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충격 보도..."토트넘, 우승에 가까운데?" 레비는 안 바뀐다→'레비 OUT' 시위에도 "없는 돈 쓸 수 없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04.08 05: 34

다니엘 레비 토트넘 홋스퍼 회장은 바뀌지 않는다. 그가 자신이 물러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지만, 토트넘 팬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6일(한국시간) "수백 명의 토트넘 팬들이 일요일 구단 보드진과 레비 회장에게 분노를 표하며 '우리 구단에서 나가라'고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라고 보도했다.
올 시즌 토트넘은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다. 프리미어리그(PL) 30라운드까지 무려 16번이나 패배했다. 이는 197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순위도 30라운드 기준 16위까지 추락했다. 1992년 PL이 출범한 이후로 토트넘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다.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을 나가려면 최소 8위 안에는 들어야 하지만,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졌다. 이제 토트넘이 다음 시즌 유럽 무대를 밟는 경우의 수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밖에 없다.
그럼에도 토트넘 보드진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팬들은 오래 전부터 '엔지 아웃'을 외쳐왔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쌓이고 쌓였던 분노가 폭발했다. BBC는 "토트넘 팬들은 사우스햄튼과 홈 경기를 앞두고 시위를 벌였다. 토트넘은 실망스러운 시즌 끝에 16위에 자리했다"라며 "이번 시위는 '체인지 포 토트넘(Change For Tottenham)' 그룹이 주최했다. 깃발과 스카프 판매 수익금은 토트넘 푸드뱅크와 어린이 호스피스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팬들은 "변화할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적은 깃발을 흔들며 "이제 충분하다. 에닉 아웃!"이라고 적은 스카프를 착용했다. 일부 플래카드에는 "사업을 일으키고, 축구 클럽을 죽였다"라고 에닉 그룹의 구단 운영을 맹비난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팬들은 현장에서 "우리는 레비 아웃을 원한다", "다니엘 레비, 클럽에서 나가라", "우리는 레비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도 내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신경 쓰는 건 (데얀) 쿨루셉스키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팬들의 불만은 단순히 성적에 국한되지 않았다. 우승을 위한 근본적인 투자나 대책 대신 홈 구장을 NFL, 럭비, 대형 콘서트 등 축구 외적 행사에 활용해 돈벌이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일부 팬은 "비욘세가 수비에서 뛸 수 있을까?", "건즈 앤 로지스(미국 유명 밴드)를 최전방에 세워라"는 풍자 섞인 구호로 보드진을 비판했다.
체인지 포 토트넘 측은 "구단의 재정적 성장은 이뤄졌지만 축구적 성과는 뒷걸음질쳤다"라며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티켓 가격으로 오랜 팬들이 시즌권을 포기하거나 경기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수비 보강 등 핵심 포지션에 대한 투자 부족이 장기적인 부진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간 이적시장 전략도 수동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6년째 무관이다. 위고 요리스나 주제 무리뉴 감독, 안토니오 콘테 감독 등 내부자로부터 레비 회장은 별로 우승을 원하지 않는다는 폭로도 나왔다.
사실 토트넘 팬들의 레비 회장 퇴진 운동은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레비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도 내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신경 쓰는 건 (데얀) 쿨루셉스키뿐"이라는 노래가 들려온 건 벌써 몇 달이나 됐다.
지난 1월 레스터 시티전에서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 "우리의 경기는 영광에 관한 것이고, 레비의 경기는 탐욕에 관한 것", "24년, 16명의 감독, 1개의 트로피-변화할 시간"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토트넘이 졸전을 면치 못할 때면 관중석에도 "레비 아웃"이라는 구호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경기장을 찾은 레비 회장이 이를 현장에서 직접 듣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레비 회장도 연일 계속되는 팬들의 비난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레비는 토트넘을 위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물러날 것이다. 그는 향후 가능한 다양한 소유 구조에 대해 '모든 옵션'에 열려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BBC는 "레비는 시위로 인해 상처받았고, 결과에 상처받았다. 그는 숨지 않고 '레비 아웃' 챈트를 듣는 걸 택했다"라며 "토트넘이 이적시장에서 항상 좋은 성과를 거둔 건 아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를 비롯한 최근 감독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았다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토트넘은 어느새 '무관의 아이콘'이 됐지만, 레비 회장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새다. BBC에 따르면 토트넘 보드진은 2008년 이후 준결승 15번, 결승 6번에 진출하면서 우승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여기고 있다.
다만 레비 회장과 함께 일했던 소식통은 그의 의사소통이 부족하며 수뇌부에 다 비슷한 사람들밖에 없기 때문에 '자책골'을 넣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레비 회장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방식이 토트넘에 최선이라고 믿는 눈치다. 토트넘을 위해 옳다고 생각하면 회장직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 방식은 팬들이 원하는 것과 전혀 다를 것으로 보인다.
레비 회장은 지난주에도 최근 매출 실적이 감소했다며 '지속 가능하고 영리한' 지출을 촉구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없는 돈을 쓸 수 없다. 클럽의 재정적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편 토트넘은 카타르 자본 인수설도 돌고 있다. 이번에는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QSI)가 아니라 민간 투자자가 토트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카타르 재벌이 들어온다면 레비 회장의 기조도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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