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외야수 이원석(26)의 결승타 포함 3출루 맹활약에 힘입어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1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이원석을 과감하게 1번 타자로 쓴 김경문 감독의 믿음이 통했다.
이원석은 1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3번째 선발 출장. 앞서 2경기는 9번 타순이었지만 이날은 1번으로 전진 배치됐다.
승부처에서 대주자가 주된 역할인 이원석은 이날 경기 전까지 도루 3개를 성공하며 6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타석에선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13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6개를 당했다. 지난 11일 키움전에서 몸에 맞는 볼로 딱 한 번 출루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이날 라인업 카드 맨 위에 이원석의 이름을 썼다. 최근 1번 타자로 나선 황영묵의 타격감이 떨어지자 7번 타순으로 내리면서 이원석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지난겨울 하루 6끼씩 먹는 독한 의지로 13kg 증량에 성공한 이원석은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1번 타자 후보로 경쟁했다. 개막 후 대주자로 역할이 한정됐지만 김경문 감독은 이원석을 계속 주목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이)원석이가 그동안 방망이가 잘 안 맞았는데 오늘 톱타자로 나가서 안타 하나 기록하면 좋겠다. 동계 훈련부터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는데 안타가 안 나오면 선수도 답답할 것이다. 오늘을 기회로 안타가 하나 나오면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맨날 대주자로 쓰는 것보다 가끔 이렇게 주전으로 한 번씩 나가는 게 좋다”고 기대했다.

김 감독의 기대에 이원석이 제대로 보답했다. 1회 첫 타석부터 키움 선발 조영건을 상대로 5구 만에 볼넷을 골라낸 뒤 다음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 타석에서 초구부터 과감하게 2루로 뛰어 시즌 4호 도루를 기록했다. 도루 성공률 100%.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1번 타자로서 출루와 진루에 성공했다.
이어 1-1 동점이 된 1사 만루에서 기다렸던 첫 안타가 터졌다. 바뀐 투수 김선기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기가 막히게 받아쳐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로 장식했다. 2-1 역전을 만든 적시타로 이날 경기 결승타가 됐다.
첫 안타로 꽉 막힌 혈이 뚫린 이원석은 7회에도 키움 사이드암 이강준의 2구째 시속 153km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멀티히트 포함 3출루 활약을 펼치며 한화의 7-1 승리와 함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경기 후 이원석은 “최근 안타도 안 나오고, 안 좋았는데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자신 있게 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며 이날 경기 전 선발 라인업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을 때 기분에 대해 “약간 멍했는데 감독님이 따로 불러주셔서 ‘잘할 수 있다. 감독은 믿는다’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2회 첫 안타가 터지며 1루로 달려갈 때 그동안 쌓여있던 답답함이 한순간에 풀렸다. “이거 못 치면 (2군에) 내려간다는 생각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쳤다”고 돌아본 이원석은 “노리고 있던 공이었다. (3구째) 슬라이더에 헛스윙이 나와서 타석 위치를 투수 앞쪽으로 옮겼다. 원래 위치였으면 헛스윙이 됐을 것 같은데 변화를 준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 방망이가 안 맞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았고, 이날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원석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의욕이 앞섰고, 힘이 들어가며 조급해졌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저 자신한테 실망도 많이 했는데 다음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게 하다 보니 오늘 같은 날이 왔다”고 기뻐했다.
비록 주전 외야수 경쟁에서 한 발 밀렸지만 경기 중후반 대주자로 투입되며 김경문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야구의 핵심 역할을 했다. 이원석은 “주자로서 조금 더 과감하게 뛰어야 하는데 그래도 70% 정도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성공률이 높아진 것에 대해 “주루코치님과 투수 습관을 찾기 위해 많은 대화를 한 덕분이다”고 공을 돌렸다.
무엇보다 김경문 감독의 용기를 북돋아준 격려가 큰 힘이었다. 이원석은 “감독님이 지나갈 때마다 ‘힘내라. 할 수 있다. 이겨내는 건 네가 하는 것이다’고 말씀해주신 게 도움이 됐다. 책임감도 생겼다”며 “제가 했던 노력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가 있는데 그동안이 안 좋았던 때라고 생각하겠다. 빠른 발로 투수를 괴롭히고, 출루해서 최대한 많이 뛰겠다.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벌크업한 체중도 여름에 좀 빠질 수 있겠지만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