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이가 뭔가 깨달은 것 같다고 하더라.”
KIA 타이거즈는 개막 첫 경기 만에 지난해 MVP 김도영(22)이 햄스트링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이 공백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앞이 깜깜해진 KIA였다. 비록 현재 팀은 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김도영의 공백은 당장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변우혁(25)이 이 공백을 제대로 채우고 있다.
변우혁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5-4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팀의 역전타점을 모두 변우혁이 만들었다.
이날 롯데 선발 김진욱에게 6회 1사까지 틀어 막혔던 KIA 타선이다. 하지만 0-2로 뒤진 6회 1사 후 위즈덤의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최형우의 2루수 내야안타로 2사 만루 기회를 만들며 기회를 창출했다. 김진욱까지 끌어내렸다.
이후 이우성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만회했고 변우혁이 바뀐 투수 박진을 상대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 3-2로 역전을 일궜다.

7회말 3-3 동점을 허용했지만 변우혁의 이어진 8회초 다시 해결사로 나섰다. 선두타자 최형우의 좌중간 2루타로 만든 1사 2루 기회에서 좌전 적시타로 4-3의 앞서가는 점수를 뽑아냈고 이후 김태군의 볼넷으로 이어진 1사 1,2루 기회에서 김태군의 적시타 때 홈까지 밟았다.
변우혁은 이로써 9경기에서 타율 3할4푼4리(32타수 11안타) 11타점의 기록을 완성했다. 현재 KIA의 타점 1위는 위즈덤(10타점), 나성범(9타점), 최형우(7타점)도 아닌 변우혁이다.
변우혁은 경기 후 “6회 역전할 때 노림수가 잘 맞아 떨어졌다. 상대 선발 투수에게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계속 해보자는 분위기를 선배님들과 코치님이 잘 만들어주셔서 좋은 기회를 잡았던 것 같다”라며 “두 번째 역전타를 쳤을 때는 빠른공을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계속 변화구가 와서 파울을 시켰다. 마지막이 빠른공이 운 좋게 와서 그것을 안 놓쳤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비시즌 변우혁은 김도영과 함께 운동을 했다. 같은 포지션의 경쟁자이고 또 김도영이 3살 동동생이지만, 변우혁은 함께 훈련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그는 “안그래도 오늘 경기 전에도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도영이가 ‘뭔가 깨달은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더라”라며 “3살 동생이지만 함께 운동하면서 제가 많이 더 배웠고 배운 부분들을 신경쓰고 있다 보니까 더 잘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어 “그 전에는 타석에서 욕심을 냈는데 이제는 수싸움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득점권에서 욕심을 버리니까 좋은 타구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이제 그 맛을 알아서 더 좋은 것 같다”며 “욕심내서 멀리 치는 것보다 득점권 깔려 있을 때 이렇게 안차 쳐주는 게 저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라고 덧붙였다.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배움의 자세로 달려들었다. 그는 “(김)도영이와 겨울에 함께 운동하면서 많이 배웠고 또 캠프 시작할 때는 위즈덤에게도 먼저 다가가서 많이 알려달라겨 얘기를 했다. 그런 생각밖에 안했다”며 “경기에 뛸 수 없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렇게 KIA는 다시 한 번 난세 영웅과 조우했고 2연패 탈출도 할 수 있었다. 이범호 감독 역시 “특히 득점권에서 변우혁 선수의 클러치 능력을 칭찬해 주고 싶다”라고 박수를 보냈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