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철(52) 서울 SK 감독이 통합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SK가 강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2024-2025 KCC 프로농구 시상식을 진행했다.
우승팀 SK의 수상 잔치였다. SK는 지난달 중순 조기 우승을 확정 지으며 구단 통산 4번째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아울러 SK는 무려 46경기 만에 챔피언이 되면서 2011-2012시즌 DB(47경기)를 제치고 'KBL 역대 최소경기 정규리그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또한 41승 13패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40승 고지를 밟았다.
시상식에서도 SK의 독주가 이어졌다. 자밀 워니가 득점상(평균 22.6점)과 '만장일치' 외국선수 MVP, 베스트 5를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안영준과 김선형도 나란히 베스트 5에 선정됐다. 국내선수 MVP 역시 안영준의 몫이었다. 그는 김선형을 제치고 생애 첫 MVP 영예를 안았다.
감독상 또한 전희철 감독의 몫이었다. KBL 새 역사를 쓴 전희철 감독은 감독상 투표에서 총 111표 중 106표를 득표하며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데뷔 시즌이었던 2021-2022시즌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감독상 수상이다.

■ 다음은 전희철 감독과 일문일답.
- 수상 소감.
상이라는 건 매번 받을 때마다 좋다. 선수 때는 수상 무대에 많이 올라가지 못했다. KBL 본 시상식에서 받아본 적이 없다. 감독이 된 뒤로는 선수들 덕분에 두 번이나 상을 받게 됐다. 정말 고맙다. 솔직히 선수들에게 제일 고맙다. 오늘 그냥 좋다.
- 오늘 상을 받은 SK 선수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준다면.
솔직히 최근 화두가 계속 MVP였다. 김선형이냐 안영준이냐를 두고 내게도 많이 질문했다. 상받은 선수들은 당연히 너무나 축하한다. 우리 팀 선수들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한편으로는 김선형 선수 때문에 아쉽기도 하다. 공동 수상이 가능했다면 공동 수상이 되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김선형이 올해 정말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훈련해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MVP를 받아도 손색없는 경기력이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안영준과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됐다. 가끔 선수들을 자식이라고도 표현한다. 어떤 손가락이 안 아프겠는가. 안영준은 너무나 축하하고, 김선형은 아쉬움을 털고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경기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 김선형이 여전히 빠른 스피드와 맹활약을 유지하는 비결이 뭘까.
철저한 자기 관리다. 신인 때부터 계속 봐왔다. 체중이나 인바디 결과를 체크해도 신인 때랑 거의 변화가 없다. 지금보다 더 잘 뛸 때, 인유어페이스도 하고 점프력이 더 좋았을 때도 정말 많이 노력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김선형이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MVP 경쟁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내심 만장일치 감독상도 기대하고 있었는지.
내가 몇 표를 받았는지 정확히 못 들었다. (106표 수상했다) 누구세요?(웃음) 괜찮다. 내게 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농담으로 했던 이야기가 있다. 나를 안 주면 누굴 줄 거냐고 했다.
하지만 모든 감독님이 정말 고생하셨다. 코치 생활을 하면서 성적이 안 좋을 때도 다 겪어봤다. 다른 감독님들도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어떻게 보면 내가 노력의 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 수상은 모두 선수들 덕분이다. 분명 내 노력도 있긴 하겠지만,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아까 얘기를 못 했는데 1시즌간 모든 감독님들이 고생 많으셨다. 내가 대표해서 받는 거라고 생각하겠다.

- 안영준이 MVP까지 받았다. 올 시즌 유독 좋았던 점이 뭘까.
우선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공격, 수비, 팀 케미, 라커룸 분위기 등 어느 쪽으로 쏠릴 수 있는데 팀이 필요로 하는 위치에서 모든 부분에 윗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FA로이드'도 있었던 것 같다. 본인이 가진 목표를 열심히 쫓아갔을 거다. 다만 안영준의 강점은 공수 밸런스가 정말 좋다는 점이다. 상대 에이스를 수비할 때 오재현, 최원혁이 많이 맡지만, 안영준이 맡을 때도 있다. 그만큼 수비도 뛰어나다. 모든 부분이 뛰어나서 기대에 미친 것 같다.
- 플레이오프 우승 확률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가장 까다로운 팀은.
50%는 넘는 것 같다. 감독이 그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볼 텐데. 일단 부담감이 제일 크다.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하면서 생긴 선수들의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을 뽑자면 작년 재작년에도 그랬듯 아셈 마레이가 있는 LG다. LG가 가장 불편한 게 사실이다. 다른 팀들 전력이 떨어진다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생각이다. 선수들은 어떤 팀이 가장 불편할지 모르겠다. KT와 한국가스공사도 우리와 다른 농구를 해서 준비가 잘 안 되면 힘들다.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데뷔 시즌에 감독상을 받고 4번째 시즌에 감독상을 받았다.
올해 감독상을 받은 건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1년 차 감독상을 받으면서 우승했을 때는 하나 보험 같은 마음이 있었다. 초보니까 못해도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불편함이 더했다. 그러다 보니 상도 받고 통합 우승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는 4년 차가 됐다. 나보다 후배 감독도 있다. 그래서 부담감이 더 컸다. 당연히 성적은 더 좋았지만, 부담은 훨씬 많았다.
왜 자꾸 계약 1년 차에 우승하면서 상을 받는지, 말년에 우승하면 더 좋을 텐데란 생각도 해봤다(웃음). 작년에 통합 우승을 했다면 그림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이번에도 3년 계약을 했는데 우승했다. 모든 눈높이를 올려버렸다. 이제 부담을 등에 업고 남은 2년에 돌입해야 한다. 우승은 어제 내린 눈이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정말 힘들다.
많은 분들이 통합 우승을 당연시할 수 있다. 다만 SK가 어떻게 보면 즐기는 팀이다. 후반에 넘기는 힘도 있고 하지만, 강팀은 아니다. 어떤 한 팀을 압도하면서 누를 수 있는 전력을 갖춘 팀은 아니다. 그래서 SK가 단기전에선 정규리그 같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그런데 단판 승부면 우리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다전제로 가면 우리가 즐기고 끝까지 버티는 힘도 강하다. 충분히 선수들이 잘해서 이길 수 있다고 나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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