 하지만 주말 잠실에서 삼성 라이온즈 3연전 9타수 1안타 타율 1할1푼1리로 다시 방망이가 식었고, 시즌 8경기 타율 2할1푼4리 홈런 없이 3타점으로 기복을 보이던 와중 몸살이 걸려 열흘의 강제 휴식을 갖게 됐다.

두산의 시즌 초반 부상자 발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 2차 스프링캠프를 큰 부상자 없이 무사히 마쳤다고 자부한 두산은 2025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토종 에이스 곽빈이 내복사근, 필승조 홍건희가 팔꿈치를 다쳐 나란히 이탈하는 초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설상가상으로 개막시리즈를 마친 뒤 좌완 필승조 이병헌마저 장염 증세를 보여 1군 말소됐다. 필승조 최지강, 도루왕 조수행도 2군에 있는 상황.
핵심 필승조 3명을 잃은 두산은 개막 후 8경기에서 2승(6패)밖에 거두지 못했다. 당초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키움 히어로즈, NC 다이노스보다 낮은 단독 최하위다. 추격조 요원들이 필승조를 맡아 줄줄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타선마저 무기력한 빈타에 시달리며 지난 주 2연속 루징시리즈의 아픔을 겪었다. 두산은 팀 홈런 공동 최하위(2개), 팀 타율 8위(2할2푼3리) 등 타격 지표마저 하위권이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부상에 신음하며 시즌 내내 플랜B를 가동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올해와 달리 작년에는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시라카와 케이쇼 등 전력의 절반이라도 과언이 아닌 외국인 선발 자원들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불펜 혹사 논란에 시달렸다. 악재 속에서 정규시즌 4위를 해냈으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BO리그 사상 최초로 5위 팀에 2경기를 모두 내주는 참사를 겪었다.
그렇다면 부상자들은 언제 1군에 합류할까. 일단 곽빈, 홍건희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4월 초 재검진이 잡힌 터라 그 이후 구체적인 재활 스케줄 및 복귀 일정이 나올 전망. 장염에서 회복한 이병헌은 이번 주말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등록이 예상되며, 최지강, 조수행은 이르면 다음 주 합류를 점쳐볼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돌아올 일만 남았다”라고 긍정의 힘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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