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대도약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는 자신의 활약에 있어 모든 지분이 포수 최재훈(36)에게 있다고 했다. “게임 플랜을 잘 짜서 공유한다. 최재훈이 내는 사인을 항상 100% 믿고 던진다. 포수를 잘 만났다”는 것이 폰세의 말이다.
한화는 지난 13일 대전 키움전 문동주부터 20일 대전 NC전 폰세까지 7경기 연속 선발승으로 구단 최다 타이 기록을 썼다. 2001년 이후 24년 만의 기록으로 그 중 6경기를 최재훈이 선발 포수로 나섰다.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 엄상백 등 7연승을 합작한 선발투수들이 잘 던졌지만 좋은 호흡을 보인 포수 최재훈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최재훈은 “선발투수들이 계속 승리하니 포수로서 정말 행복하다. 선발승을 지켜준 불펜투수들도 있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며 모든 투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원래도 수비가 좋은 포수이지만 올해는 도루 저지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도루 7개를 허용하는 동안 5개를 잡아 저지율이 41.7%에 달한다. 80이닝 이상 수비한 포수 12명 중 NC 김형준(55.6%)에 이어 2위. 개인 커리어 통틀어서도 최고 수치.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텝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최재훈의 팝타임이 빨라졌다.
최재훈은 “김정민 배터리코치님께서 하체 쓰는 것부터 공 잡고 빨리 움직이는 연습을 많이 시켜주셔서 이렇게 좋아졌다. 매일 반복연습을 하다 보니 몸에 맞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코치님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고마워했다.
올해 36세로 에이징 커브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스텝업한 게 놀랍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최재훈은 철저한 식단 관리를 통해 체중을 10kg 이상 줄였다. 2008년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할 때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지난해 한화에서 재회한 김경문 감독의 “포수 오래 하려면 살 빼야 한다”는 한마디에 독하게 다이어트했다. 유니폼 바지 벨트가 몇 칸 줄었고, 얼굴은 반쪽이 됐다.

그 효과가 지금의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재훈은 “나이가 먹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안 떨어지기 위해 더 많이 움직이고, 연습하고 있다”며 “체중도 감량한 뒤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살을 빼니까 몸도 가벼워지고, 잘 움직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포수 출신인 김경문 감독은 “나이 한 살, 한 살이 아무 것도 아닌 거 같지만 포수는 특히 크게 차이가 난다. 본인이 준비를 잘한 것이다”며 최재훈의 타석에서 집중력도 칭찬했다. 지난 17일 문학 SSG전에서 5회 상대 선발 미치 화이트와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낸 장면을 짚은 김 감독은 “끈질기게 커트, 커트하면서 공을 많이 던지게 했다. 결국 투수가 이닝을 끝내지 못했고, 흐름도 바뀌었다”고 이야기했다. 최재훈은 “화이트가 (부상 이후 첫 등판이라) 투구수 70~80개 정도라고 해서 내가 조금만 더 버텨주면 빨리 내릴 수 있겠다 싶었다. 어떻게든 버티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최재훈은 21경기 타율 2할8푼9리(38타수 11안타) 6타점 10볼넷 5사구 출루율 .464 장타율 .316 OPS .780을 기록 중이다. 한화가 상승세로 전환한 지난 9일 잠실 두산전부터 최근 9경기 성적은 타율 3할5푼3리(17타수 6안타) 5타점 7볼넷 3사구 출루율 .522 장타율 .412 OPS .964.

그는 “초반에 안타가 잘 안 나와 조급했는데 어떻게든 상대 투수를 괴롭히고 살아나가려 했다. 주자가 있을 때는 한 베이스 더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안타보다 많은 사사구로 5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87명 중 출루율이 무려 2위. 타석당 투구수도 4.4개로 팀 내 1위인 최재훈은 8번 하위 타순에서 높은 생산력을 보이고 있고, 희생플라이 3개로 상황에 맞는 타격도 한다.
최재훈은 2017년 4월 중순 두산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된 뒤 주전 포수로 발돋움했다. 당시 거포 유망주였던 신성현을 주고 최재훈을 받은 한화는 젊은 포수난을 일거에 해소했다. 8년간 큰 부상 없이 100경기 이상 꾸준히 출장하며 부동의 주전 포수로 공수에서 활약한 최재훈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트레이드 성공작으로 꼽힌다.
2021년 시즌 후 5년 최대 54억원 FA 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준수한 성적을 이어갔고, 올해도 최근 7연승 포함 11경기 10승1패로 2위까지 도약한 한화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8년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 주역 중 한 명이기도 한 최재훈은 “연승을 계속 하면 좋겠지만 졌을 때 연패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연패를 당하지 않고 지금 기세를 이어간다면 우리 팀에 힘이 더 생길 것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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