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3루에 있는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의 질주 본능이 빛난 경기였다. 황성빈은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 2도루 활약으로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황성빈의 질주본능이 1회부터 빛났다. 1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중전안타로 출루했고 전민재의 우전안타로 무사 1,2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나승엽이 삼진, 레이예스가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고 타석에 전준우가 들어섰다. 자칫 기회가 무산될 수 있었던 상황.
황성빈이 나섰다. 키움 포수 김건희가 전준우의 체크 스윙을 확인하기 위해 1루심을 한참 지켜봤던 순간을 놓치지 않고 3루를 훔쳤다. 그리고 하영민의 견제 이후 1루수 카디네스가 주자를 오래 붙잡고 있는 사이도 놓치지 않았다. 홈스틸까지 성공해 발로 선취점을 만들었다.
3회 우전안타로 출루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그러나 4회에도 발로 득점을 이끌어냈다. 1사 1,3루에서 황성빈은 1루수 땅볼을 때렸다. 1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키움은 노렸다. 하지만 황성빈의 발이 빨랐고 3루 주자가 득점에 성공했다. 5-0으로 달아났다. 이후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6회 좌전안타, 8회 3루수 내야안타로 4안타 경기를 만들었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다.

경기 후 황성빈은 1회 상황에 대해 “일단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라며 “3루로 갈 때는 포수가 체크 스윙 여부를 오래 물어보더라. 그리고 3루수가 베이스에서 좀 떨어져서 수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도했다. 홈스틸 할 때는 1루수 카디네스 선수가 태그를 굉장히 오래 하고 있더라. ‘내가 3루에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고 그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게 선취점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이어 “일단 뛸 수 있는지를 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몸은 언제든지 뛸 수 있는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다. 상대의 태그 동작이 더 그대로 있으면 시도를 하겠다는 생각이었고 몸이 반응했다”라고 웃었다. 질주 본능을 제대로 발휘한 것.
황성빈은 시즌 초 왼손을 다쳤고 지난 13일 사직 NC전에서는 다리 쪽을 약간 다쳤다. 하지만 황성빈은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심해지지 않으려고 관리하고 있고 또 신경 쓰고 있다”라며 “멀리 치는 선수도 있는 반면, 나처럼 뛰어야 하는 선수들의 역할도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나. 조금 더 잘할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성빈을 비롯해 장두성과 김동혁까지, 모두 발 빠른 선수들로 팀 내 주력 톱3를 다툰다. 이들과의 시너지도 황성빈은 주도하고 있다. 이날 경기도 막판에는 황성빈 장두성 김동혁이 외야를 모두 지키기도 했다. 그는 “저희 3명이 말로만 같이 수비 했으면 재밌겠다고 하는데, 최근 또 두경기 연속 같이 해봐서 좋은 것 같고 또 그렇게 있으면 투수들 마음도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웃으면서 발 빠른 선수들끼리의 단합을 다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