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52분의 대혈투. '대첩'으로 불릴 만한 경기를 홈런 한 방으로 완성했다. 그러면서 19세 신인 투수의 첫 승까지 챙겼다. 두산 베어스 4번 타자 양석환(34)이 ‘406 대첩'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양석환은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1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무엇보다 12-12로 맞선 8회초 2사 1루에서 역전 결승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15-12의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홈런 뿐만 아니라 4번 타자로 해결사 역할을 했다. 1회 1사 1,2루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0-5로 뒤진 3회초 무사 2,3루에서 좌전 적시타로 추격의 시작을 알렸다. 4회 1사 2,3루에서는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5-5 동점타를 만들었다. 6-7로 다시 뒤진 6회초 무사 2,3루에서도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이끌었다. 이미 3타점을 수확한 상황. 그리고 7-12로 패색이 짙어진 8회, 다시 5점을 쫓아가 12-12 동점을 만들었고 양석환이 롯데 박세현의 초구 131km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훌쩍 넘었다. 장외홈런이 되는 듯한 대형 홈런이었다. 대첩의 완성을 만끽하는 배트플립은 덤이었다. 경기 후 양석환은 “제가 1군 경기 하면서 톱3에 들어가는 듯한 경기 시간이었던 것 같다.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오늘 같은 경기 지면 타격이 큰데 이겨서 기분 좋게 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사실 두 팀 모두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고 있음에도 다른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게 따라가는 점수를 잘 내줘서 저도 덩달아 집중했다”고 되돌아봤다.
이날 5회말 이승엽 감독이 홈에서 벌어진 홈 충돌 방지 위반 관련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를 하다 퇴장 당했다. 투수진을 빠르게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운 시점, 이승엽 감독은 퇴장으로 선수단에 의지를 전했다. 그는 “감독님이 퇴장을 당하신 부분도 있고, 또 오늘 투수 운영을 보면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서 선수들도 영향을 좀 받았던 것 같다”라며 “오늘 투수들이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던졌는데 결과는 아쉽게 됐지만 팀이 이겼으니 기분 전환하고 다음주 또 준비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회 역전 홈런 순간에 대해 “사실 앞에서 (박)계범이가 3타점 2루타로 큰 역할을 해줬고 (양)의지 형이 볼넷으로 나갔다. 앞에서 동점이 됐기 때문에 조금 더 편한 상태로 잘 할 수 있는 한 방을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는데 운 좋게 노림수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언급했다.
장외홈런을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떠는 양석환이었다. 그는 “일단 무조건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디까지 타구가 가나 궁금했다. 워낙 잘 맞아서 장외홈런을 원했는데 아직 힘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장외홈런이 안 된 게 아쉽다”고 웃었다.
양석환의 역전포로 이날 202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더 홍민규(19)가 2경기 만에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사실 홍민규는 앞서 7회말 1사 2,3루에서 올라와 첫 타자인 김민성에게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7-12로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이후 장두성과 이호준을 잘 처리하며 7회를 정리했고 8회초 역전이 완성됐다. 8회 선두타자 전민재를 삼진으로 솎아낸 뒤 전준우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공을 마무리 김택연에게 넘겼다. 빡빡한 상황에서 등판해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됐다.

양석환은 “일단 (홍)민규도 어려운 상황에 올라왔는데 잘 던져줬다. 첫 승을 굉장히 축하하고 두산에서 100승 이상 하는 좋은 투수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또 첫 승을 제가 만들어줬으니까 커피라도 한 잔 사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후배의 첫 승을 축하하며 한턱(?)을 기대했다.
홍민규는 “두번째 등판을 하게 됐는데 점점 적응도 되고 재밌다. 오늘 투구 내용 자체는 홈런도 맞고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팀이 이겨서 기분은 좋다. 팀의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서 다행이다”며 “첫 타자에 홈런을 맞은 건 타자가 잘 친 거라고 생각한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미 지나간 건 잊고 상대 타자에만 집중해서 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우선 승리투수를 만들어준 택연이 형과 야수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첫 승을 하게 됐다. 그리고 긴 경기 시간 동안 응원해주신 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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