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총재가 이끄는 KBO가 사상 첫 일본대표팀과 평가전을 성사시켰다.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치르는 전초전으로 한국야구대표팀의 명예회복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BO와 NPB(일본야구기구)는 17일 일본 오후 1시 30분 도쿄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에서 KBO 허구연 총재와 한국 대표팀 류지현 감독, NPB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총재와 일본 대표팀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한일 대표팀 평가전 개최를 공식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11월 15~16일 이틀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이번 평가전은 양국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간에 열리는 첫 평가전이다. 이번 평가전은 포스트시즌 종료 후 야구에 목마른 양국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하고, 내년 3월 WBC 참가를 앞두고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의 실력과 컨디션을 점검할 무대가 필요한 양 리그 사무국의 뜻이 일치해 성사됐다.
KBO는 2023년 7월 발표한 ‘KBO 리그·팀 코리아 레벨업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팀과의 지속적인 교류전을 개최해 대표팀 전력강화를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고, 그 일환으로 이번 평가전을 성사시켰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구연 KBO 총재는 “대한민국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리게 돼 KBO 수장으로서, 개인적으로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일본대표팀은 최근 많은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세계 최강팀이다. 평가전이 개최되는 11월은 2026년 WBC를 3개월여 남겨둔 매우 중요한 시점으로 우리 대표팀에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허 총재는 “일본 사무라이 재팬은 세계 야구계가 다 인정한다. 세계 최고의 팀으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으로선 일본 사무라이 재팬과 좋은 게임을 펼치고 좋은 승부를 한다는 게 예전과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며 “프로 선수들로 한국이 일본을 이긴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기억이 없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내년 WBC에서 한국야구가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실력이 향상된 팀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은 욕구가 상당히 강하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허 총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 승리(6-2)를 마지막으로 기억했지만 양국 모두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대회를 기준으로 하면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 승리(4-3)가 마지막이다. 당시 한국은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도 벌써 10년 전이다.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과 결승전을 시작으로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와 결승전, 2021년 도쿄올림픽 제2준결승전, 2023년 WBC 1라운드, 2023년 APBC 예선과 결승전, 지난해 프리미어12 조별리그까지 일본전 9연패에 빠져있다.

2023년 WBC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야구 강국이다. 한 수 위 전력인 일본 상대로 경험을 쌓고, WBC 전력을 미리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한국과 일본은 WBC C조에 같이 편성돼 있다. 내년 3월7일 WBC 한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월 선임된 류지현 한국대표팀 감독의 국제대회 데뷔전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21~2022년 LG 트윈스 감독을 지낸 뒤 2년간 국가대표 코치를 맡았던 류지현 감독으로선 사령탑으로서 지휘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고, 일본과 평가전 2경기는 아주 좋은 기회다.
류 감독은 “이번 한일평가전은 제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국제대회다.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대표팀 감독 데뷔전을 일본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일본대표팀과 치르게 돼 매우 설렌다”며 “WBC를 앞두고 매우 중요한 평가전이다. 2경기를 통해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하고 최종 엔트리 선발할 선수들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본선에서 대결하게 될 일본대표팀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평가전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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