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韓 국대 주전→영국 3부 도전→1분도 못 뛰었는데..."방출 유력" 날벼락, 팀 우승에도 못 웃는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04.07 15: 18

박수받아 마땅한 도전이지만, 결과는 쓰라리다. 이명재(32)가 버밍엄 시티에서 1분도 뛰지 못하고 방출당할 위기에 처했다.
영국 '풋볼 리그 월드'는 6일(한국시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들은 세인트 앤드루스(버밍엄 홈 구장)을 떠날 것"이라며 이명재의 이름을 꺼냈다.
매체는 "이명재는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울산 HD를 떠나 버밍엄에 합류했다. 그는 부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왼쪽 수비에 도움을 주려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몇 달간 좌절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한 이명재다. 풋볼 리그 월드는 "알레스 코크레인이 왼쪽 풀백 경쟁에서 계속해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명재는 여전히 새로운 팀에서 순번이 훨씬 낮다"라며 "그는 버밍엄과 단기 계약을 체결했다. 팬들은 아직도 그를 잘 모른다"라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은 시즌이 끝날 때 A매치를 7경기 소화한 이명재를 스쿼드에서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명재가 한국 대표팀과 함께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선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다시 한번 발을 내딛는 완벽한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버밍엄은 또 다른 한국 국가대표 백승호와 함께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버밍엄은 지난 5일 안방에서 반즐리를 6-2로 대파하며 리그 기준 홈 10연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버밍엄은 승점 92(28승 8무 3패)를 기록하며 단독 1위를 질주,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이제 남은 7경기에서 2승만 추가해도 조기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구단 역사도 새로 쓰고 있다. 버밍엄은 이미 지난 브리스톨전 승리로 공식전 37승과 리그 27승을 기록하며 1875년 창단 이래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승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반즐리까지 잡아내며 기록을 각각 38승, 27승으로 늘린 상황. 앞으로 추가하는 1승, 1승이 버밍엄의 새로운 역사다.
지난해 여름 대대적으로 투자한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버밍엄은 지난 시즌 감독이 4번이나 바뀌는 혼란 끝에 챔피언십 22위에 그쳤고, 3부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2024년 1월 백승호를 영입했던 토니 모브레이 감독이 지병으로 자리를 비웠고, 임시 감독과 감독 대행 체제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버밍엄은 곧바로 승격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 옵션 포함 2000만 파운드(약 377억 원)를 베팅해 풀럼 유망주 제이 스탠스필드를 영입하며 리그 1 이적료 리그1 신기록을 썼다. 이외에도 에밀 한손, 이와타 도모키, 크리스토프 클라레 등을 영입하며 3500만 유로(약 558억 원) 가까이 지출했다. 여러 러브콜을 뿌리치고 백승호와도 4년 재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2부 복귀를 눈앞에 둔 버밍엄. 그러나 이명재는 웃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 겨울 이적시장 막바지에 버밍엄 시티와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단기 계약을 맺었다. 전 소속팀 울산 HD와 계약이 만료된 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수도 있었지만, 커리어 최초 유럽 진출을 택했다.
꿈을 좇아 결정한 도전이었다. 이명재는 K리그에서는 정상급 왼쪽 풀백으로 통했다. 그는 2022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울산의 K리그1 3연패 핵심 멤버로 활약했고, 지난해 3월에는 A매치 데뷔까지 성공했다. 이명재는 울산에서 함께하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로는 아예 붙박이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이 때문에 이명재가 버밍엄과 계약했을 때도 기대감이 컸다. 주전 수비수가 부상 이탈한 만큼 그가 한 번 기회를 잡는다면 충분히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이명재가 백승호와 함께 버밍엄을 챔피언십으로 올려놓은 뒤 재계약까지 맺는 행복한 상상도 나왔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명재는 비시즌 유럽으로 넘어간 만큼 몸 만들기에 집중했고, 21세 이하(U-21) 팀에서 출전하기도 했다. 초반까지만 해도 단순한 적응으로 보였으나 갈수록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명재는 3월 들어 버밍엄 1군 벤치에 앉기는커녕 U-21 경기에서도 사라지며 아예 실종된 상태다.
결국 이명재는 이대로 버밍엄 생활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 유력하다. 2달 동안 한 경기도 뛰지 못한 만큼 큰 반전이 없는 한 데이비스 감독이 갑자기 그에게 기회를 주거나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명재로서도 다시 뛸 수 있는 곳을 찾아 이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리그 복귀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애초에 철저한 단기 백업 역할을 제시했던 버밍엄과 달리 주전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팀을 찾아야 한다.
이명재가 계속해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대표팀에서도 밀려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는 지난 3월 A매치에서도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 대신 이을용 경남FC 감독의 아들 이태석이 오만전과 요르단전 선발 출전해 활약했다. 특히 그는 '요르단 메시' 무사 알 타마리를 잘 봉쇄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이대로라면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의 꿈도 멀어진다. 다가오는 여름 다시 한번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명재다.
/finekosh@osen.co.kr
[사진] 이명재, 버밍엄 시티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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