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불암에서 최수종으로, ‘한국인의 밥상’이 대물림된다. 700회와 함께 새출발 하는 ‘한국인의 밥상’을 맡은 최수종은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최불암의 뒤를 잇고자 한다.
KBS1 ‘한국인의 밥상’은 단순한 음식 프로그램을 넘어, 한 끼 식사에 담긴 문화와 역사, 지역 공동체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추억과 그리움을 담는 ‘맛의 기억 저장소’ 역할을 해왔다. 계절마다, 지역마다 이어지는 다양한 음식을 찾아내고, 그 안에 깃든 삶의 지혜와 가족, 이웃의 온기를 전해왔다.
10일, 700회를 선보이는 ‘한국인의 밥상’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14년 3개월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밥상 위에서 풀어낸 ‘한국인의 밥상’ 상징과도 같은 최불암이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최수종에게 물려주는 것. 단순한 MC 교체가 아닌 ‘밥상의 대물림’이라 표현하며 프로그램의 가치와 유산을 이어가고자 한다.
700회 방송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임기순 PD와 정선재 작가, 최수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인의 밥상’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먼저 연출을 맡은 임기순 PD는 “‘한국인의 밥상’은 요리 소개 프로그램이 아니라 밥상 한끼 한끼에 담긴 희노애락, 숨결, 지혜 등이 녹아있으며, 매주 계절별, 지역별로 음식 속에 담긴 온기, 이야기들을 발굴해서 전달함과 동시에 속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적 가치, 문화적 가치를 재발굴해서 전달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사라져가고 있는 식재료, 음식들을 기록을 하고 기억하는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불암에서 최수종으로, ‘밥상’의 대물림은 언제부터 계획됐을까. 임 PD는 “지난해 휴가를 다녀오신 뒤 지난 1월 쯤에 이제는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뜻을 전해주셨는데, 그 상징성으로 인해 내려오신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었다. 그래서 여러 차례 다시 생각해주실 것을 요청했지만 의지가 강하셔서 더 이상 부탁드리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불암의 후임 프리젠터를 정하는데는 여러 조건이 있었다. 첫 번째로는 전국 남녀노소 불문한 대중적 인지도, 두 번째로는 일반인들과 잘 어우러지고 따뜻함을 표현할 수 있는 마음, 세 번째로는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음식 문화 기록 가치를 가슴으로 이해하고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마음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강한 인물이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건 최수종이었다. 임 PD는 “최수종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다. 대하드라마의 산 증인이시고, KBS를 대표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최불암 선생님이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 있는 프리젠터라면 최수종은 국민 남편이라는 별칭이 있는 만큼 친근함, 친밀함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밝고 유쾌함에서 나오는 건강한 에너지도 있는데 눈물도 많으시다. 첫 더빙하다가 울컥해서 녹음을 중단한 적도 있는데 눈물이 많다는 건 공감을 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을 잘 전달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수종은 최불암의 후임으로 낙점됐지만 부담감이 상당했다. 최수종은 “섭외를 받았을 때 쉽게 승낙할 수 없었다. ‘한국인의 밥상’은 최불암 선생님이고, 그 분의 눈빛과 손짓 등 하나하나가 인상적이라서 내가 감히 어떤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아내 하희라, 소속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최불암 선생님과도 1시간 이상 통화하며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고두심 선생님께서도 ‘당신의 삶처럼 공감해주고 느껴주면 그게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이라고 응원해주셔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최수종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조금씩 최수종화 시키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 촬영을 4번했는데 최불암 선생님이 존경스럽다. 정말 이렇게 할 수 없다. 하루 평균 이동거리가 900km가 넘는데, 제가 좀 더 활동적이라고 일을 많이 시키더라”며 “최불암 선생님이 어르신, 관찰자의 시점으로 여유롭게 보셨다면 저는 아버지, 아들, 삼촌, 형, 오빠 등의 역할로 시청자 분들과 만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특히 최수종은 “내일, 모레 등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날이 오면 ‘오늘’이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책임과 사명감과 프로그램의 가치를 꾸준하게 인도하시는대로 따라가고 시청자 분들의 바람과 염원을 담아서 만들고 소통하도록 하겠다”는 마음을 전하며 700회와 함께 다시 시작하는 ‘한국인의 밥상’에 대한 응원을 부탁했다.
KBS1 ‘한국인의 밥상’ 700회는 오는 10일 오후 7시 40분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