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안타가 가장 좋았다".
KIA 타이거즈 리드오프 박찬호(29)가 드디어 타격으로 존재감을 보였다. 개막 직후 도루하다 무릎부상을 입은데다 타격감을 되찾지 못해 부진의 시간이 길었다. 타선도 집단슬럼프에 빠져 팀 성적도 바닥을 기었다. 3안타와 함께 9회 끝내기 역전의 발판을 놓으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 17일 KT 위즈와의 광주경기를 앞두고 이범호 감독은 "찬호가 정타 많은데 어제도 잡혀서 화 많이 났다. 잘 맞은게 잡히면 빗맞은 것으로 보상받는다. 3~4월은 안 좋아도 5~6월 가면 안타 40~50개 칠 수 있다. 힘든 시기 넘기면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시즌 마칠 것이다"며 위로했다.
사령탑의 예측은 현실이 되었다. 1회 첫 타석은 2루 땅볼로 물러났다. 0-3으로 뒤진 3회 무사 1,2루에서는 2루 뜬공에 그쳐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그러나 5회말 한 점을 추격한 가운데 이어진 1사3루에서 왼쪽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폭발해 2-3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3-3 동점이던 7회는 선두타자로 나서 손동연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터트렸다. 후속타 불발로 역전득점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3-4로 패색이 짙던 9회말 1사1루에서 2루수 오른쪽 뒷편에 떨어지는 바가지 안타를 만들어내 찬스를 이어주었다. 만루에서 나성범의 2루타때 끝내기 득점을 올리며 희희낙락했다.
사령탑이 말한 바가지 안타로 보상을 받은 것이었다. 시즌 첫 멀티히트이자 3안타였다. 타점도 올리고 끝내기 역전에도 기여하는 최고의 하루가 됐다. 1할대 타율로 답답했던 가슴도 뻥 뚤린 하루였다. "시즌 첫 멀티히트이다. 12경기만에 처음이다. 하나 둘 셋 하고 돌리자고 생각했는데 좋은 타구 나왔다. 바가지 안타가 가장 인상 깊었다"며 후련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잘맞았는데 잡힌 것이 올해 10개가 넘는다. 공을 잡아놓고 막 때린다는 느낌은 없다. 중심에 맞아도 어거지로 나왔다. 그래도 안타 타구들이 다 잡혀버렸다. 어제부터 좋았다. 내 스윙을 한다는 느낌, 공을 골라낸다는 느낌이 긍정적이었다. 오늘까지 안나오면 진짜 땅 파겠다 싶었는데 너무 좋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항상 4월에 안 좋았다. 올라오겠지 믿음은 있었다. 팀 순위가 안 좋고 다 못치는데 나도 이러니 너무 힘들었다. 순위가 더 쳐지면 올라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스트레스가 많았다. 시즌 때 술을 안마시는데 어제는 와이프 앞에 앉혀놓고 술도 마셨다. 그냥 푹 자고 출근도 늦게 했다. 리프레시를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술 진짜 맛없더라"며 웃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