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당'의 황병국 감독이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등 쟁쟁한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야당'의 황병국 감독은 8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개봉을 앞둔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강하늘),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유해진),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박해준)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내부자들', '서울의 봄' 등 다수의 작품에서 조단역으로 활약했던 황병국 감독은 '야당'을 통해 ‘특수본’ 이후 14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됐다.
특히 영화는 연예계 바른 청년으로 호평이 자자한 배우 강하늘을 마약 브로커로, 소탈한 소시민 캐릭터로 주로 호평받아온 유해진을 부패 검사로 캐스팅하는 등 연기자들의 이미지 반전을 보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같은 캐스팅에 대해 황병국 감독은 "관객들이 그 사람이 입을 벌리거나 얼굴 인상만 봐도 무슨 대사를 하겠다는 걸 안다. '과연 저 배우가 무슨 말을 할까' 라는 표정이 안 읽히길 바랐다. 그래야 관객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었다"라며 "저는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세 분 다 신선했다.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영화에서 세 분께 다 도움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캐스팅한 배우는 박해준이었다고. '서울의 봄'에도 배우로 출연했던 황병국 감독은 "'서울의 봄' 촬영 현장에서 박해준 씨를 캐스팅 했다. 정확히는 현장에서 연기하는 걸 보니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나라 형사들 보면 아저씨 같은 전형적인 형사상이 있는데 그게 나쁜 게 아니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군복도 잘 어울리는 박해준 씨 모습을 보니 그런 배우랑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성수 감독 몰래 살짝 말을 걸었고, 촬영 중일 때라 시간이 지난 뒤 술자리 같은 곳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며 확답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 때는 '서울의 봄'이 천만영화가 되기도 전이었고, '폭싹 속았수다'도 촬영 전이었다. 유해진 배우도 천만영화 '파묘'를 촬영하기도 전이었는데 그 때 이미 '야당' 캐스팅이 다 된 상태였다. 그 뒤에 다들 작품들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보고 같이 기뻤다"라며 웃었다.
더불어 황병국 감독은 "강하늘 배우는 착하고 수더분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걸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약간은 남성미도 있고 껄렁껄렁해야 역할에 맞으니까. 그런데 하늘 씨 같은 경우 선하다. 현장에서 워낙 미담도 많은 분이다. 그걸 바꾸려고 많이 고민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야당이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너무 순한 양 같으면 일을 못한다"라며 "그렇다고 너무 껄렁한 사람을 캐스팅 하면 쉬웠겠지만 그건 초반이고 후반부 억울한 매력을 주려면 껄렁한 배우를 순하게 만드는 건 더 어렵다. 그래서 강하늘이 1순위였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주인공 3명이 다 그런 역할을 안 해본 분들이었는데 그게 조건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조연 가운데 배우 김금순은 '폭싹 속았수다'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보여준 데 이어 '야당'에서도 활약한다. 이와 관련 황병국 감독은 "아, 제가 정말 아끼는, 굉장히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우리 영화에 남성 캐릭터들이 많은데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넣고 싶었다. 그러다가 자료 조사 과정에서 실제로 노원, 상계, 의정부 이 쪽에서 마약을 파는 여성 브로커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실체가 있어서 여성 캐릭터를 넣었고 알맞은 배우를 찾으려고 독립영화를 정말 많이 봤는데 그 중에서 김금순 배우가 떠올랐다"라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이어 그는 "정말 좋은 얼굴이다. 오래 연기한 분이고 잘하는 분이다. 누가 봐도 잘하는 게 보이는 분"이라고 강조하며 "제가 '폭싹 속았수다'를 다 보진 않았는데 김금순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만 봤다. 저보다 '폭싹 속았수다' 감독님이 며칠 늦게 본 것일 뿐이지 언젠가 누구라도 알아볼 배우였다"라고 확신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의 빌런 조훈으로 활약하는 배우 류경수에 대해 황병국 감독은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을 보면 앞에 왕이 평민을 바라보는 시선, 귀족이 평민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써둔 표현이 있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안한다는 거다. 그런데 류경수 씨가 맡은 역할이 기본적으로 연민이 없고 다른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에밀'의 문구를 제가 손으로 써서 줬다. 절대 유해진 씨 역할에 지면 안 된다고. 그래서 류경수 씨가 배우로서 대선배이지만 지지 않고 끝까지 연기를 해줬다"라고 고마움을 밝혔다.
'야당'은 오는 1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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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