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이를 갈고 마음을 썩인다는 뜻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포수 유강남도 그렇다.
지난해 부상과 부진 속에 52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9푼1리(136타수 26안타) 5홈런 20타점 11득점에 그쳤다. 6월 16일 잠실 LG전 이후 1군 출장 기록이 없다. 7월 왼쪽 무릎 내측 반월판 연골 수술을 받은 그는 재활 기간 동안 13kg을 감량하는 등 재기의 의지를 드러냈다.
누구보다 독한 마음으로 올 시즌을 준비한 그는 21일 현재 타율 3할2푼7리(49타수 16안타) 2홈런 10타점 9득점 OPS 0.934를 기록 중이다. 화끈한 공격은 물론 뛰어난 투수 리드를 바탕으로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올 시즌 4승 1패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 중인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제가 등판할 때마다 (유)강남이 형이 어느 구종이 좋은지 잘 파악해 사인을 잘 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감사를 표했다. 비단 박세웅뿐만 아니라 롯데 투수라면 누구나 유강남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유강남은 지난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4-3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는 삼성과의 주말 3연전을 2승 1패 위닝 시리즈로 장식했다.
1점 차 앞선 2회 삼성 선발 아리엘 후라도를 상대로 좌중월 투런 아치를 터뜨린 그는 홈런의 짜릿함보다 투수들의 호투를 이끈 기쁨이 더 컸다. “홈런도 기뻤지만 투수들이 잘 던져서 기분 좋다. 중간 투수들이 잘 막아준 덕분에 우리 팀에 득점 기회가 와서 이길 수 있었다. 그게 가장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경기 중 김태형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유강남은 “감독님께서 투수들의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운영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올 시즌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 중인 그는 경기 전 원정 덕아웃 입구에서 혼자 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좋은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지금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잘 이겨내야 하는 시기는 여름이다. 힘이 있을 때 어느 정도 올려놓는 게 중요하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좋든 느낌이 왔을 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유강남의 말이다.
절치부심의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한 유강남은 “정말 후회 없이 준비하려고 했고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좋은 결과로 나오니 기분 좋다”고 씩 웃었다. 힘들고 피곤해도 지난해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꾸준히 개인 훈련을 소화 중이다.
포수 정보근의 활약 덕분에 유강남도 체력 안배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정)보근이가 잘해주니까 체력 안배하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누가 먼저 나가든 저와 보근이 모두 투수진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19일 경기를 보니까 운영이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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