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패했지만 이정후(27)의 집념은 돋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전날(15일)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 삼진 3개를 당했던 이정후는 빠르게 회복해서 다시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이날 공수에서 돋보였던 이정후다. 우선 수비에서 이정후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3회말 1사 1루에서 카일 슈와버가 이정후 쪽으로 높이 뜬 타구를 날렸다. 이정후는 어렵지 않게 이 타구를 캐치했다. 이때 1루 주자였던 브라이스 하퍼가 2루로 태그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2루로 정확하게 송구했고 하퍼를 여유있게 잡아냈다. 올 시즌 첫 번째 보살이었다.
타석에서는 경기 중후반을 지배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선발 투수는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50(18이닝 3자책점) 25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던 좌완 헤수스 루자르도. 통산 28승 투수였다. 1회 첫 타석은 1루수 땅볼,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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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2로 맞선 6회 3번째 타석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3번째 만난 루자르도를 상대로 초구 83.7마일 스위퍼를 망설이지 않고 돌렸다. 이 타구는 1루수 브라이스 하퍼 옆을 지나가는 선상 타구였고 2루까지 여유있게 도달했다. 타구속도 95.7마일(154km)의 타구였다.
루자르도는 맷 채프먼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 번째 투수 오리온 커커링의 폭투 때 3루를 밟은 이정후는 윌머 플로레스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밟았다. 플로레스의 타구가 전진 수비한 내야를 뚫지 못했지만 상대 유격수 트레이 터너가 지켜봐야 할만큼 이정후를 빠르게 홈으로 돌진해 득점을 만들었다. 3-2 역전 득점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6회말 곧장 역전을 허용했고 7회말 2점을 더 내주면서 3-6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이정후는 포기하지 않았다. 3-6으로 뒤진 8회초, 팀 타선은 헬리엇 라모스와 윌리 아다메스의 연속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이정후 앞에 만들었다.
마운드에는 메이저리그 통산 109홀드를 기록한 정상급 좌완 셋업맨 호세 알바라도. 패스트볼이 아닌 싱커의 평균 구속이 100마일(160.9km)에 육박하는 강속구 투수다. 올 시즌 싱커의 평균 구속은 99.9마일(160.7km)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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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고난이 예상됐다. 그러나 침착하고 끈질기게 알바라도와 상대했다. 초구 100.8마일(162.2km) 바깥쪽 싱커를 지켜봤고 2구째 100.3마일(161.4km) 바깥쪽 싱커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알바라도는 구종을 바꿨다. 3구째 공은 96마일(154.5km) 커터. 이정후가 걷어냈다. 1볼 2스트라이크. 4구째는 행운이 따랐다. 99.2마일(159.6km) 싱커가 볼 판정을 받아 2볼 2스트라이크가 됐다. ‘MLB 게임데이’의 트래킹 데이터에서는 이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것으로 판정했다.
이정후는 기사회생했고 다시 집중력을 발휘했다. 5구 100.2마일(161.3km) 싱커, 6구 93.6마일(150.6km) 커터를 모두 파울로 걷어냈다. 그리고 7구째 94.8마일 커터가 바깥쪽으로 바운드 됐다. 풀카운트 승부까지 끌고 왔다. 이정후는 집념의 8구 승부 끝에 결과를 만들었다.

도저히 치기 힘든, 몸쪽 높은 코스로 100마일 싱커가 들어왔고 이정후는 이 공에 배트를 휘둘러 1-2루간 아무도 없는 코스로 공을 보냈다. 우전 적시타로 4-6까지 따라 붙었고 무사 1,3루 기회를 계속 이어갔다.
현지 중계진은 “이정후가 또 다른 엄청난 타석(Terrific at bat)을 만들어냈다”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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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정후의 집념이 동점과 역전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계속된 무사 1,3루에서 맷 채프먼이 2루수 뜬공, 윌머 플로레스가 삼진, 케이시 슈미트가 중견수 뜬공에 그치면서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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