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믿기지 않는 ‘V자’ 반등을 이루고 있다. 불과 열흘 만에 10위에서 2위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올 시즌 한화는 5년 만의 개막전 승리로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10경기 만에 10위로 추락했다. 두 번의 4연패를 당하면서 지난 8일까지 4승10패로 승패 마진 -6. 마이너스를 극복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였지만 한화는 불과 9일 만에 5할 승률을 회복했다. 20일 대전 NC전까지 7연승을 질주하며 14승11패를 마크, 순식간에 +3으로 전환했다.
시즌 첫 14경기를 4승10패로 시작했지만 9일 잠실 두산전부터 10승1패로 반등했다. 개막전 승리와 함께 공동 1위로 시작했으나 10위로 떨어졌던 순위는 9위, 7위, 6위, 5위, 3위를 거쳐 2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눈에 띄는 급등락으로 V자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바닥을 기었던 타격 사이클 회복과 함께 시작된 한화의 상승세. 안정된 투수력이 뒷밤침되면서 한화 전력이 강해진 것도 있지만 최근 상승세에는 예기치 못한 외부 요소가 작용한 부분도 있다. 반등을 이룬 최근 4번의 시리즈에서 한화를 만난 팀들의 외국인 타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결장하며 한화가 반사 이익을 본 것이다. 대놓고 좋다는 표시를 할 순 없지만 승부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요소였다.
지난 8~9일 한화전에 두산 제이크 케이브가 감기 몸살 기운으로 결장했다. 3연전 마지막이었던 10일 경기만 1군 엔트리에 복귀해 뛰었다. 이어 11~13일 키움 루벤 카디네스가 출산 휴가로 잠시 미국에 가면서 한화전에 자리를 비웠다. 15~17일 SSG 기예므로 에레디아도 허벅지 모낭염으로 한화전을 건너뛰었다. 이어 18~20일에는 NC 맷 데이비슨이 갑작스런 허리 담 증세로 엔트리 말소돼 한화전을 결장했다.

4개 시리즈 연속으로 상대 외국인 타자가 정상 가동되지 않은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여기에 키움 이주형, SSG 최정, NC 박건우 등 국내 주축 타자들도 한화전에 부상으로 빠졌다. 역대 가장 빠른 3월22일 개막과 꽃샘 추위의 영향인지 초반부터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거의 모든 팀들이 시름을 안고 있다.
개막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KIA(김도영·박찬호·김선빈·곽도규), 롯데(고승민·황성빈·손호영·박승욱)는 4명씩, 두산(이유찬·추재현·이병헌), NC(박건우·도태훈·김성욱)는 3명씩, 키움(이승원·이형종)은 2명, 삼성(김지찬), LG(문성주), KT(문상철), SSG(서진용)는 1명씩 부상자 명단(IL·injury list)에 올랐다.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지 않은 부상자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선수들이 다쳤다.
반면 한화는 10개팀 중 유일하게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가 없다. 안치홍이 복통 후유증으로 지난 7일 2군에 내려갔지만 야구적인 부상이 아니다. 손목 상태가 좋지 않아 보호 차원에서 깁스한 모습이 포착되긴 했는데 심각한 건 아니다. 지난 18일부터 퓨처스리그 경기를 뛰며 1군 복귀를 준비 중이다. 심우준도 허리 담 증세로 지난 주말 3연전을 쉬었지만 엔트리에 빠질 정도는 아니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적잖은 훈련량을 가져가면서도 큰 부상자가 없다는 건 김경문 감독과 트레이닝 파트의 관리가 그만큼 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2021년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선수가 19명이었던 한화는 이지풍 수석 트레이닝코치 체제에서 2022년 6명, 2023년 5명, 지난해 9명으로 3년 연속 10명을 넘기지 않았다. 이 기간 리그 최소 부상자 명단으로 악재를 최소화했다.
한화 내부에서 ‘이지풍 효과’로 입을 모으는 가운데 김경문 한화 감독은 “코치들도 칭찬해야 하지만 선수들이 그만큼 연습할 때부터 집중을 잘하고 있는 것이다”며 부상 예방에 신경쓰는 선수들의 자세도 높이 샀다. 여러 선수들이 지난겨울 체중 감량으로 가벼운 몸을 만들어서 캠프에 들어왔고, 현재까지 시즌에 임하고 있다. 그 중 한 명인 노시환은 “부상을 제일 조심해야 한다. 뭐라도 잘못 밟으면 삐끗할 수 있기 때문에 걸어다닐 때도 조심하고 있다. 항상 노심초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부상은 트레이닝 파트가 관리한다고 해서, 선수들이 조심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경기 중 돌발 상황으로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 ‘운’의 영역이기도 한데 한화는 지금까지 운이 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NC전에는 유격수 하주석과 좌익수 최인호가 수비 중 세게 충돌하면서 쓰러졌지만 각각 손목과 허벅지 단순 타박통으로 끝났다. 20일 NC전에는 김태연이 번트 시도 중 오른손 검지에 공을 맞아 교체됐지만 엑스레이 검진 결과 특이 사항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같은 날 5회 주루 중 방향 전환을 하다 우측 내전근에 불편감을 느낀 최재훈도 보호 차원에 교체돼 큰 부상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