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시즌 도중 부상 악령을 퇴치하는 고사를 지내야 할 거 같다. 디펜딩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주축 선수들이 계속 이탈하는 것도 모자라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가 복귀 경기에서 다시 큰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지난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2주 만에 복귀한 베테랑 김선빈이 또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동했다.
KIA 이범호 감독은 경기에 앞서 김선빈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한 뒤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당초 18일과 19일 교체로 1군 분위기를 익히게 한 뒤 20일 선발 기용을 계획했지만, 19일 비 예보로 인해 플랜을 바꿨다.
이범호 감독은 “내일(19일) 비가 온다고 해서 내일 하루 휴식을 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선수와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괜찮다고 해서 오늘 선발로 나가게 됐다. 후반에 내보내는 것보다 초반에 나가서 나중에 대주자로 바꿀 수 있으면 바꾸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김선빈은 왼족 종아리 내측 근육이 미세 손상되며 9경기 타율 4할2푼3리 6타점을 남기고 지난 5일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후 빠른 회복세와 함께 16일과 17일 퓨처스리그 출전을 거쳐 약 2주 만에 1군 무대로 돌아왔다.

3루를 가득 메운 KIA 원정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등장한 김선빈은 1회초 1루수 땅볼, 3회초 삼진에 이어 세 번째 타석에서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1-3으로 뒤진 6회초 무사 1루였다. 김선빈은 희생번트를 치고 1루로 뛰어가다가 1루 베이스 커버에 나선 2루수 박계범과 강하게 충돌했다. 안면부가 박계범의 오른쪽 어깨와 강하게 부딪치면서 그라운드에 쓰러진 상태로 상당한 고통을 호소했다. 곧바로 KIA 트레이너와 의료진이 김선빈을 향해 달려갔고, 김선빈은 입에 거즈를 문 상태에서 몸을 일으킨 뒤 경기장을 걸어서 빠져나갔다. 1루에서의 판정은 아웃.
충돌 여파로 입술 안쪽이 찢어지면서 병원행이 불가피했다. KIA 관계자는 “윗입술 안쪽이 찢어져서 서울아산병원으로 이동해 봉합술을 받을 예정이다. 워낙 강한 타박을 당해 X-레이를 통해 치아 및 턱도 체크할 계획이다”라고 비보를 전했다.

KIA는 김선빈의 아찔한 충돌 이후 급격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김선빈이 투혼의 희생번트로 1루주자 박찬호의 진루를 도왔으나 나성범이 2루수 땅볼, 패트릭 위즈덤이 루킹 삼진에 그쳤고, 마운드는 6회말 대타 김인태, 7회말 제이크 케이브, 양석환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헌납하며 승기를 내줬다. KIA는 1-7 완패를 당하며 9위 NC 다이노스와 승차 없는 8위(9승 12패)로 떨어졌다. 두산전 5연패 수렁.
부상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 부상 악령이 KIA를 악의적으로 괴롭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MVP 김도영의 햄스트링 부상을 시작으로 박찬호가 한 차례 부상자명단에 다녀왔고, 최근에는 불펜진의 핵심 좌완 곽도규마저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자연스럽게 김선빈의 2주 만에 복귀에 큰 기대가 모아졌는데 복귀날 야수와 충돌해 안면을 다쳐 다시 병원 신세를 지는 악재가 발생했다. KIA의 2연패 도전이 참으로 험난하다.
/backligh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