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이승엽호가 또 다시 박빙 상황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견제사를 시작으로 황당 실책을 연거푸 범하면서 1루와 중앙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두산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3차전에서 2-6 역전패를 당하며 2연패 수렁에 빠졌다.
6회까지 만원관중(2만3750명)이 들어찬 경기장 분위기는 두산이 주도했다. 평균자책점 0점대 압도적 호투를 펼치던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6회말 선취점을 뽑아냈기 때문. 선두타자 양의지가 우전안타, 양석환이 2루타로 무사 2, 3루 밥상을 차린 상황에서 김인태, 강승호가 연속 삼진을 당했지만, 박준영이 7구 승부 끝 우익수 앞으로 2타점 선제 적시타를 날려 홈구장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리드의 기쁨도 잠시 7회초 최지강이 선두타자 대타 오선우, 박찬호의 안타로 처한 1사 1, 2루에서 김선빈 상대 1타점 2루타를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어 올라온 김호준이 나성범에게 내야땅볼을 유도했고, 타구를 잡은 2루수 박준순이 과감하게 홈을 택했지만, 3루주자 박찬호가 먼저 홈을 터치했다. 2-2 동점. 이후 박신지가 최형우를 만나 뼈아픈 1타점 역전 결승타를 헌납했다.
두산은 2-3으로 근소하게 뒤진 8회말 선두타자 김인태의 안타로 동점 불씨를 살렸다. 그런데 대주자로 투입된 전다민이 조상우의 1루 견제에 뼈아픈 견제사를 당하면서 날개가 꺾였다. 두산의 동점 희망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이후 타석에 있던 강승호가 3루수 땅볼, 박준영이 헛스윙 삼진을 당해 허무하게 8회가 끝났다.

이승엽 감독은 여전히 2-3으로 근소하게 끌려가던 9회초 마무리 김택연을 전격 마운드에 올렸다. 추가 실점을 억제한 뒤 9회말 다시 동점을 노려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김택연의 실전 공백이 너무 컸을까. 13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일주일 만에 등판한 김택연은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뒤 홍종표의 번트 타구를 잡아 1루수 키를 훌쩍 넘기는 악송구를 범했다. 1사 2루가 아닌 무사 2, 3루 위기를 자초한 순간이었다.
김택연은 후속타자 나성범을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희생플라이가 예상됐지만, 우익수 제이크 케이브가 강하고 정확한 홈 송구로 3루주자 박찬호의 태그업을 저지, 실점을 막는 듯 했다. 문제의 상황은 이때 발생했다. 공을 잡은 포수 양의지가 3루로 귀루하는 박찬호를 잡으려고 3루수 강승호에게 공을 뿌렸는데 이 또한 악송구가 되면서 박찬호에게 홈을 내준 것. 두산이 믿었던 김택연, 양의지의 송구 실책이 발생하며 실점이 더욱 뼈아팠다.

두산의 실책과 실점 퍼레이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택연이 패트릭 위즈덤 상대 1타점 2루타를 맞은 뒤 최형우의 2루수 땅볼로 이어진 2사 3루에서 한승택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는데 유격수 박준영이 포구 실책을 기록하면서 추가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김택연이 이후 변우혁을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으나 이미 3점을 내준 뒤였다. 1루와 중앙을 가득 메운 두산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의 실책쇼에 크게 실망했는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두산은 2-6으로 뒤진 9회말 선두타자 김민석의 내야안타, 정수빈, 케이브의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양의지가 3구 루킹 삼진, 양석환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반전 없이 무릎을 꿇었다.

두산은 2025시즌에 앞서 시즌 목표로 2021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내걸었다. 이는 올해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한 이승엽 감독의 부임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가을야구도 감지덕지다. 시즌 9승 13패가 되면서 9위 NC 다이노스에 0.5경기 차이로 쫓기는 8위가 된 두산이다. 5위는커녕 최하위권 추락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나 실책, 실수, 폭투 등으로 내주는 경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두산은 이날 또한 득점권 빈타와 더불어 박빙 상황에서 잦은 실수를 범하며 주말 1승 2패 루징시리즈를 당했다. 곽빈, 홍건희, 이병헌, 이유찬, 김재환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 있다고 하나 이날의 실수 및 실책은 이들과 사실상 무관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재정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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