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신인 파이어볼러 정우주(19)가 연이틀 홀드를 기록했다. 갑작스런 투입이었지만 무려 19구 연속 직구로 정면 승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우주는 1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벌어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 6회초 구원등판, 1⅔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사밎ㄴ 무실점 호투로 한화의 12-4 승리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전날(17일) 문학 SSG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홀드를 기록한 데 이어 시즌 2홀드째.
한화는 7-4로 앞선 6회초 이닝 시작과 함께 선발 엄상백에 이어 김종수가 두 번째 투수로 나왔다. 선두 김휘집을 좌익수 뜬공 처리한 김종수는 그러나 서호철에게 던진 5구째 시속 147km 직구가 헬멧을 맞혔다. 직구로 인한 헤드샷으로 자동 퇴장. 다행히 서호철의 상태는 큰 이상이 없었고, 1루로 걸어나가며 경기를 계속 뛰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한화는 정우주를 마운드에 올렸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올라왔지만 정우주는 당황하지 않았다. 박세혁에게 4구 연속 직구를 뿌려 루킹 삼진을 잡았다. 4구째 시속 151km 직구가 몸쪽 보더라인에 걸쳤다.
이어 대타 박한결에게도 5연속 직구 승부를 했다. 볼카운트 1-2에서 박한결은 4구째 몸쪽 높은 시속 152km 직구를 파울로 커트했지만 5구째 가운데 높게 존을 살짝 벗어난 시속 152km 직구에 배트가 헛돌았다. 9구 연속 직구 승부로 급한 불을 끈 것이다.
한화 타선이 6회말 3득점을 추가하며 10-4로 벌어진 7회초에도 정우주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박민우에게도 3연속 직구로 2루 땅볼, 김주원에게도 5연속 직구로 3루 땅볼 처리한 뒤 손아섭에게 좌측 2루타를 맞았다. 4구째 시속 153km 직구에 살짝 밀린 타구가 좌측 파울 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화 좌익수 최인호와 유격수 하주석이 충돌하면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둘 다 공을 보고 뛰어오다 부딪쳤고, 한동안 통증을 호소하면서 구급차가 그라운드에 진입하기도 했다. 최인호는 구급차에 올랐지만 다행히 병원까지 가진 않았다. 왼쪽 허벅지 타박통으로 아이싱 치료를 했고, 스스로 걸어 나간 하주석도 오른쪽 손목 부위 타박통으로 아이싱을 했다.
다소 어우선한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투구 리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정우주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다음 타자 오영수를 초구 바깥쪽 직구, 2구째 몸쪽 슬라이더로 빠르게 투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뒤 4구째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빼앗았다.
데뷔 후 가장 많은 1⅔이닝을 던지며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호투. 지난 4일 대구 삼성전부터 최근 6경기 6⅔이닝 2피안타 2볼넷 12탈삼진 무실점 행진으로 시즌 평균자책점도 4.50에서 3.72로 낮췄다. 부담 없는 상황에서 추격조로 시작해 조금씩 빌드업 과정을 밟아 필승조로 승급했다.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뽑힌 특급 유망주답게 빠르게 자리잡았다.

이날 정우주의 총 투구수는 25개로 그 중 22개가 직구였다. 커브 2개, 슬라이더 1개로 변화구는 단 3개. 손아섭에게 3구째 커브를 던지기 전까지 19구 연속 직구로 정면 승부했지만 NC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3km, 평균 151km로 수직 무브먼트가 좋아 타자들에게 더 위력적으로 느껴졌다.
알고도 못 치는 직구 위력도 대단했지만 두 번의 돌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은 멘탈이 빛났다. 표정 변화 없이 덤덤하게 투구에 집중하며 19세 신인답지 않은 평정심을 보였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이날 경기 전 17일 SSG전 정우주의 투구에 대해 “8회 2점차,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인데 기대 이상으로 잘 막아줬다. 너무 잘 던졌다”며 “(고교 시절) 팀을 우승시킨 투수답다. 마운드에서 모습이 어린 선수치곤 참 침착하다. 보기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투구도 김경문 감독에게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필승조로 존재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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