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호쾌한 타격이 사이영상 후보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이정후 때문에 완봉을 아깝게 놓친 ‘파이어볼러’ 헌터 그린(26)에겐 가장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린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8⅔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신시내티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첫 승을 거둔 그린은 평균자책점도 2.25에서 1.31로 끌어내렸다.
총 투구수 104개로 최고 시속 100.7마일(162.1km), 평균 99.1마일(159.5km) 포심 패스트볼(59개) 중심으로 슬라이더(33개), 스플리터(12개)를 던지며 7연승을 달리던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잠재웠다.
이날 그린이 가장 긴장했던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6회말 2사 1루 이정후 타석이었다. 이정후는 그린의 3구째 가운데 낮게 들어온 시속 99.6마일(160.3km)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중간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맞는 순간 홈런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맞았다.
시속 103.7마일(166.9km)로 발사각 29도를 그리며 날아간 타구는 그러나 우중간 워닝 트랙 앞에서 우익수 브레이크 던에게 잡혔다. 타구 비거리는 384피트(117.0m). 기대 타율(xBA) 8할5푼으로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중 19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였다. 하지만 홈에서 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무려 415피트(126.5m)로 유독 깊은 오라클파크라 뜬공 아웃이 되고 말았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4/08/202504081618774807_67f541e7c1d7e.jpg)
맞는 순간 투수 그린도 홈런이라고 느낀 듯하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린은 “타구 소리가 좋았는데 아웃이 되면서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경기는 내게 모든 것이 유리하게 흘러갔는데 그 타구를 맞았다. 이들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니까, 그런 상황과 순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더 살았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그린의 완봉승도 저지했다. 9회말 2사까지 투구수 91개로 2022년 이후 커리어 두 번째 완봉승을 눈앞에 둔 그린은 그러나 이정후와 풀카운트 승부에서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정후는 그린의 7구째 바깥쪽 낮은 존에 들어온 시속 99.7마일(160.5km)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측 라인드라이브 안타로 연결했다.
샌프란시스코 전담 중계 방송사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중계진도 “그린 상대로 오늘 밤 최고의 타격을 보여줬다. 이정후의 멋진 타격이다”며 “가운데 몰린 공이 아니라 바깥쪽을 쳤다. 이정후가 벤치에 희망을 줬다”고 칭찬했다. 실투성 공이 아니라 바깥쪽 낮게 잘 들어간 강속구를 끌어당겨친 이정후의 타격에 놀라워했다.
![[사진] 신시내티 헌터 그린.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4/08/202504081618774807_67f541e860930.jpg)
그린은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은 뒤 맷 채프먼에게 볼넷 허용하며 강판됐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투구수가 104개로 불어났고, 동점 주자까지 나가자 테리 프랑코나 신시내티 감독은 그린을 내리며 토니 산틸란을 올렸다. 엘리엇 라모스가 산틸란 상대로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좌익수 제이콥 허튜바이스가 다이빙캐치하며 신시내티의 2-0 승리로 끝났다. 샌프란시스코의 7연승이 마감된 순간.
경기는 패했지만 그린의 호투를 샌프란시스코도 인정했다. 밥 멜빈 감독은 “9회에도 시속 100마일(160.9km)을 던졌지만 오늘은 무엇보다 슬라이더가 좋았다. 지금까지 본 그린 중 오늘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 호투했지만 그린에 막혀 승리를 거두지 못한 샌프란시스코 선발 로건 웹도 “그린은 야구계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을 유지했다면 지난해 사이영상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리그에서 특별한 선수이고, 오늘 밤 그걸 봤다”고 존중을 표했다.
그런 투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게 이정후라는 점이 놀랍다. 사이영상 후보 상대로 홈런성 타구에 이어 완봉을 저지한 안타까지, 이정후의 타격감이 바짝 올라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9경기 타율 3할3푼3리(36타수 12안타) 3타점 10득점 3볼넷 6삼진 출루율 .385 장타율 .500 OPS .885로 시작이 좋다. 도루 3개에 중견수로서 안정된 수비까지, 그야말로 공수주에서 펄펄 날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4/08/202504081618774807_67f541e926dc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