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에 피까지 났는데…101구 던지고 "1이닝 더" 한화 외인 잔혹사 끝, 괴력의 폰세 '투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4.21 05: 42

“당연히 한 이닝 더 가고 싶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31)는 지난 20일 대전 NC전에서 7회까지 총 101구를 던지며 1피안타 무사사구 13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7-1 승리와 7연승 질주를 이끌었다.
4회 1사 후 김주원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0타자 연속 퍼펙트가 깨졌지만 이후 11타자를 또 연속 아웃으로 정리했다. 최고 시속 157km, 평균 154km에 달한 직구(50개) 중심으로 체인지업(23개), 슬라이더(16개), 커브(12개)를 고르게 던졌다. 어느 공 하나 빠지는 게 없을 만큼 모든 구종의 완성도가 높았고, NC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화 코디 폰세(왼쪽)가 20일 대전 NC전 승리 후 김지환 통역과 함께 단상에서 팬들을 만나 포즈를 취했다. 그의 오른손 중지에 피가 난 흔적이 보인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코디 폰세가 삼진을 잡은 뒤 포효하고 있다. 유니폼 바지에 손가락 피가 묻은 흔적이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 15일 문학 SSG전 7이닝 1피안타 3볼넷 12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7이닝 무실점에 두 자릿수 탈삼진 경기. 당시 98구를 던진 뒤 4일 휴식 등판이었지만 폰세의 공에는 힘이 넘쳤고, 7회를 마친 뒤 덕아웃에서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를 바라보며 손가락 하나를 폈다. 1이닝 더 던지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코칭스태프의 만류로 교체가 이뤄졌지만 폰세 투지는 놀라웠다. 경기 후 폰세는 “승부욕이 남아있었고, 당연히 한 이닝 더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음 시리즈를 대비해 우리 불펜을 아껴주고 싶었다”며 “매 경기에 난 승부욕을 갖고 던진다. 그 부분에 있어 오늘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폰세의 이 같은 승부욕은 갑작스런 손가락 출혈 속에서 발휘한 것이라 더욱 놀라웠다. 경기 후 폰세의 유니폼 바지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경기 중에도 손가락에서 나는 피를 바지에 문지르는 모습이 보였는데 경기 후 바지에 묻은 핏자국을 보니 출혈이 적지 않았다. 
공을 던지면서 손가락 물집이 터지거나 손톱이 깨져서 생긴 출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경기를 시작할 때부터 폰세의 오른손 중지에는 피가 났다. 경기 준비 과정에서 급하게 뭔가를 하다 중지가 긁혀 출혈이 났고, 폰세도 마운드에 올라갈 때 이를 인지했다. 
한화 코디 폰세. /한화 이글스 제공
하지만 1회 초구부터 시속 153km 강속구를 뿌린 폰세는 7회 100구째 공도 시속 157km로 측정됐다. 올 시즌 폰세의 가장 빠른 공. 피가 나는 와중에도 강한 공을 계속 뿌렸다. 이날 탈삼진 13개 중 9개의 결정구가 직구일 만큼 힘이 넘쳤다. 포수 최재훈도 “직구의 힘이 워낙 좋아 더 많이 요구했다. 변화구를 보여준 다음 직구를 쓰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 리드했는데 잘 먹혔다”고 말했다. 
중지를 눌러줘서 던지는 주무기 ‘킥체인지업’ 낙폭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손가락에 피가 나는 와중에도 투구에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오히려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101구를 던지고도 “1이닝 더”를 외칠 만큼 승부에 완전 몰입했고, 통증도 잊었다. 
류현진을 제치고 한화의 개막전 선발로 나선 폰세는 타팀에서도 최고로 평가할 만큼 일찌감치 강력한 구위와 투구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개막 한 달이 지난 시즌 초반이라 조금 더 봐야겠지만 6경기(39이닝) 4승 평균자책점 2.31 탈삼진 56개 WHIP 0.97 피안타율 2할1푼2리로 시즌 전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기록 그 이상의 위력이 있다. 
한화 코디 폰세. /한화 이글스 제공
실력도 좋지만 외국인 선수답지 않은 리더십과 투혼이 빛난다.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개장 경기였던 지난달 28일 대전 KIA전에선 5회 이닝을 마친 뒤 무득점 침체에 빠진 타자들을 불러모아 파이팅을 불어넣으며 역전승을 이끌더니 이날은 핏빛 투혼으로 또 한 번 울림을 줬다. 
이렇다 할 적응기도 없이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 한화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끝낸 폰세는 “포수들을 잘 만났다. 전담 포수 최재훈이 내는 사인을 100% 믿고 던진다”며 공을 돌리는 겸손까지 보였다. 
지금 폰세의 구위라면 류현진이 갖고 있는 KBO리그 정규이닝 최다 17탈삼진 기록 경신도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하지만 폰세는 “기록을 세우면 좋겠지만 내 목표는 건강을 유지하며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다. 팀이 챔피언십까지 가는 것을 돕는 게 나의 역할이다”며 1선발다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waw@osen.co.kr
한화 김경문 감독(오른쪽)이 20일 대전 NC전 승리 후 코디 폰세와 악수를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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