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박해수 "극단적인 것에 끌리는 편...배우로서 욕심 有" (종합)[인터뷰]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5.04.09 12: 49

박해수가 '악연' 속 연기 비하인드를 전했다.
9일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는 넷플릭스 ‘악연’ 배우 박해수 인터뷰가 진행됐다.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악연'은 이일형 감독이 직접 극본을 맡아 드라마로 재탄생 시켰다.

이날 박해수는 "나온지 얼마 안되서는 부담감이 되어 잘 못봤고, 다 나오고 나서 정주행을 했다. 에피소드 마다 각자 배우들의 역할이 있어서, 한번에 몰아서 호흡을 느껴본적이 없어서, 재미있게 봤다"라며 공개 소감을 전했다.
박해수는 극 중 의문의 사고를 목격하고 이를 은폐하는 일에 휘말리는 ‘목격남’ 역을 맡았다. 작품 출연 계기에 대해 박해수는 "처음에는 이 작품이 굉장히 센 캐릭터, 딥하고, 정말 악인들만 나와서 숨만 못 쉬는 이야기라, 너무 재미있었다. 두 번째 읽어볼 때는 메시지가 너무 재미있었다. 악인을 끌어내는 인물이구나. 하면서 매력적으로 느낀 거는 되게 악한데 밖에서 보면 코미디가 있다고 생각했다. 되게 어리석어 보이고. 우화 같고, 삼인칭으로 볼 수 있고. 그 간극에서. 나오는 희극성이 재미있었다. 잘만 표현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너무 딥하고 혐오스럽게 나오는 것보다는, 밖에서 나와서 어리석은 자들의 선택을 보며 비웃을 수 있는. 이런 것들이 재미있었다고 생각했다"라고 떠올렸다.
특히 역대급 악역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은 가운데, 박해수는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땅에 발을 붙이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잘 안 찾아보려 하는데, 주변에서 이야기 해줄 때마다 많이 찾아본다. 어디서 나왔어? 어떻게 찾아볼 수 있어? 대체 어디에 그런 이야기가 있어라고. 좋게 봐주시는 거 같다. 제 캐릭터 자체가 드라마 안에서 변화가 많다 보니 더 좋게 봐주신 거 같다"라고 웃으며 "제가 나온 작품이라 그런지, 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표현이 잘 되었을까. 감독님과 고민한 부분이 잘 나왔을까. 잘 짜여야지만 캐릭터가 형상화되는 거라, 부담감이 있었다. 이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할까에 대해 고민하고 연기했나, 생각해 보면, 포인트를 잡고 연기하지는 않았다. 캐릭터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생각이 좁아지고, 어디로 어떤 목표로 달려가는지 판단했다. 변화는 만들어주신 거 같다. 캐릭터로 변모하려고 하진 않았다"라며 연기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후반 연기는 외형적으로 변화가 있어서 쉬웠다. 화상이라는 가면을 쓰고, 몸의 행태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나왔다. 목표가 점점 뚜렷해지니까, 캐릭터가 자연스레 나왔다. 그리고 가장 처음 고민이 많았던 건, 이광수 배우를 만나는, 약간의 덜 떨어진, 소시오패스 느낌의 시골 청년 같은. 동네에 있을법한. 성인인데 지적 수준이 모자란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건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다행히 그 캐릭터에 포인트를 줄 수 있었던 건, 날씨가 너무 추웠었다. 다X소에서 귀마개를 몇 개 샀는데, 다행히 옷이랑 너무 잘 어울려서 했더니, 캐릭터가 좀 더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갔다"라며 "더더욱 광수 배우가 가지고 있는 파워풀한 에너지가 있어서, 상대 배우로 서는 내가 모자란 연기를 해야지, 하고 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부족한 인물이 탄생한 거 같다. 일부러 부족해 보이게 연기할 생각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언급도 놓치지 않았다. 박해수는 "가장 크게 에너지를 느낀 배우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저에게 정말 너무 중요했던 건, 광수 배우를 만났을 때다. 저도 에너지가 좋다고 생각한 배우다. 무대에서도 그렇고. 광수가 가진 피지컬에서 나오는,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원래 연기 몰입도가 대단하다. 같이 연기를 할 때, 저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장에서 너무 충실히 임하고, 준비를 많이 해온다. 저에게 되게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호흡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느낀 건, 모두가 악인이었다. 모두가 에너지를 가지고 들어오는데, 새로운 에너지를 느꼈을 때는 신민아 배우님을 만난 순간이었다"라며 신민아 배우와의 호흡을 떠올렸다.
그는 "순간 되게 감동했던 건, 극 중 병원 앞에서 택시를 잡아 세우는 장면이었다. 그때 느낀 점이, 배우로서, 역할로서 강한 악인도 다른 악인을 만나면 맞대응하며 싸울 수 있는데, 강한 악인이 빛과 선을 만났을 때는 회피하게 되는구나, 더 두려워하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온 건데, 손을 올리면서 눈을 피하게 되더라. 이후 골목에서 마주쳤을 때도 뒷걸음질 치게 되더라. 다른 역을 만났을 때는 주도적으로 액션을 하게 됐는데, 신민아 배우가 가진 에너지인 것 같다. 되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연이은 강렬한 배역으로 인상을 남긴 그는 "분명 배우로서 욕심이 있는 거 같다. 박해수로서 도전하고 싶은 것도 있는 거 같다. 따뜻한 작품으로, 우리 집에서 아들이 ‘아빠다’라고 하는 걸 보고 싶은 마음도 내심 있다. 아직 아이는 넷플릭스를 보지 못하니까"라며 "그럼에도 제가 끌려하는 것은 극단적인 것도 많은 거 같다. 때에 따라 다르긴 하다. 지금은 따뜻한 작품에 대한 기대도 있다. 그래서 저는 보여줄 수 있는 게 아직 별로 없는 거 같다. '슬기로운 감방생활' 정도. 근데 그것도 감옥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최근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연이어 작품을 찾아온 그는 "많은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방영이 됐다. 좋은 작품을 선택하고, 많이 고민하고 제게 주어지는 작품들을 하는데, 코로나도 겹치고, 많은 것들이 넷플릭스를 할 시기인 거 같다. 좋은 기회를 얻기도 했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저야 작품을 선택하는 거고, 매체, 연극도 병행하고 있어서, 공무원이라는 이야기는 감사하면서도 앞으로 나올 작품도 많아서. 많이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원래는 '넷플릭스 아들'에서 공무원이 되니까,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었다. 사실 어떤 호칭도 무관하다. 보시는 분들이 부르기 편하시기 때문에, 공무원이라고 하시는 거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작품 밖 박해수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제가 평소에 좀 어리바리하고, 좋으면 좋은 거지, 하는 식이다. 근데 작품 안에서 캐릭터를 할 때는 사람을 만나는 편은 아니다. 웬만하면 문화생활을 잘 안 한다. 팀 사람끼리만 이야기하거나 그렇다. 그래서 밖에 나가본 적이 별로 없다"라며 "사실 예전에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 예민함이 집에 와서도 계속되어서 불안해했다. 지금은 그렇게 들어올 수 없다. 집에 오면 정신이 없다. 청소해야 하고, 장난감 치워야 해서, 미리 밖에서 (감정을) 끊고 온다. 차라리 악역을 할 때는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건 있는 거 같다. 내 맘대로 뛰어놀고"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제 40대 중반으로 접어들기도 한 박해수는 "이제 조금 내려놓는 것도 있다. 예전에는 꽉 잡고, 잘해야 해. 무조건 성공해야 해, 라는 느낌도 있었다. 지금은 공동체로, 영화든 드라마든, 하나로 뭉친다는 것에 대한 시야도 넓어지고 있는 거 같다"라며 "인간 박해수로서는 이제 가장 소중한, 아이에 대한 생각. 교육에 대한 생각이 크다. 아이가 어떤 삶이 될까. 10년 20년 뒤에 어떤 세계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 그게 제일 궁금하더라. 어떤 성품을 가져야 하는지, 대학을 가는 게 중요한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는 상태다. 배우로서는 계속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멜로도 좋고, '폭싹 속았수다' 처럼 따뜻한 작품도 하고 싶고. 무대 배우로서도 좀 더 재미있는 작품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 작품에 대한 욕심은 계속해서 있는 거 같다"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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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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