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이었던 것일까. 지난해 도루왕을 차지한 조수행이 초대형 트레이드 듀오 김민석, 추재현을 제치고 다시 외야 한 자리를 굳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2차전을 앞두고 외야수 조수행의 허슬플레이를 칭찬했다.
조수행은 전날 잠실 KIA전에 9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볼넷, 도루, 득점, 호수비로 팀의 7-1 완승에 공헌했다.
1-0으로 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KIA 선발 윤영철 상대 풀카운트 끝 볼넷을 골라낸 뒤 도루로 2루를 훔쳤다. 이어 정수빈의 빗맞은 중전안타가 나왔고, 3루를 지나 홈에 도달했다. 조수행의 주루 센스가 만든 귀중한 추가점이었다.
수비에서는 3회초 퍼포먼스가 압도적이었다. 1사 1루 상황에서 박찬호의 좌중간으로 뻗어나가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워닝트랙 앞에서 왼손을 쭉 뻗어 이를 캐치한 것. 1루에 발빠른 최원준이 있었기에 실점은 막은 호수비라고 봐도 무방했다.
지난해 도루왕에 힘입어 연봉이 95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대폭 인상된 조수행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온 초대형 트레이드 듀오 김민석, 추재현과 경쟁에서 밀렸다. 설상가상으로 심한 몸살까지 걸려 개막 엔트리 승선에 실패했다. 지난 2일에서야 1군 엔트리 등록이 이뤄진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조수행이 좌익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듯하다. 김민석이 부진, 추재현이 부상으로 1군 말소되면서 다시 조수행에게 기회가 갔고, 조수행이 수비와 주루에서 특유의 허슬플레이를 펼치며 팀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조수행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타는 치지 못했지만, 수비에서 좋은 모습이 나왔고, 볼넷으로 나가서 상대 배터리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라며 “어제 우리가 요 근래 볼 수 없었던 아주 역동적인 야구를 했다. 이게 원래 두산 베어스의 모습이다. 치지 못하면 다른 쪽으로 공헌해야 하는데 어제 그 부분이 잘 됐다”라고 칭찬했다.
다만 조수행이 주전을 차지했다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은 “144경기를 하기 때문에 어떤 선수를 주전으로 확정하진 않을 것이다. 끝날 때까지 경합을 해야 한다. 주전이 확정된 자리는 사실 몇 군데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선수들이 긴장을 풀지 않길 바란다. 컨디션 좋은 선수가 경기에 나간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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