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몰라보게 강해졌다. 백업으로 쓰기 아까운 전천후 내야수 이도윤(29)이 달라진 한화의 증거다.
이도윤은 지난 18일 대전 NC전에 7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 5타수 3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한화의 12-4 완승을 이끌었다. 4타점은 개인 한경기 최다 기록.
1회 첫 타석부터 이도윤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았다. 1사 만루에서 김태연의 투수 땅볼로 3루 주자가 아웃돼 자칫 흐름이 끊길 뻔한 상황에서 이도윤이 NC 좌완 선발 로건 앨런의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2타점 우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스코어를 3-0으로 벌린 한 방으로 경기 흐름을 한화 쪽으로 가져왔다.
8-4로 앞선 6회 1사 만루에서도 이도윤이 결정력이 빛났다. NC 우완 김시훈의 2구째 바깥쪽 낮은 포크볼을 툭 밀어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10-4로 달아나며 한화가 승기를 굳힌 순간이었다. 12-4로 앞서 승부가 기운 7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이도윤은 8구 승부 끝에 유격수 내야 안타로 3안타 경기 완성했다. 시즌 타율도 2할8푼(25타수 7안타)으로 끌어올렸다.
경기 후 이도윤은 “(1회) 찬스에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안타라 더 기분 좋았다”며 “경기 전 전력분석팀에서 상대 선발투수의 구질, 구속과 똑같이 맞춘 머신 볼을 랜덤으로 나오게 해서 친 것이 도움이 됐다. 그 기계로 연습한 덕분에 공이 눈에 익어 어렵지 않게 칠 수 있었다”며 “득점권에서 긴장도 되지만 기대되는 게 더 크다. ‘나한테 이런 기회가 왔구나. 남한테 양보 안 해야지. 내가 다 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득점권에 임한다”고 말했다.

이도윤은 지난해에도 득점권에서 타율 3할3푼(100타수 33안타) 44타점을 올렸고, 올해도 9타수 4안타 8타점으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시즌 후 심우준이 FA로 오면서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줬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도윤이는 도윤이대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며 그의 타격과 멀티 포지션을 주목했다. 2루, 3루, 유격수뿐만 아니라 그 전에 보지 않던 1루까지 내야 전 포지션을 모두 커버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무엇보다 이도윤의 공을 맞히는 컨택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은 “작년에 도윤이가 자기로선 커리어 하이였다. 타율(.277)도 나쁘지 않았고, 타점(46)도 많이 올렸다. 수비 강화를 위해 우리가 (심)우준이를 붙잡았지만 도윤이도 기회가 되면 써야 한다. 캠프 때부터 열심히 노력해온 선수”라며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야구는 경기 중후반 중요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뒤에 나오는 선수들이 강해야 팀도 강해진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김 감독의 야구에 있어 이도윤은 꼭 필요한 퍼즐이었다.
최근 들어 김 감독은 선발로도 자주 기회를 주고 있고, 이도윤이 그 믿음에 보답하고 있다. 지난 13일 대전 키움전에 선발 유격수로 나온 이도윤은 2회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5회 1사 2,3루에서 과감한 스리볼 타격으로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3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16일 문학 SSG전도 4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멀티 출루했고, 유격수 수비에서도 4회 이지영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점프 캐프한 뒤 6회 이지영의 3유간 깊은 타구를 백핸드 캐치하며 정확한 송구로 아웃을 잡아냈다.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한화의 최근 5연승 포함 9경기 8승1패 상승세에 기여하고 있다.

이도윤은 “꾸준하게 타격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일매일 감이 다르다. 연습할 때는 안 좋은데 경기 때 잘 맞고, 연습 때 되게 좋았는데 경기 때 아예 안 맞을 때도 있다. 그 중간을 찾는 게 어려운 것 같다”면서도 “작년 마무리캠프 때부터 변화구 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 컨택이란 게 잘 맞히는 것만이 컨택이 아니다. 어려운 공을 (인플레이 타구로) 안에 넣을 수 있는 컨택이 좋아진 것 같다. 원래 변화구를 잘 못 쳤는데 연습하면서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타격감이나 수비를 보면 백업으로 쓰기 아까울 정도. 이도윤 같은 선수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화의 몰라보게 좋아진 뎁스를 보여준다. 현재까지 전천후 슈퍼 백업으로 대기 중이지만 이도윤은 이 자리에 만족할 생각이 없다. 유격수는 물론 2루 자리에서 충분히 주전 경쟁을 할 만하다. 안치홍이 복통과 몸살 후유증으로 2군에 내려가 있고, 황영묵이 기복을 보이고 있는 2루에서 이도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도윤은 “어느 자리든 (주전) 욕심은 난다. 2루도 되고, 3루도 된다. 어디든 내보내 주시면 다 할 수 있다”며 웃은 뒤 “어디를 나가든 1인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연습도 세 군데(유격수, 2루수, 3루수) 다 하고 있다. 언제 어디로 나갈지 모르니 계속 준비하고 있다”며 “주전으로 계속 나가서 잘하면 더 좋겠지만 주전으로 안 나가더라도 뒤에서 잘 준비하겠다. 언제든 나갈 수 있게, 뒤에 나가더라도 주전급으로 활약하면서 팀에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런 선수가 있어 김경문 감독도 참 든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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