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고라고? 그런 말 들어본 적 없는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우완 코디 폰세(31)는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벌써부터 ‘역대급’ 외국인 투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경기 2승 평균자책점 3.60으로 표면적인 기록은 평범해 보이지만 25이닝 동안 삼진 31개를 잡을 만큼 구위가 좋다.
198cm 장신에서 내리꽂는 최고 시속 156km 강속구에 포크볼처럼 낙폭이 큰 체인지업,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 우타자 바깥으로 꺾이는 슬라이더와 커터 등 전체적인 변화구 완성도가 높다. 직구, 변화구 모두 제구가 안정적이라 앞으로 리그 적응을 완벽하게 마치면 최고의 외국인 투수가 될 수 있다.
상대팀들도 폰세를 인정했다. ‘투수 조련사’ 이강철 KT 감독은 “공이 제일 좋은 것 같다. 폼도 너무 예쁘다”고 칭찬했고, 이범호 KIA 감독도 “엄청 좋더라. 지금까지 (한국에 온) 선수 중 제일 톱이지 않을까 싶다. 변화구를 잘 던진다.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존에서 거의 바닥으로 완벽하게 떨어뜨린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폰세는 정작 이런 평가를 모르고 있었다. 그는 “내가 최고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진짜라면 믿겠다”며 웃은 뒤 “우리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 우리 투수진 전체가 정말 좋은 것 같다. 선발, 불펜 모두 훌륭하다”며 자신보다 팀을 내세웠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 내 구성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체인지업은 평균 시속 140km으로 빠른데 포크볼처럼 뚝 떨어지는 낙폭이 인상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킥체인지업’이라고 불리며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공인데 폰세 스스로 터득했다. 그는 “올해부터 체인지업 던지는 방법을 바꿨다. 출처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어떤 영상을 보고 독학했다”며 “아직 난 서른 살이다.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직 젊은 나이라고 생각하고, 부족한 구종이 있으면 계속 연마하기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런 폰세의 연구하는 자세를 같은 팀 젊은 투수 문동주도 배우고 있다. 문동주는 “폰세는 정말 스마트한 선수다. 피칭하는 부분에 있어 힘 쓰는 요령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준다. 정말 많이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배울 것이다”고 기대했다.
지난달 28일 대전 KIA전 신구장 개장 경기에서 5회 타격이 터지지 않던 야수들을 덕아웃 앞에 불러모아 미팅하는 장면으로도 화제가 된 폰세는 “그날 갑자기 머릿속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는데 상황에 따라 미팅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를 도와주는 우리 야수들에게 나도 용기를 주고 싶었다”며 “타격은 기복이 있기 마련이고, 그게 야구다. 난 그저 5~6일마다 선발로 나갈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할 뿐이다”고 이야기했다.

두 달째로 접어든 한국 생활도 만족스럽다. 아내와 함께 대전 홈구장 인근 구단 제공 아파트에서 지내는 폰세는 “아파트에서 야구장까지 거리가 가까운 것이 정말로 좋다.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마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친절하다. 이렇게 좋은 도시, 훌륭한 팬들이 있다는 게 축복받은 일이다. 지금까지 불평할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건강을 유지하며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라며 모범 답안을 하던 폰세는 뜬금없이 류현진 이름을 꺼냈다. 그는 “여기 있는 동안 류현진의 사인이 필요할 때가 많을 것 같다. 매일매일 류현진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있는데 안 된다며 약간 인색할 때가 있다. 그의 사인을 많이 받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폰세에게 사인을 요청하진 않을까. 폰세는 “류현진은 내 사인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내가 그를 위해 사인할 필요는 없다. 난 류현진의 사인이 필요하다”며 확고한 사인 수집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폰세가 진짜로 KBO리그 역대급 외국인 투수가 된다면 류현진이 그에게 사인을 요청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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