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파는 소녀 ‘우리코(売り子)’ 사진 촬영 금지” 일본 프로야구 관중석의 ‘반성’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5.04.09 09: 40

[OSEN=백종인 객원기자] 시즌 개막을 앞둔 3월이다. 일본 야구계가 잠시 술렁인다. 온라인에서는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가 발표한 내용 때문이다.
구단 홈페이지를 통한 간략한 공지였다. ‘올해부터 관중 여러분의 우리코에 대한 사진 촬영을 금지합니다. 아무쪼록 넓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우리코(売り子)’란 판매하는 (여성) 직원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맥주통을 메고, 경기 내내 관중석을 돌며 컵을 채워주는 알바생이다. ‘비루(맥주, Beer의 일본식 발음) 우리코’의 줄임말이다. ‘비어걸’이라고도 불린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스타디움 센다이 리쿠르트 SNS

그런데 구단은 왜 이들의 사진을 못 찍게 할까. 이유가 있다.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직원 보호다. 세이부 구단은 직업의 안정성을 내세운다. “판매를 담당하는 것은 대부분 어린 여성들이다. 구단에서는 안전한 취업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이 같은 방침을 시행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늘 예의 바르고, 점잖은 고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손님도 있다. 이를 테면 이런 사람들이다.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하고, 자꾸 말을 걸고, 전화번호나 SNS를 요구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낫다. 몰래카메라를 작동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화끈거리는 촬영 각도가 나오기도 한다. 이를 SNS에 게시물로 올린다. 사전 동의나 양해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스타디움 센다이 리쿠르트 SNS
사실 ‘우리코’는 일본 야구장의 명물이다. 인기가 높은 직종이기도 하다. 그들을 보러 간다는 관중이 있을 정도다. 몇몇은 연예 기획사와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그걸 통해 엔터테이너의 길을 걷기도 한다.
수입 면에서도 만만치 않다. 판매 수익을 구단과 나눈다. 이를테면 맥주 한 잔당 얼마를 인센티브로 받는다. 기본 시급에 추가되는 방식이다.
대략 100~150잔을 팔면 1만 엔(약 10만 원)의 일당을 번다. 인기 있고, 잘 되는 경우는 200~300잔 이상의 매상도 올린다. 409잔이라는 전설적인 기록도 전해진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15kg이 넘는 맥주 통을 등에 지고, 하루 저녁에 4시간을 돌아다녀야 한다. 가파른 계단과 혼잡한 통로도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짓궂은 손님이다. 한 우리코의 얘기다.
“각자의 담당 구역이 있다. 내 경우는 연간 지정 회원이 앉는 자리였다. 보통은 매상이 잘 나오는 곳이어서 서로 맡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상한 손님 때문에 무척 애를 먹었다. 매일 똑같은 자리에 와서 자꾸 말을 시키고, 밖에서 만나자며 치근덕거렸다. 결국 구단에 얘기해서, 담당 구역을 바꿔야 했다.”
더 한 경우도 있다. 갑질과 모욕을 견디다 못해 일을 그만두는 비어걸도 많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요코하마 스타디움 홈페이지
맥주 판매는 구단의 주요 수입원이다. 일부 돔구장의 경우는 실내 온도까지 조절한다는 얘기가 있다. 1도 차이로 판매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코’ 문제도 여기서 비롯된다. 더 많은 매출을 위해서는 이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몇몇 구단은 ‘비어걸 나이트’, ‘우리코 데이’ 같은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연다. 인기에 편승하려는 전략이다.
반면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세이부 구단의 이번 조치가 그런 일환이다. 앞서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같은 구단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판매자가 메고 있는 맥주통에 ‘촬영 금지’라는 경고 문구를 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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