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타격감이 훅 떨어졌다. 연타석 홈런으로 뉴욕을 강타했던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3삼진에 5타수 무안타 경기로 침묵했다.
이정후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치러진 2025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5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물러났다. 시즌 타율은 3할2푼2리(59타수 19안타), OPS는 1.038로 하락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홈런 3개 포함 장단 12안타로 타선이 폭발하며 10-4로 승리했지만 이정후는 선발타자 9명 중 유일하게 출루조차 하지 못했다.
야구란 참 알다가도 모른다. 전날(14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연타석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4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하며 내셔널리그(NL) OPS 전체 1위(1.130)에 등극했는데 하루 만에 이렇게 침묵할 줄 몰랐다.
거포가 아닌 타자들이 홈런을 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스윙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곤 하는데 이날 이정후도 결과적으로 전날 연타석 홈런이 ‘독’이 됐다.
1회 첫 타석에서 필라델피아 우완 선발 타이후안 워커의 싱커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5구째 낮은 커브를 골라낸 뒤 6구째 몸쪽 낮은 싱커가 들어오자 바라만 봤다.
2회 2루 땅볼로 물러난 이정후는 5회 다시 워커에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볼카운트 3-1에서 5구째 한가운데 들어온 싱커를 흘려보낸 게 아쉬웠다. 원래 이정후였다면 스윙이 나왔어야 할 공이지만 다른 공을 노렸는지 배트를 내지 않았다. 이어 6구째 스플리터가 몸쪽 낮게 떨어져 이정후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7회에는 좌완 태너 뱅크스에게 삼진을 당했다. 이번에도 초구 볼 이후 2~3구 연속 슬라이더, 싱커를 바라보며 투스트라이크를 먹었다. 이어 두 번의 파울 커트와 함께 볼 2개를 골라내며 8구까지 승부를 이어갔지만 가운데 낮게 온 시속 91.8마일(147.7km) 포심 패스트볼에 배트가 헛돌았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4/15/202504151137772899_67fdd6ca17f21.jpg)
이정후가 한 경기에 삼진 3개를 기록한 것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이다. KBO리그 시절을 포함하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소속이었던 2017년 8월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5타수 무안타 3삼진) 이후 커리어 두 번째로 8년 만이다. 당시 19세 고졸 신인이었던 이정후는 ‘천적’ 브룩스 레일리에게만 삼진 2개를 당했다.
9회 마지막 타석도 2루 땅볼 아웃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5타수 무안타 경기를 했다. 앞서 5타수 이상 들어선 15경기에선 모두 안타를 쳤지만 이날은 끝내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하루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이정후이지만 기나긴 시즌에 이런 오르내림은 계속 반복된다. 연타석 홈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타격 리듬이 깨졌을 수도 있다. 다행히 다른 타자들의 활약으로 팀이 이겼고, 이정후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16일 경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강팀에서 뛰면 이런 게 좋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오른쪽)가 2회 홈런을 친 윌리 아다메스와 기뻐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4/15/202504151137772899_67fdd6cab4cf9.jpg)
타일러 피츠제럴드가 시즌 1호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가 시즌 3호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 윌리 아다메스가 시즌 1호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샌프란시스코는 10-4로 승리, 최근 2연승을 거두며 12승4패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2위를 유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